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갑자기 얼마전 오유에서 너일거라 추정되는 글을 읽고나서
니 아이디로 검색해봤다.
시험공부하느라 바쁠거라고 생각한 너는
롤게에 글을 많이 달았더라. 고양이 자랑글도 많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런데 7월에 좋아하는 여자에 관련된 글이 있더라.
우리가 헤어진건 10월인데..하하
넌 그 사이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구나.
나는 왜 너가 시험때문에 바빠서 연락을 못한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카톡하나 하는데에 몇초나 걸린다고......
작년 3월에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좋지 않자
너와는 연락이 힘들어졌고,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하는게 지쳐서
언제 연락이 오려나 처음엔 화가나서 기다리기만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너는 연락이 없더라.
내 생일이 다가오고, 내 생일이 지나도...
난 그래도 너를 이해하려 했는데
몇달간 연락한번 없다가 전화가 와서는
미안하다고 하는 니 말에
난 그저 울음만 나왔고 화가났고 서러웠다.
너없이 내 생일을 보낸 이후로, 나는 아마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 나는 잊어도 산타는 기억하길.
넌 내 첫 남자친구였고,
처음으로 마음을 연 남자였고,
처음으로 몸도 준 남자였다.
그리고.
내 첫 아이의 아빠였다.
태어나지도 못하고 빛도 보지 못한 아이의 아빠엿다.
이건 너와 나 둘 다의 잘못이고 죄이며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
수술한지 일주일도 안되어 나는 해외로 떠났고
많이 울었다.
타지에서 하혈을 하면서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고
밤마다 죄책감에 울었다.
1월에 보내버린 3주된 내 첫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밤만되면 누가 들을까봐 소리없이 울었다.
나는 그래도 널 믿엇고
니가 클럽에가서 다음날까지 연락이 안되도,
다른여자에 관련된 글을 올린걸 보았을때도,
너에게 따지지않고 울며 물어보았을때
니가 하는 그 말,
다 진실일거라 생각하고 믿었다.
남자고 사랑이고 영원이고 결혼이고 믿지않던 나에게
너는 처음으로 결혼얘기를 웃으며 나눈 남자이고
행여나 니 자존심 건드릴까봐
너희 집안, 너의 재정적 문제 건드리지 않으려고
나는 내가벌어 내 돈 쓰는 것도 눈치보였었다.
너에게 처음으로 지갑을 선물했을때,
술먹고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었지.
근데 넌 그거 술먹고 잃어버렸더라
그때도 난 화내지 않았고, 그래 공부만 하다가
오랜만에 술 마셨는데 정신이 없어서
잃어버렸구나 생각 했다.
임신테스트기 를 세개나 확인하고
니 앞에서 울었을때
결국 그날 밤에도 우리는 관계를 가졋지.
임신사실을 안 이후, 안에다 해도 되지않냐는 니 말에
마음이 찢어지고 아팠지만
그놈의 사랑이 뭐라고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때
나는 다시 관계갖는것이 무서웠고 죄스러웠다.
근데 넌 그생각밖에 없었니.
아니라고 생각하고싶다.
헤어진 이후에 간간히 오는 너의 톡도
다 씹어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힘들어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의 글 하나에 갑자기 눈물이 난다.
우리아이 산타.
나는 아직도 그 아이에게 미안해서
운다.
엄마에게 안겨있는 갓난아이를 볼때,
길에서 엄마와 손을잡고 다정히 걷는 아이들을 볼때,
난 항상 산타 생각이 먼저 나더라.
다음에 꼭 다시 와달라고
빌고 빌었고, 울고 울었다.
그런 널 사랑하고 믿어온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질 것 같아서
그래도 너가 잘되길 바랬다.
시험에 당당히 붙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다.
근데 오유 롤게에 니 글이 있는걸 보니,
매일같이 출석해서 남긴 글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성실했던 너는 어디있니.
날 위해서라도
산타를 위해서라도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죽을때까지
1월에 떠나보낸 우리 산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죄책감까지는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 여자친구에게는, 너의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책임지지 못할 일은 안했으면 좋겠다.
새벽에 감정이 주체가 안되서 이렇게 남긴다.
아마 이 글을 보게된다면 너는 너인줄 알겠지.
산타, 잊지말아줘
너와 내가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그 아이를 기억해주겠니.
그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그 사실을
우리 둘밖에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