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지검장 변호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다"라면서도 "과연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예외 사유에 해당될 경우 처벌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라며 "(이 전 지검장이)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조항들에 대해 향후 입증 및 주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이 주장한 '예외 사유' 조항들은 김영란법 8조3항 1호, 6호, 8호 등이다.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 사회 상규에 허용되는 금품 등은 처벌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또 "이같은 주장은 법 자체 위헌성 여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여러 고민을 하고 있고, 검토해보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재판부는 오는 8월16일 오전 한 차례 더 준비절차를 열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은 뒤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이 전 지검장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 4월21일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이들에게 각각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 감찰 결과, 당시 저녁 자리에는 이 전 지검장을 포함해 특수본 수사에 참여했던 간부 7명,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포함해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 등 모두 10명이 참석했다. 만남은 이 전 지검장이 안 전 검찰국장에게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법령 위반과 품위 손상을 이유로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지난달 23일 자로 면직 처리했고,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 전 지검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