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협하던 핵폭탄들이 전기생산에 사용될 것이란 말이지.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들은 해롭지 않나? 그리고 원자로가 폭탄을 만드는데 사용되지 않을까?"
'반(反)핵'을 외치며 원전건설을 반대했던 미국의 작가이자 여성 언론인인 귀네스 크레이븐스(Gwyneth Cravens)가 원자력을 떠올리며 한 생각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이라고 할때 떠올리는 막연한 공포심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크레이븐스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친구인 립 앤더스 박사의 권유로 10년간 '원자력 순례'를 떠나며 생각의 전기를 맞게 된다. 그는 우라늄 광산은 물론 실험용 원자로, 원자력발전소,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폐기물처리장 등을 답사하며 원자력의 진실과 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라늄 광산에서보다 뉴욕시의 그랜트센터를 터미널을 걸을 때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며 원자력 시설 주변의 암집단은 존재하지 않고 방사성폐기물은 안전하게 저장돼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크레이븐스는 지난 2001년 미국 오코니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하고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1파운드의 순수 우라늄은 40만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반면에 1파운드의 석탄은 1.2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2000MW의 오코니 원전은 매일 2만7000톤의 석탄연소를 대체해 석탄 폐기물이 생물권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전기의 오직 27%만이 배출가스가 없는 자원으로 생산되는데 그 중 4분의 3이 원자력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크레븐스는 10년의 취재결과 "원자력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보다 더욱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현재로서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대재앙인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된 크레이븐스는 이후 전 세계를 순회하며 원자력을 둘러싼 대중의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강연활동과 기고를 활발히 하고 있다.
그는 "원자력에 대한 반대는 영화나 환경운동가들의 로비, 그리고 언론에 의해 형성된 비합리적인 공포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공포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1952년 시작된 원자력발전의 역사은 원자력이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환경운동을 하는 나의 친구들이 더 이상 원자력에 반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환경운동에 이는 친원전 바람
'환경운동가는 반(反)원전주의자'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반원전주의 일변도인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친(親)원전주의자 '변절자'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환경청(EPA)장과 1기 오바마 행정부때 백악관 에너지·기후변화 담당보좌관을 역임해 '에너지짜르'라는 별명을 가진 캐롤 브라우너(Carol Browner)도 포함된다. 그녀는 올 봄 언론을 통해 "예전예는 원전에 반대했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을 보고 (원자력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균열은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도 목격된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본부를 둔 세계최대의 환경단체 '자연보호협회(TNC : The Nature Conservancy)' 가 대표적이다. 이들 역시 자연보호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을 에너지수단의 하나로 수용해야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원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미국 언론 뉴욕타임즈도 최근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변절은 로버트 스톤 감독에 의해 '판도라의 약속(Pandora's Promise)'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로버트 스톤 감독은 라디오 비키니, 오스왈드의 유령 등 진보적 성향의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하다. 89분짜리 다큐멘터리로 2013년 7월 미국서 개봉된 이 영화에는 귀네스 크레이븐스를 포함, 5명의 환경운동가들이 나와 처음에 원자력을 반대하다가 껴안게 되는 과정과 계기들이 그려져 있다. 다들 처음에는 원자력발전은 재앙이라는 주류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대변하며 원전 건설을 행동으로 반대하는 등 열렬히 활동했던 골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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