어느 길고양이 출산과 이후 새끼의 생존 1년 반동안 관찰하면서 인지한 사실과 감상
// 단하나의 사례이므로 일반화는 무리
- 정말 출산은 힘든 일인가 보다. 어미가 내가 본 고양이중에서 손가락에 들 정도로 미묘였는데, 출산 전 후로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늘어진 뱃살, 형편없이 윤기잃은 털, 무너진 턱선, 몸의 발란스가 무너져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 출산 후 약 반년 후 거짓말처럼 미모를 회복했다. 몸매도 돌아오고, 털 윤기도 반지르르 돌아오고, 뭣보다 얼굴 라인이 다시 돌아왔다.
지금도 외모만 따지면 새끼들보다 더 귀엽다. 그런데 사람 손을 안탄다. 관상용임;
-> 동네 아주머니가 새끼 키우라고 큰 철장을 공급했는데, 어미가 이를 받아들이고, 그안에서 새끼를 길렀다.
-> 새끼가 네마리 였는데, 이쁜 순서대로 2마리는 누가 가져가고, 나중에 안이쁜 2마리가 다커서 철창에서 나왔는데, 나온 다음날 새끼 한마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하야 남은 한마리가 이 글의 주인공이 된다.
- 외모성격 비교.
외모 : 어미 자식간 털색깔은 전혀 안닮지만 골격은 닮는다.
커갈수록 머리 크기나 몸집 크기는 어미 따라감. 두상도 닮아감.
성격 : 다르다. 내가 아는 일반 고양이는 배고플 때 친한척 하다가 먹고 나면 뒤도 안보고 지 볼일 보러 간다. 어미는 일반 고양이이다.
그런데 새끼가 참 별나다. 가끔씩 엄청 친한 친구 만나는듯 반겨주는데, 먹이를 줘도 별로 입에 안대는 경우가 있다. 길고양이 주제에 배가 차면 더이상 안먹는다.(어미는 일단 먹어놓고 봄) 그냥 나 자체를 반기는 것이다. 이럴땐 정말 이놈 무사하게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궁금한건 고양이의 감정선이 어디까지 발달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가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볼 때가 있다. 그냥 쳐다보는게 아니라 나를 보면서 뭔가를 연상한다는 느낌이다. 쳐다보는 나도 센치하게 만든다.
- 이야기 하나
어미는 자기몸 절대 못 만지게 한다.(그렇게 먹을거 바쳤는데!)
다만 눈마주치고 간식 준지 1년이 넘다보니 어미가 방심은 한다. 서로 터치 안한다는 암묵적 약속에서 바로 옆에서도 먹을걸 먹는 단계 까지는 왔다.
단 이 때 참지못하고 어미를 한번 만지면 하지 말랬지 이런 표정으로(하앍은 안한다) 내손을 파바박 연타한다.(손톱은 안세움)
새끼는 보면 자기가 와서 부비부비. 물론 새끼도 계속 크고 1년 넘으니까 손을 덜타긴 한다. 근데 새끼는 어릴적부터 사람 손을 타서 그런지 가끔 먹이를 줘도 먹이보다는 사람에게 관심을 더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이쁘다. 사람들 관심받아 최소한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곱게 자라니 묘성도 여유가 있고 부드러운듯 하다. 이래서 복지가 필요하나 보다.
- 흔히 야생 동물마냥 새끼가 성묘가 된 후 어미가 독립시킬꺼라 생각했지만, 같이 다니고 있다.
사회성이라고 볼순 없지만 혈연관계로서 공통생활은 유지한다.
먹이를 주면 새끼 먼저 먹이고 기다렸다가 나머지를 먹는다. 모성애 폭발. (이게 새끼가 다 크고서도 그러니 좀 감동이더라.)
-> 단 새끼가 사료 먹다 자리를 뜨면, 다 먹은 줄 알고 그제서야 어미가 와서 입을 데고 있는데, 새끼가 나랑 좀 놀다가 지 어미가 뭐 먹는거 보고 다시 관심이 생겨 어미옆에 가서 사료에 입을 대면, 어미가 새끼 귓방맹이를 겁나게 팬다 -_-;
-> 다 먹은것도 아니면서 왜 밥상머리에서 왔다갔다해, 딱 엄마가 아이 혼내는 그 느낌이다. 밥상머리 교육 ㅋㅋ
위에서 어미가 사람 손을 안탄다고 했었는데 웃긴건 자기 자식과의 스킨쉽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새끼가 한참 몸만 크고 머리는 덜컸을 때(사춘기때)
엄마만 보면 좋아서 몸으로 앵겼는데, 진짜 어미가 하앍질 하면서 지 새끼를 개잡듯이 팼다..(그러고 나면 새끼는 삐져서 나한테 야옹하면서 온다 심쿵). 다만 요샌 자식놈이 머리가 커지면서 어미한테 거의 안 앵기던데, 가끔 어미가 자식한테 와서 콧잔등 부비부비를 먼저 한다.
