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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의당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고자 합니다.
어제(7.11) 정의당에서 당직선거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대표에 이정미 의원이 당선되었고, 부대표로 강은미, 한창민, 정혜연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보면 그저 그럴 것입니다. 여기의 뒤에 있는 이야기에 대해 모르시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짬을 내어 이 사건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메갈사태로 정의당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정파는 노동당에서 이탈한 진보결집 플러스(+)라는 세력으로, 정의당과의 통합이후 '평등사회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조직명을 변경한 바 있습니다. (이하 진플) 이들의 수는 대략 6~700명 정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진플세력이 정의당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썼던 것이 페미니즘=여성주의였습니다. 즉, 여성주의를 통해 당내에서 좌익적 목소리를 내면, 원래 진보-좌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정의당 내에서 쉽게 당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보수정당에서 강경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면 호응을 받기 좋고,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 진플세력은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영어로는 저스트 페미니즘. 이하 저페)이라는 외곽조직을 만들어 정의당 내에서 세력확장을 시도했습니다. 즉 급진적 혹은 남성에 대해 적대적인 여성주의를 표방하면서, 메갈을 옹호하는 목소리로 정의당 내에 여성주의자들을 자기 세력화 한 것이죠.
이 저페는 최대 100여명에 달했고, 약 70여명 정도를 카톡방에 모아두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조직에 상시적으로 자기정파의 메시지를 뿌렸습니다.
이 진플- 저페 세력이 사실상 2016년의 메갈사태를 통해 정의당을 흔들리게 한 주된 세력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반성하지 않고, 이번 당직선거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는 여러명의 전국위원 후보를 내었고, (전국위원은 대략 정의당 내의 국회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두 명의 부대표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그 중 한명이 정혜연 후보와 맞상대를 벌인 청년 후보였죠.
이들에 맞서 평당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조직들이 만들어 졌는데, 당원비상대책회의 와 진보너머 였습니다. 아쉽게도 당원비상대책회의는 구심력이 떨어지는 조직이라 결국 와해되었고, 정혜연씨가 조직한 진보너머가 거의 유일하게 진플-저페 세력에 맞서 정의당 내에서 메갈문제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그런데 진보너머는 구성원 수가 10~20명 정도의 소수의 조직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당직선거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진플-저페 세력이 당내에서 주도권을 장악하여, 정의당을 완전한 소수 운동가들의 정당으로 만들어 버릴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정혜연씨가 어렵지만 출마하기로 했고, 부대표 선거에 도전한 겁니다.
결국 지난 6월부터 진행된 정의당의 당직선거는 각각의 정파들이 자기 후보들을 내세웠지만, 중요한 대립축 가운데 하나가 메갈사태로 인한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다르게 보면, 정의당을 더 좌익적인 정당으로 끌고 갈 것인지, 혹은 더 대중적인 정당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반영되는 선거였습니다.
7.10에 결과가 먼저 나온 전국위원 선거는 진플-저페 세력의 뜻대로 되었습니다. 서울지역에서는 총 18명이 출마하여, 그중 12명을 전국위원으로 선출하였는데, 저페에서 내보낸 4명의 전국위원 후보는 각각 8, 9, 11,12위로 당선되었습니다. 대략 600여표 정도를 이 네명의 후보가 골고루 잘 나눠가져서 전국위원 진출에 성공한 것이죠. 11,12위 인것을 보면 알수있듯이 이들에 대한 평당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히 있는데도 조직표를 가지고 일정한 성공을 한 셈입니다. 특히나 전국위원 후보가 18명에 이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하나하나 볼 시간이 없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였죠.
그러나 7.11 저녁에 결과가 나온 부대표 선거에서는 진보너머의 정혜연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청년 부분에서 승부를 겨룬 상대후보가 1200표 정도를 받은 반면에 정혜연 후보는 1600여표를 받아 승리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는 기적에 가깝습니다. 진보너머는 10~20명 정도의 조직인데 비해서, 진플은 600여명, 저페는 100여명 정도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니까요. 저들은 조직표의 2배정도의 표를 끌어모았지만, 진보너머는 인원수의 100배가 넘는 표가 결집되었습니다. 진보너머는 조직으로 승부를 본 것이 아니라 정의당 내에서의 담론전장에서 승리를 한 것입니다. 결국 이번 당직선거는 평당원들이 메갈사태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보여주는 시금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표단 구성을 살펴보면,
이정미 대표는 메갈사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이고, 강은미 부대표 역시 메갈사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강은미 부대표는 광주 전남 지역에서 조직사업에 주력해왔고, 중앙에서 여성주의를 내세운 세력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서 메갈 사태때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이외에 한창민 부대표는 참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서 메갈문제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혜연 부대표는 정의당 내에서 메갈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죠.
결국 정의당의 대표단 선거에서는 메갈을 옹호하는 진플-저페 세력이 지지한 부대표 후보 (한명은 여성, 한명은 청년)가 모두 패배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대표단은 메갈문제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유연한 입장입니다. 한편, 정혜연 후보와 같이 메갈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적인 인물이 조직도 세력도 없는 상태에서 당선되었습니다.
메갈사태 이후 1여년 만에 있었던 이번 선거에서 결국 평당원들의 의사가 일정하게 반영되어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진플-저페 세력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조직표를 중심으로 전국위원에 일부 진출해있습니다. 그러나 평당원의 전반적인 선택은 메갈사태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직도 메갈당이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아무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오기위해 애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shogun/TAp/420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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