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삶에서 최초의 자의적 등산을 강행했다.
운동을 안 해서 체력이 약해진 탓도 있고
살찐 탓도 있고, 흑흑.
하산해서 국밥 먹고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천근만근.
이럴 때 쓰라고 입욕제가 있는 게 아닐까?
파란색과 노란색 입욕제가 하나씩 남아있길래
마음이 두근두근해지는 파란색이 아닌 편안한 노란색을 꺼냈다.
골든 원더, 한국 가격은 14,000원.
네모진 상자에 입체적인 리본이 묶인 모양이다.
상자는 연한 금빛이고 리본은 하얀색.
찾아보니 이 제품도 크리스마스 제품이다.
잘 보니 옆면과 밑면에 앙증맞은 별 모양도 박혀 있다.
우헹헹, 허접하고 쓸 데 없어.
보통 버블 바가 아니면 물 먼저 받고 나중에 입욕제를 넣는데
등산의 여파로 멘탈과 바디가 후들거려 물 받으면서 함께 넣었다.
위쪽이 맥주 거품처럼 몽글몽글 해지는 것이
이전에 사용했던 스노우 엔젤하고 비슷한 느낌.
근데 이상하다, 왜 명백한 노란색 입욕제에서 파란색이 나는 걸까.
파란 물에 떠다니는 금빛 상자가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보물 상자 같아 캐리비안의 해적이 떠올랐다.
컬러에 배신 당한 내 마음도 바다 위를 표류하는 난파선 같다.
입욕제가 물줄기와 부딪혀 깨지자 무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꺅, 넘나 충격적.
뭔지는 모르겠지만 참신하다.
선물 상자에서 선물이 쏟아져 나온 기분!
다른 게 들어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반전 있는 파란색도 상자 안의 입욕제가 파란색이라서 였다.
올ㅋ 재밌어.
근데 이거, 여러 가지 색이 퍼져갈수록
익스페리멘터가 떠올라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양도 점점 이상해진다.
흑흑 무서워, 정체가 뭐지.
건져봤지만 너무 퍼져서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별이었을까?
혹시나 한강물일까 하는 두려움을 해소하고자 섞었는데
다행히도 파란색이 압도적이라 괜찮았다.
인터갈라틱 같은 짙은 파란색도 아니라 무섭지 않았다. 휴-
골든 원더는 반전 있는 입욕제,
그리고 모양대로 선물 같은 입욕제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입욕제는 나를 위한 소소한 사치이지만
자주 쓰면 익숙해져서 아까운 줄 모르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끔씩만 쓰는 게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