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4주전 일요일 밤, 두칸 아래에 있는 포스트를 남겼더랬다.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그냥 머릿속이 터엉 비어 있었다.
조금만 시간을 돌이켜 보자면..
8월 19일 목요일엔 나보다 더 암울한 친구의 100일 휴가였던지라
오랜만에 녹두까지 진출하야 술을 마셨더랬다
그리고 담날 새벽 네시경 친구들과 함께 택시타고 집에 들어와서
잠을 한숨도 자지 않고 20일 밤 8시 까지 삼국지10을 했었더랬다.
금욜날은 왠지 폐인 생활을 즐기고파서 회사는 하루 휴가를 썼더랬다.
금욜날 밤엔 아는 누나네 집엘 가서 약간의 술을 마셨더랬고
더 늦은 시간엔 부산 친구들이 집에 찾아 왔더랬다.
간간히 덧글을 다는 '3'이라는 친구다
그리고 토욜날 밤엔 이전 회사 동료들이 집에 찾아 왔었더랬다.
또 늦게까지 술퍼마시고 한국과 파라과이와의 축구를 봤더랬지..
그리고 해뜬 이후에야 잠자리에 들었었었다.
그리고 일욜날엔 친한 주변 친구들과 함께 하루종일 집에서 폐인모드..
하루종일 담배 족치고, 냉장고에 있는 모든 것들 다 해치워 버리고
이쁘게 이발하고, 그리고 깔끔하게 맥주 한잔씩 마신 다음
바로 아래아래에 있는 블로그를 남긴 뒤,
잠시 잠을 청하고 훈련소로 향했더랬다..
생각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훈련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며칠간 제대로 잠을 못잤기 때문이었는지
아무런 긴장감도 막연함도 없이 그냥 그냥 그렇게.. 갔었더랬다.
그렇게 나의 훈련소 생활은 시작되었다.
<1주차>
첫주엔 거의 하루종일 정신교육이다.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과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해 계속 반복에 반복청취를 한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체력 단련시간이 있는데 끽 해야 30분 내외이고 할만하다.
<2주차>
둘째주엔 '사격'과 '주간 행군'이 잡혀 있다.
하루종일 찌는듯한 햇빛아래 업드려서 자세 연습을 하고
영점사격 12발, 기록사격 20발, 야간사격 5발을 쏜다.
영점사격은 통과했는데, 계속 탄피가 총에 걸려서
기록사격은 다른 사람의 총을 빌려서 했다가 4발 맞췄다.. ㅡㅡ;;
물론 그 결과로 4시간동안 PRI 했었다.
야간사격은 그냥 체험 정도만 하고 넘어간다.
2주차 주말엔 주간 행군을 한다. 군장무게는 10kg남짓
걷는 거리는 20km 50분 걷고 10분 쉬고를 4번 반복하는 거리를 이동한다.
조금 어깨가 아프긴 하지만, 산책 정도 수준이다.
<3주차>
3주차엔 '각개전투'와 '경계', '야간행군'이 있다.
각개전투는 포복으로 자갈받 위를 기어가고 철조망 아래를 통과하는 등을 하는 훈련으로
무릎하고 팔꿈치 다 까지고 쫌만 하다보면 땀과 흙이 범벅이 되는 그나마 가장 힘들었던 훈련이 아녔나 싶다.
경계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를 하는 훈련이다. 그냥 총들고 서 있으면 된다. 별꺼 아니다.
야간행군은 4주 훈련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훈련으로
밤 9시 30분에 출발해서 그담날 새벽 4시 30분에 도착한.. 무려 7시간을 군장메고 걸어가는 훈련이다.
거리는 30km, 군장무게는 좀더 무거운 15kg 정도 6번을 나눠서 걷는다.
출발하기 전에 겁을 엄청나게 주는데, 역시나 별거 아니다.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그 반증이다..
<4주차>
4주째엔 '수류탄', '화생방', '교육사열평가'를 한다.
수류탄은 폭죽에 불붙여서 던지는 거고,
화생방때 난 가스냄새 맡아 보지두 못했다. 은근히 최류탄 냄새가 그리웠는데.. --; 쿨럭
교육사열평가는 초단기 속성과정으로 집총16개 동작과 총검술 17개 동작을 외워야 한다.
그리고 사단가와 군가도 하나 외워야 된다.
목소리가 좀만 작다 싶으면 업드려야 되므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왔다.. ^^
하나씩 풀어 나가자니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꺼 같아서 그냥 쭈욱 나열만 해 봤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시간이 될때 마다 하나씩 풀어 나가기루 하고..
오늘은 두가지만 쓰려고 한다.
하나는 가장 암울했던..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쉣할 짠밥이다..
먼저 짠밥 이야기부터...
그 이름도 유명한 '군데리아'다..
우유는 250ml 짜리 서울우유고, 빵은 두조각, 그 외는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아침에 나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가장 쉣할 식단이었다.
딸기잼이 보이는가? 줄 살 서서 주변 눈치 안살피면 저정도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퍼 주는 양은 숟가락 반스픈 정도다. 빵 하나에도 제대로 바르기 힘들다.
'패티'... 처음엔 꾸역꾸역 먹었고, 두번째엔 한입정도 먹었고, 그 다음부터는 가져 오지두 않았다.
샐러드.. 개인적으론 샐러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맛도 지랄같아서 딱 한번 먹어봤다.
스프... 밀가루에 소금 뿌리면 비슷한 맛이 나지 싶다.
군데리아 한마디로 쉣이다.. 최악이다.
그 외의 짠밥들과 찬들은 대략 먹을만은 했다.
제육볶음 종류는 보통 맛있게 나왔고, 튀김 종류는 대부분 나올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김치는 정말 맛있고, 김치로 하는 찌게 종류과 닭이 들어간 국 종류도 꽤나 맛있었다.
가끔 김치가 모자라서 김치 세조각과 국 만으로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럴땐 좀 짜증이 솟구친다.
초창기엔 도저히 못먹을것만 같았던 짠밥이었는데,
먹다 보니깐 맛있었다.. ㅡㅡ;; 버뜨, 밖에서의 음식과는 비교하지 말길..
그리고,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 시간과의 싸움...
현역들이 보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4주라는 시간이 나에겐 정말 너무 길고 암울했었다.
첫날밤과 둘째날, 셋째날 까지 시계쳐다보며 공책 구석에 달력 그려놓고 암울해 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머릿속엔 남아 있다.
군대라는 곳은 모든 자유가 박탈되는 곳이다.
옷입을 자유, 밥먹을 자유, 화장실 갈 자유, 다리뻗고 편한 자세로 앉아 있을 자유 등등..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유들이 제약 당하며,
이런 자유들을 빼앗긴 생활을 앞으로 며칠이나 더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정말 장난 아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새로운 현역 신병들이 들어 왔었는데
그 친구들을 볼때마다 어찌나 가슴속 한 구석이 저려 오던지..
꿈속에선 분명히 내 방의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눈을 떴을 때 내무반인 것을 알고 우울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하다.
몸이 힘든 훈련은 정말 별꺼 아니다.
짧게는 몇십분, 길게는 몇시간만 참아 내면 되지만,
매일 밤마다 아직도 며칠이 더 남았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내던 날들의 우울했던 기억만큼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듯 싶다.
계속 머릿속으론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 어차피 헤쳐나가야 될 시간들,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되뇌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했었지만
절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던건 시간에 대한 암울했던 기억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암울한 시간들을 세며 오늘밤에도 힘들어할 전국의 현역병들을 너무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