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신 한화팬들이 많으실 건데, 사실 우리의 유일한 우승 기억은 감독의 심판 폭행에서 시작됐습니다.
99년도, 페넌트레이스에서 한화는 드림리그 3위였죠. 투타 모두 좋지 못했고요.
근데 이희수 감독이 구심의 안면을 강타 ㅋ 해버림 (이영재였던가..)
그리고 모든 야구팬 및 언론의 비난과 함께 10경기+의 징계를 받고 유승안 수석이 대행에 오르면서 기적같은 상승이 시작됐죠
욕은 먹었으되 결국은 얻었죠.
그보다 좀 더 오래로 가면, 제가 처음 꼴칰을 좋아했을 땐데, 당시 감독이 참 엄청난 사람이었죠.
김영덕. 두 시즌 이상 감독했던 사람들 중 프로야구 역대 승률 1위 감독. 원년 우승팀 감독이자 페넌트레이스의 지배자.
전무후무한 전후기 동반우승으로 인한 한국시리즈 무산을 이끌어낸 감독...
하지만 그는, 실적 이상으로 욕을 엄청나게 먹는 감독이기도 했습니다. 거의 김성근 이전에 욕먹는 감독계의 리오넬메시였죠.
당시 투수니 투수 혹사는 당연하고, 상대팀 선수 폭행, 기록을 위한 밀어주기, 지금은 용납되지 않을 고의 패배까지
게다가 김성근과 같은 재일교포에 좀 비열해 보이는 외적 이미지로 전 구단 팬들이 다 싫어하는 감독이었습니다.
김응룡은 카리스마로 두려워하기도 했지만,강병철은 옆집아저씨같은 호인같은 이미지로 호감도 샀지만 김영덕은 그냥 기분나쁜 변태였을 뿐
(실제 별명이 변태)
하지만, 그 감독이 한화의 유이했던 페넌트레이스 1위를 모두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에 네 번을 진출시키며 세번 다 준우승했죠.
그래서 당시 빙그레 지정석은 2위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 기간동안 페넌트레이스 승률은 1위였으니 엄청난 강팀이었던 셈입니다.
한화 역사상, 2015년 5월 24일 현재까지 통산 승률이 5할 이상인 감독은 딱 두 명입니다.
김영덕과, 올해의 김성근........
(여담인데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처음 11시즌동안, 김영덕 감독이 지휘하는 팀은 무려 6번의 준우승을 거뒀습니다.
그래서 삼성 시절 통합우승을 하고 최고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짤림.)
하여간, 감독은 욕을 처먹을 대로 처먹었지만 당시 한화...아니 빙그레는 엄청 잘나가는 팀이었죠.
김인식. 참 한화팬들에게 욕 많이 먹는 감독인데..
99년 우승 이후, 4시즌 연속 한화는 승률 5할을 밑돌며 2번의 7위를 차지하는 등 여러모로 힘들었죠.
스타 시스템의 도입자 이광환, 한화 성골의 원조 유승안 등이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은 김인식을 영입하죠.
그리고 팀은, 김인식의 스타일 대로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모아 다시 날개를 폅니다.
06년엔 지금까지 마지막이었던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하고, 4년 연속으로 5할+을 기록하며 잘 나가지만
그 동안 무리했던 게 08년 올림픽 이후 터지면서 거짓말처럼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08시즌 - 올림픽 이전 : 60승 47패 올림픽 이후 : 4승 15패)
그리고 09년, 창단해 이후 첫 꼴찌를 기록하며 기나긴 동면에 들어갑니다.
팬들은 몇 년간 좀 자존심을 세웠지만, 그보다 더한 댓가를 감내해야 했고...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논란많은 감독인 김성근이 왔지요.
사실 지난 몇년간, 2011년을 제외하면 뭐 팀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모든 한국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조롱받는 팀이었던 팀.
다른 구단보다 스타도 부족하지만, 미래의 동량이 될 유망주는 더더욱 척박했던 팀.
사실상 이 팀의 선택지는 김성근밖에 없었고, 시즌 초에 그 선택지가 비교적 옳았음이 보여지고 있죠.
물론, 김성근의 팀이 당연히 들을 수밖에 없는 여러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고요.
한화 팬들은 이런 상황이 좀 낯설수도 있습니다.
김인식 이래,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승 이후로 한화가 플레이스타일이나 매너, 감독의 성향 등으로 욕을 먹는 팀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요 몇 년은 워낙 못했기에 욕이 어울리지 않기도 했고..동정이 어울렸지
하여간 김성근을 맞이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논란들에 익숙하지 않고 억울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당연히, 사랑에 이별이 따라오듯 당연히 딸려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비상식적으로 약했던 팀이 야구같은 야구를 할라면, 뭔가 좀 비상식적인 수단에 기댈 수밖에 없죠.
심리전이든, 혹사이든, 타팀을 발끈하게 만드는 과도한 승부욕이든 뭐든
그게 원래 김성근의 야구죠. 수많은 논쟁을 만들고, 항상 허용과 금기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플레이를 하고,
파이팅과 비매너를 넘나드는 애매한 스타일을 견지하고, 그러면서 점점 팀이 팀처럼 되는
당연히 지난 십여 년보다는 많은 욕을 들어먹을 수밖에 없고,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억울하게 생각하실 게 아님. 빙그레 시절에 김영덕은, 지금 김성근은 비교도 안되게 욕을 많이 먹었거든요.
세상 쉽게 얻을 게 없죠.
승리를 얻으려면 당연히 욕도 따라먹게 되고, 특히 이렇게 쥐뿔도 없던 팀이면 더더욱 그러하고...
김성근의 스타일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불문율이나 매너 등에 대해 승부 이후의 것으로 치부하는 감독의 태도가
타 팀과 그 팬들의 반발을 사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그가 거쳐간 팀에서 유독 그런 논란이 많이 일어난 건,
한국 야구의 부외자에 대한 견제라는 김성근 본인이나 팬들의 쉴드와는 달리 그의 스타일이 그럴 만 했기 때문이었고요.
그 반응들이 다 과민반응인 것도 아니고, 당연한 문제제기일 수도 있고, 타팀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욕 할수 있습니다. 적어도 상대팀 입장에서 짜증날 수 있지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참으시라는 건 아닌데 너무 팀을 변호하려고 하는 게 의미가 없습니다.
과도하게 한화나 김성근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말고, 그냥 승리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듯 그 반작용으로 감당할 몫입니다.
어차피 경기는 선수가 하는 거고, 지금 팀의 가치는 나중에 성적이 평가해 줄 겁니다. 잘했든 못했든.
지나치게 감독을 성역화하지도 마세요. 그냥 야구 감독일 뿐입니다. 성자도 아니고 구세주도 아니고, 그냥 나머지 9개 구단이랑
같이 경기하는 한 명의 감독입니다. 여러분 아버지가 아니고요.
더 나이드신 분들도 많겠지만, 25년동안 야구를 보니 온갖 논란거리는 다 돌고 도는 그냥 평범한 일일 뿐입니다.
빈볼도, 많은 점수차이의 도루도, 과도한 주루플레이나 제스처도, 혹사 논란도 벤치클리어링도 싸움도 다 다시 일어나고 또 경기는 계속됩니다.
일 년에 144경기나 하는데 그렇게 한 순간순간마다 몰입하시다 보면 나중에 분명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내가 그땐 뭘 그리 열을 냈을까...그냥 공놀이일 뿐인데."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