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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사 306 포대 본포출신입니다. 95년 군번이구요.
지난번 글에 어떤분이 오리정 근처냐고 물으시던데... 맞습니다. 오리정 근처에 있는 부대입니다.
(305출신 아노르님도 반갑....... 이제 307하고 602만 나타나면.... 응?)
95년 11월 7일. 아직도 잊을 수 없는 306 보충대의 추억...
청바지도 그렇게 무릎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된 시절........
자대 배정을 17사로 받고 다들 축하해 주었죠.
꿈의 30사와 함께 극찬의 찬사를 받던 환상의 17사...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었지만, 오히려 군대에 전혀 관심이 없어 그렇게 불린다는 것 조차 몰랐던 시절입니다.
꿈의 30사보다 더 좋아보이는 환상을 가지고 사단 훈련소에 도착했고, 6주훈련을 마친 후 자대배치를 받았죠.
17사를 환장할 17사라고 말한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째로, 사단본부는 부평에 있지만 서부전선 유일의 전투사단으로 (전투 여단도 있지만... 어쨌든 사단은 유일무이)
훈련이 엄청 잦았습니다.
게다가 전 포병이라 저희 대대가 지원하고 있던 연대가 RCT 훈련을 시작하면 같이 훈련을 뛰었고
작계지역이 해병대 작계지역이다 보니, 그들이 훈련하면 또 같이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포병이라 군장싸는게 쉽다고는 해도... 심할땐 1주에 한번씩 준비태세가 발동되어
나중엔 사이렌 울린고나서 개인군장 싸고 (대부분은 더플백에 넣고 차에 싣지만, 그래도 개인군장을 싸긴 합니다)
물자분류 해놓고, 차에 물건들 싣고 짱박히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채 1시간도 안걸릴 정도였죠.
동계훈련은 방마도라고 근처 바다를 메운곳으로 갔었습니다.
포병은 보병과 다르게 A형 텐트를 잇고 이어 분대형 텐트를 만듭니다.
땅을 파고 호를 만들어 그 위에 텐트를 씌우는 형태로 만들게 되는데
깊게 파면 팔 수록 밤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지라 주둔지 도착하게 되면 땅부터 팝니다.
아 물론 전 HQ라 땅부터 팠지만, 포대 애들은 포 방열부터 시켜놓고 땅팠겠죠.
둘 째로, 대대장이 짬밥이 없었습니다. -_-
이제 갓 중령달고 어깨에 견장차고 대대장 시작한 시점이 제가 자대배치 받은 시점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뭔 훈련만 했다하면 1착으로 하기도 했죠. ㅜ.ㅜ 군대는 줄을 잘 서야 한다더니...
셋 째로, 2년 2개월 군생활동안 사단장이 2번이나 바뀌었습니다.
17사 배치받았을때의 사단장에 대한 기억은 없고 두 번째 사단장부터 기억이 나는데요.
이 사람이 101여단에서 왔는데, 소장(진)이라 사단 운영에 대해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딴엔 사단장과 이등병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부대의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대를 부드럽게 만들자고 말하게 된 것이........
온통 부대 건물마다 스마일 마크를 큼직하게 그려대게 만들었으며
휴게소 주변엔 정자를 만들어 놓았고
부대마다 동물원(;-_-)을 만들어 놓아야 했습니다. 동물원이라고 해봐야... 토끼, 닭 이런것들이지만....
게다가 부대 내에 흙바닥이 있으면 비올 때 전투화가 쉽게 더러워진다며
각 부대마다 지시해서 사람이 다니는 길이면 몽땅 다 보도블록을 깔도록 지시했습니다.
수완좋은 우리 행보관.... 어디서 그 많은 보도블록을 구해왔는지
한 3개월은 내내 부대에 보도블록만 깔았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문제는... 이 사람이 1년밖에 안하고 나갔다는겁니다.....
그 다음에 온 사단장은... 3사단에서 온 사람이었죠.
오자마자... "부대가 왜 이 꼬라지야!" 라는 한마디에
스마일 마크 다시 지웠구요... 정자는 뽀개서 땔감으로 썼고, 동물원도 역시 다 없앴습니다.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정자 옮기는 사진 있잖아요? 그게 우리 부대는 아니었어도
실제로 그런일이 허다하게 사단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어요.
제가 군수과 장비/수리부속 계원이었던지라, 대대(강화도 앞)에서 사단 본부 정비소까지
일주일에 한번씩은 다녔던지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쩝...
지금은 어찌 변했을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도 사단 곳곳과 대대 곳곳이 다 기억나는데...
힘들긴 했어도 추억은 추억이니깐요. 물론 다시 가고 싶진 않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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