내가 예전 한참 밥 줄 때 먹을 꺼만 먹고 지 몸 절대 못만지게 하는 어미가 얄미워서 괴롭혔던 방법이, 일단 나한테 잘 앵기는 새끼를 조심히 들어서(이미 몸사이즈는 어미랑 비슷), 어미한테 안기도록 던지는 것이었다.(말이 던지는거지 지면 10cm에서 어미에게 토스하는 느낌)
그럼 새끼는 어미품에 안겨 지랄발광을 하는데, 이미 등치가 비슷해서 어미가 후드러 패도 떨어지지도 않고 계속 바디어택을 한다. 한참 그렇게 엉키다가 겨우 빠져나온 어미는, 일단 새끼를 뒈지게 패고 난 후, 황당함과 모욕감 서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ㅋㅋㅋ(새끼는 간만에 운동 좀 했다는듯 좋아한다) 괴롭힘 성공.
작년 정말 추운 겨울날, 길고양이인 새끼가 정말 걱정되었는데, 시간도 없고 능력도 없던 내가 해줄게 없었다. 그렇게 걱정만 하다가 잘 살겠지 했었는데, 어느날 보니 이놈이 불러도 못 걸어나올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버린 것이다. 감기가 제대로 걸려 먹지도 못하고, 소리도 못내고, 말 그대로 얼어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때 너무 서럽고 비참했던게, 동물병원 응급실에 전화해보니 병원에서 입원하고 치료하는데 하루 10만원이라고 하는데(당일 입원 응급치료라 비쌈) 그 돈이 너무 아까워서 못데려갔던 것이다.
그 긴 나날을 밥도 주고 서로 친분을 쌓았으면서도 단돈 10만원이 없어 바로 병원에 못데려가는 내 비루한 삶을 오랜만에 체감했었다.(사실 더 비참한건 통장에 10만원이 있었지만, 따로 써야할 돈이었다..) 결국 당일 응급실행을 포기하고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놈을 하루 밤 내방에서 재우고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 데려가자는 것이었는데(더 싸니까), 아니 근데 이놈이 다 죽어가면서도 내 방에 들어오니까 미친듯이 울부짖는 것이었다. 아마 낮설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방이 공동주택에 방음이 안되는지라 이놈 우는 소리를 감당이 안되어서,,, 결국 다시 그 추운 밖에서 나두는 수 밖에 없었다. 박스에 내 안입는 옷과 물통에 뜨거운 받아서 넣어놓긴 했지만,
사실, 포기, 한다는 것임을 알기에
그러고 집에 오니, 슬펐다, 슬펐었다.
죄 의식이었을까, 그날 이후로 일 때문에 바쁘게 지내면서 새끼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버렸다. 혹시라도 가서 시체라도 보면 어떻하지, 이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생각마저 싫어서 점점 관심을 끊고 지내던 어느날, 그 길고양이가 지내던 골목길 건물에 사시던 아주머니가 그 고양이를 잡더니 먼가를 먹이고 계셨다. 그놈은 아직 살아있었고 나를 반겨주었다.(여전히 죽기전 몰골이었지만), 아주머니는 감기약이라며 어떤 알약을 입에 넣고 계시던 거였는데, 나야 당연히 반기며 입에 넣는 걸 도와 드렸다.
그렇게 약을 삼킨 그 새끼 고양이를 아주머니댁 지하 보일러실에 담요를 깐 후 눞히고 집에 왔는데, 예전에 고양이 때문에 인사 튼 동네 처자에게 톡이 왔는데, 그 아주머니가 먹이는 약이 사람 감기약이라고, 고양이가 먹으면 죽을거라는 것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사람먹는 감기약을 고양이가 먹으면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2차 맨붕을 격게 되었고, 내가 결국 내손으로 사약을 먹였구나 하는 마음에 또다시 우울한 밤을 격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그 이후로 건강해졌다 -_-;;; 그 독한 사람먹는 감기약을 견뎌 냈으며, 오히려 그 약기운에 취해 도망도 못가고 억지로 지하실에서 하루밤 보내더니, 그게 꿀이라는걸 알아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겨울 내내 그 고양이는 잠잘 때 마다 그 지하실에 내려가 잤다. 나중에 완치된 이후에는 낮에는 밖에서 놀다가 12시쯤 되면 아줌마가 "나비야 자자" 이러면 야옹~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 ㅋㅋ
// 어미는 겨울의 추위를 예측했던지, 가을에 미친듯이 폭식을 하더니 야생 돼냥이가 되어 쌩으로 그 추위를 견뎌냈다. 대단해요!
요즘도 가끔씩 마주치며 가끔씩 먹을 것을 주는 사이다. 예전만큼 자주는 못보나, 서로간의 유대는 느끼고 있다,
요즘은 조심성이 많이 생겨서 사람들을 많이 경계하던데(어디서 데였나? 그래도 길고양이는 그러는게 생존에 좋다고 본다)
길에서 지나치다가도, 심지어 놀래면서 날 피하다가도, 내가 "야" 이러면 "음? 너였네?"하면서 다시 다가와서 아는척하는 그런 사이다.
사진은 주로 밤에 봐서 마땅히 없네요..사진 위부터 엄마, 새끼, 형제들 (이것도 작년사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