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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쓴 7월 5일(수) '김용민 브리핑' 오프닝>
안녕하십니까? 김용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씨에게서 받은 뇌물성 억대 시계를 발각될까봐 두려워 논두렁에 던져 버렸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2009년 SBS의 이 보도를 언급하면서 어제 저는, 취재했던 이승재 기자에게 ‘누구로부터 얻은 정보인지 밝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취자 조첸님은 “SBS의 이 보도를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받아 비아냥을 섞어 전했다고 했는데 한겨레, 경향도 그랬다”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실제 2009년 5월 14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4면에 “‘시계를 버렸다’고 말했다고 한다”라면서 겹인용 형식으로 전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저는 오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더해 한겨레와 경향신문까지 비난하면 될까요? 저는 불현 듯 ‘나 자신은 어땠나’하며 과거 기록을 들춰보게 됐습니다. 놀라움 반 부끄러움 반으로 언론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저를 직시하게 됐습니다. 당시 SBS파워FM ‘이숙영의 파워FM’의 조간브리핑 코너의 고정 출연자였던 저는 2009년 5월 15일 방송에서 “‘1억 짜리 명품 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 이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증언이 검찰에 의해 발표되면서 봉하마을이 궁지에 몰렸다”고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하지 않은 증언이었고 검찰은 자기들이 한 말이 아니었다고 하니, 완전한 낭설을 진실인양 둔갑시킨 최악의 브리핑을 한 셈이 됐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어떻게 소명해야 할까요? '논두렁 시계' 사건의 진위 여부를 몰랐다, 방송 코너의 특성상 취재 보도하는 뉴스가 아니라 기왕에 나와 있는 뉴스를 요약 정리하는 브리핑이니 큰 흠결이 될 수 없다, 조선일보부터 한겨레까지 다 그렇게 보도했기 때문에 나만의 책임일 수 없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진행하던 CBS라디오 ‘주말 시사자키’에서 MB와 검찰을 규탄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기울었다고 말 할 수 없다, 이렇게 말입니까?
모든 걸 떠나 저는 비겁했습니다. 특히 노무현을 감싸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행동은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다 자위하고는, 정치 검찰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 ‘노무현 죽이기’의 본질을 모른 체하며 동조했습니다. 그 기저에 이명박 정권 하에서 방송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계의 욕망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승재 기자에게 진실을 요구하기 전에 저는 반성부터 하는 게 맞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늦었지만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저의 브리핑을 신뢰하며 들어주신 애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를 올립니다.
지금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한국 언론이 총체적인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닐 것입니다. 엄혹한 독재 시절, 이럴 때일수록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을 틀리다 말하면서 맞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 그래놓고 분노하고 행동하는 시민을 분별없는 ‘빠’로 매도해왔던 우리 언론에 대한 분노의 총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민 브리핑’을 만드는 저 김용민은 '논두렁 시계' 루머에 휘말린 부끄러운 과거를 늘 거울삼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욕망 대신 촛불로 세상을 갈아엎고 있는 위대한 시민과 담대히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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