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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배님을 살려주세요!
여기 한 명의 여성노동자가 있습니다. 아이 셋을 둔, 그것도 셋째가 생후 8개월. 첫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가진 것은 없어도 아이들의 애교와 남편의 사랑으로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충남학생수련원에서 청소년들의 수련을 지도하는 지도원입니다. 그녀는 아주 성실합니다. 만삭이 된 몸으로 4미터 사다리를 가뿐히 뛰어넘고, 학생들을 대할 땐 언제나 당찬 모습으로 기운을 주기도 합니다. 수련원에서 그녀는 정말 충실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한 겨울 아스팔트 땅바닥에 목숨을 걸고 24시간 노숙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눈이 오면 눈보라를 눈썹이 하얗게 맞고, 비가 오면 비닐하나 의지할 뿐입니다. 한겨울 새벽서리를 온 몸으로 받아내어 아침마다 이불과 베개와 신발이 꽁꽁 얼어붙습니다. 이불이 얼음이 된 건지, 얼음이 이불이 된 건지 모를 정도입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추위는 체력저하를 더욱 가중시킵니다. 매일 극한과 싸워내지만 체력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왜 죽어가는 길을 택해야만 했을까요?
해고는 살인입니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던 수련원에서 해고가 되었습니다. 수련원에서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해지(부당해고)를 시켜버렸습니다. 그녀의 투쟁이 너무나도 가슴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녀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녀와 같이 해고된 수련지도원들도 있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은 아직도 허탈함과 배신감에 밤새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야 하기에, 함께 살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없기에, 절규하고 또 절규합니다. 하지만, 충남교육청 앞에서 천막을 친 지 20일, 그녀가 충남교육청 앞에서 노숙단식을 시작한 지 5일 째가 되어도 교육감은 털 끝 하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충남교육감은 “비정규직인 지도원과 협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녀의 원통함에 더욱 기름을 끼얹는 건, 그녀의 극한농성과 오버랩되는 교육청과 교육감의 자세입니다. 부당해고시킨 수련원에 지도감독 및 행정지도를 해야함에도 교육감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교육감에게 책임이 없다고만 할 뿐입니다. 아닙니다! 책임은 충분히 있습니다. 교육감이 충분히 해고철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는 단 1%도 없습니다. 수련원에 행정지도하겠다고 했으나,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음이 드러났습니다. 교육감과 교육청의 뿌리깊은 도덕불감증과 상식불감증 때문에 대체 몇 사람이 죽어나가야 하나요. 비정규직의 해고는 당연시 되어왔던 관행에 매년 150여명이 해고를 당하고, 장학사 시험에 돈봉투를 주고 받는 관행에 얼마전 한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교육감과 교육청관료들의 책임이 아니란 말인가요. 교육감은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충남교육은 정말로 끝입니다. 설사 다른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부당해고의 양산, 사상유례없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수식어는 감히 감출 수 없을 것입니다.
그녀의 자녀들을 혹시 보셨나요?
아이들은 그녀를 닮아 씩씩하고 명랑한 아이입니다. 동요를 좋아하고 엄마와 유원지로 놀려가는 것을 제일로 좋아합니다. 텔레비전을 볼 때, 밥을 먹을 때, 그림을 그릴 때,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항상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엄마에게 자랑도 하고 침찬도 받고, 안아주기도 하고, 뽀뽀도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엄마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벌써 한 달 가까이 엄마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창 웃어야 할 나이. 이제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엄마는 몇 밤 자고 오나요”라는 말도 이제 포기했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은 불안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후 8개월 밖에 안 된 딸. 아기의 옹알이가 흡사 엄마를 찾는 것 같아 애써 끓어오르는 눈물을 억누릅니다. 이 아이들 이렇게 내버려 두어야 하나요, 이 아이들, 그녀만의 아이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그녀의 첫째 아들은 이번 새학기에 입학을 합니다. 새롭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비리학교, 해고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녀의 기로는 단 두가지입니다. 해고철회되고 충남학생수련원에 다시 복직되어 걸어나가는 길. 또 하나는 싸늘한 송장이 되어 누워나가는 길. 결코 절충은 없습니다.
이제는 해고살인의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비리의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제 그녀의 외로운 절규는 들불처럼 번져 전국에 퍼지고 그 들불은 충남교육청을 겨누게 될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천막과 농성의 전당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바로 저의 선배님이십니다. 선배님은 강인하십니다. 반대로 눈물도 많으십니다. 사람을 대할 때 힘든 내색없이 언제나 씩씩하시지만, 자기와 같은 여성노동자의 차별과 설움을 들으면 남몰래 밤새 눈물을 흘리는 여린 여성입니다. 천막과 단식은 결코 쇼가 아닙니다. 제가 새벽에 한 두 번씩 괜찮으신가 하고 농성장을 기웃거려 보지만, 사실 숨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혹여나 몸이 잘못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눈물마저 얼려버리는 냉혹한 상황입니다.
선배님을 살려야 합니다. 해고가 정당한지 아닌지 이전에, 사람이라면 응당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인간사회사 삭막해졌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없으면 저도 없습니다. 미래도 없습니다. 거창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교육청의 부당함을 못 본 척한다면, 해고와 비리는 온 사회를 뒤덮을 것입니다.
비내리는 천막에서 부디 읍고합니다. 그녀의 가정을 온전히 지켜주세요. 그녀는 다시 아이들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제발 우리 선배님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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