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원숭이 합성 실험 중단 해야”
[내일신문]
석학 제레미 리프킨 “이종교배 위험 외면 말라” 호소
인간과 생쥐를 교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무슨 ‘변태스런’ 질문이냐고 하겠지만 이는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학 어빙 바이스만 교수가 이끄는 분자생물학 전문가 팀에 의해 실행된 실험이다.
이들은 인간 뇌세포를 생쥐의 태아에 주입 인간-생쥐 키메라를 만들었다. 현재로는 이 생명체 뇌 중 1%만이 인간 세포지만 바이스만 교수는 이제 뇌가 100% 인간 세포인 쥐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쥐들이 사고로 실험실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 번식하면 어떻게 될까. 인간 세포를 가진 쥐가 자연에 들어서면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물론 바이스만 교수는 자신이 쥐들을 가까이서 주의 깊게 감시 할 것이며 어떤 인간적 징후가 발견 될 경우 즉각적으로 이 생명체를 파기겠다고 말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과학기술이 폭주하는 사회에 대항하는 활동가인 세계적인 석학 제리미 리프킨은 LA 타임즈에서 몇몇 과학자들의 이런 비정상적인 연구를 비난하고 나섰다. 리프킨의 기고문을 정리한다.
◆‘반인반수’ 키메라 이미 존재 = 이상함이 평범해진 시대에 우리가 놀랄만한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인간화된 생쥐와 같은 실험들은 유전자조작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일이다. 최초의 키메라 실험은 수년 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처음 실시 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양의 배아를 염소 배아와 융합했다.
이들 두 동물은 자연 상태에서 어떤 혈족 관계도 없으며 서로 교배할 수도, 번식할 수도 없다. 이 실험으로 태어난 동물은 염소의 머리와 양의 몸뚱이를 갖고 태어났다. 실험자들은 이 동물을 염소 고트(goat)와 양 쉽(sheep)의 앞자리와 뒷자리를 따 ‘깁’(geep)으로 명명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인간과 동물 교배라는 마지막 금기를 깨뜨리려 한다. 이들은 인간과 동물 교배를 통해 ‘반인반수’의 전혀 새로운 잡종을 만들려 한다. 인간-생쥐 외에도 과학자들은 이미 정맥에 인간 피가 흐르는 돼지와 심장과 간의 상당 부분이 인간의 것과 같은 양을 만들었다.
이런 실험들은 의학연구 진척이라는 목적으로 실시 됐다. 실제로 점점 더 많은 유전학자들이 ‘반인반수’ 잡종이 의학의 ‘황금기’를 예고한다고 확신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실험동물이 인간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인간 질병의 악화 양상이 보다 동일해 모의실험에 유리하며 신약을 테스트하고 인체에 이식하기 위한 세포조직과 장기를 채취하기 좋다.
◆인간-동물 변종에 어떤 지위를 부여해야 하나 = 몇몇 과학자들은 인간-침팬지를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 키메라는 휴먼과 침팬지의 합성어인 ‘휴먼지(humanzee)’로 벌써 이름도 정해졌다. ‘휴먼지’는 인간과 매우 가까워 실험연구소 실험동물로 이상적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98% 게놈을 공유하고 있으며 어른 침팬지의 지적 수준은 4살짜리 아동의 지적 수준과 동일하다.
인간의 배아와 침팬지의 배아를 융합할 경우 너무나 인간적인 생명체가 탄생된다. 과학자들은 기술상 이런 동물의 탄생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키메라가 너무나 인간과 흡사한 나머지 이 생명체의 법적 도덕적 지위는 4000년 윤리의식을 발칵 뒤집어 놓을 것이란 것이다.
이런 생명체가 인권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가. 이 생명체는 어쩌면 종의 장벽을 뛰어넘어 인간과 교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회는 이들과 인간의 결합을 허락할 것인가. ‘휴먼지’는 자유를 얻기 위해 일종의 인간성 테스트에 합격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들을 집안일이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가.
또 변종개체들이 단순히 의학적 실험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면 이들에게 행하는 실험은 도덕적 관점에서 허용될 수 있는가.
◆ 국립과학아카데미 키메라 연구 지침 마련 계획 = 이런 일들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과학기구인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앞으로 인간-동물 키메라 실험 과잉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4월 중 키메라 연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부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인간-동물 교배 실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윤리규정을 새로이 정의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일단 사회가 키메라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기만 하면 이 새로운 개체는 인류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인류의 진보라는 이름으로 인류 자체의 생물학적 상태를 위협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동물 교배 기술로 이제 진화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모든 동물계에 호모사피엔스적 요소를 주입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다른 종의 일부를 인간 게놈에 융합해 ‘인간하위 종’이나 ‘초인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물학의 르네상스의 입구에 서 있는가 아니며 불장난을 치고 있는 중인가.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까지의 실험 정도에서 키메라 생산을 멈춰야 한다. 인간세포와 동물세포로부터 키메라를 탄생시키는 연구는 금지돼야 한다”고 리프킨은 주장했다.
/이지혜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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