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홍준표를 당대표로 선출한데 이어 이철우(3만2787표), 류여해(2만4323표), 김태흠(2만4277표), 이재만(2만167표)가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2위로 당선된 류여해 최고의원이다.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90석 규모의 우리나라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최고위원에 별다른 정치적 경험이 없는 원외인사가 당선 되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한번 출마한적도 없는 류여해씨가 최고위원이 된데 가장 결정 적인 영향을 미친것은 경선에서 보여준 기상천외한 연설이었다. 그녀는 정치신인이자 무명이었지만 SNS상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엄청나게 회자되면서 결국 최고위원에 당선 되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출된 과장과 이제는 철지난 종북과 친박 타령이 뒤섞인 그녀의 연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 시절에도 통할리 없는 신파극이었다. 그런데 북한 방송 아나운서에 대한 오마쥬같은 연설로 만들어진 바람몰이는 성공적이었다.
건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석사 독일 유학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수원대에서 겸임교수인 그녀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고 하기는 어렵다. 8:2로 기울어진 여론의 지형에서 자신의 연설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행동에 옮겼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대구를 제외하고는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해서 20% 이상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새누리당 당원들만 참여하는 최고의원이라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다. 외부에서야 비웃던 말던 철판깔고 구성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눈 딱감고 해주면 원하는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이건 홍준표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선에서 보여준 선거운동의 판박이다. 홍준표대표의 선거유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새누리당을 그리워 하고 박근혜가 불쌍해 보이는 그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크게는 우리나라, 작게는 자유한국당의 미래나 확장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어쩌면 홍준표의 이런 행동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라도 당도 내팽겨치고 최순실에만 매달린 박근혜와 닮은 꼴일지도 모른다.)
홍준표와 류여해는 왜 이렇게 행동 할까? 자유한국당에도 우리나라 정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어쩌면 그들은 자유한국당에서 우리나라 정치의 블루오션을 발견했는지 모른다.
꼭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국회의원이 되지 않아도 전체 국민들의 마음이나 나라의 발전을 생각하지 않아도 자유한국당의 열렬한 지지자에게만 어필하면 되는 블루오션.
남들은 욕먹을까봐 남은 정치인생에 상처가 될까봐 버리지도 취하지도 못하고 우물 쭈물 하는 사이에 과감히 정치라는 것의, 정당이라는 것의 본질을 뒤집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 두사람이야 그런 의도이건 아니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으니 별 문제 없는 행복한 결말이다.
문제는 당장의 좌절을 잊기 위해서 자기 반성이나 원인 분석을 던저 버리고 달콤한 사탕과 현실을 부정하는 이 혁신적 프론티어들에게 블루오션을 제공함으로써 한줌 남은 정치적 희망이 사라져 버린 자유한국당에 있다.
자유한국당은 쓴 약을 거부하고 아프게 고름 짜내기를 거부한 환자 처럼 지금의 문제점을 고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질 판이다. 자유한국당으로 보면 슬픈 일이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나쁘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홍준표와 류여해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맙다 홍준표, 류여해~~ 졸라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