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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5502
    작성자 : -Y-
    추천 : 18
    조회수 : 1732
    IP : 183.97.***.9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9/17 00:34:40
    http://todayhumor.com/?panic_95502 모바일
    단편] 개미
    옵션
    • 창작글

    까드득 까드득

    툭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한 아이가 웃고 있었다.

    우선 더듬이를 잡아 뗀다.

    빙글빙글 돌면서 발광하는 개미를 붙잡고서는 다리를 뗀다.

    툭, 툭 떨어질 때마다 개미는 까드득 까드득 입을 여닫는다.

    마지막 남은 다리를 떼버리면 개미는 애벌레랑 다를것 없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바닥에 던져 그상태로 몸을 꾸물거리기만 하는 개미를 만드는게 그 아이의 취미였다.

    그렇게 남은 찌거기 개미는 밟아 터트리던, 돋보기로 불태우던 마음대로 처리했다.


    왜 그런 잔혹한 짓을 하는거니?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보았을 때, 그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유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곳에 그것이 있고

    그것을 죽일 뿐이다.

    굳이 대답을 하기 위해서 낸 답은 그냥. 이라는 한 마디였다.


    어느날이었다.

    그 아이는 이번에는 모종삽을 가져왔다.

    그날 따라 기분이 안 좋았다.

    그냥 죽이는게 아니라 화풀이로 죽이려는 마음이었다.

    흙바닥에 개미 구멍 하나가 보였다.

    이상하게도 텅빈 공터에 딱 하나뿐인 구멍이었지만

    그런것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팍, 팍 소리와 함께 구멍은 점점 커져갔다.

    수많은 개미들이 그 아이의 손에 올라타고, 발에 올라탔지만 이내 찢기고 밟혔다.

    까드득 까드득 입만 움직이는 개미 머리통이 굴러다니는 그 공터에서 아이는 마치 보물이라도 찾듯이 계속 파내려갔다.

    한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커다란 개미 한마리가 나타났다.

    여왕 개미였다.

    알을 감싸듯 몸을 비틀어대는 그 커다란 개미를 붙잡고 그 아이는 들어올렸다.

    굳이 보여주듯 개미가 감싸던 알들을 삽으로 짓이기면서.

    개미를 붙들고 슬쩍 웃는 그 미소에는 벌써부터 죽음의 냄새만이 풍겨져왔다.

    우선 더듬이를 떼어냈다.

    빙빙 돌기만 하는 그 큰 개미를 붙들고 다리를 뜯었다.

    톡 톡 떨어지는게 다른 얇디 얇는 그런 개미들이랑 완전히 다른 손 맛이었다.

    애벌레같이 같이 변해버린 여왕 개미는 특별하다.

    좀 더, 좀 더 제대로 죽이고 싶어졌다.

    그 아이는 그 숨만 붙은 찌꺼기를 들고 집에 갔다.

    엄마가 자주쓰는 핀을 찾아서 배를 찔렀다.

    커다란 배에 핀이 꽃히자 다리도 없는 개미가 몸을 뒤흔들었다.

    그 아이는 핀으로 배 속을 휘저었다.

    내장 비슷한게 튀어나오고, 찐득한 액체가 흘러나와도

    단지 개미는 입을 까드득 거릴 뿐이었다.


    한참을 찢어발기다 아이는 핀을 뽑았다.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팍, 하고 핀을 꽂기 시작했다.

    팍, 팍, 팍.

    구멍은 하나 둘 늘어가기만 했다.

    배에, 가슴에 수없는 구멍을 뚫어버리고

    마지막으로 까드득거리는 머리통에 팍, 박아버렸다.


    더이상 까드득거리는 입이 움직이지 않을때 까지 머리를 휘저었을 때, 그제서야 그 아이는 기분이 풀렸다.

    어떻게 할까.

    불태울까 잠깐 고민했지만 아이는 귀찮아졌다.

    그냥 휴지에 싸서 휙하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날 밤이었다.

    분명 10시를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까드득 까드득 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까드득 까드득

    아이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커다란 놈이든, 조그만 놈이든

    그 까드득거리는 소리는 개미들의 소리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개미를 찾기 위해 불을 키고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개미는 없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까드득 까드득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 아이는 밤을 새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도.

    또 그 다음날 밤도.

    그 다음날 밤도.

    그 아이는 잠을 자지 못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퀭한 그 아이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휙휙 움직이며 개미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디에도.

    방을 넘어, 집을 넘어.

    밖의 보도블럭에도.

    큰 학교 운동장에도.

    그때의 그 공터에도.

    어디에도 개미는 없었다.


    까드득 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지만

    어디에도 개미는 없었다.


    아이는 점점 더 초췌하게 변해갔다.

    눈에는 피가 몰려 마치 토끼같이 변했고

    치아가 십수개가 빠져 마치 주먹으로 맞은 듯 한 모습이었다.

    살은 쭉 빠져 가죽만 덜렁거렸고

    머리카락도 군데군데 빠져 휑하게 변해버렸다.


    몇 일인가 지났을 때.

    아이는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팔 다리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찾아갔지만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극렬한 불면증에 의한 일시적 이상작용 정도로만 끝났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지도 못했고

    아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소리를 지르고 이를 까득 하고 갈아 대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또 몇일인가.

    이번에는 배가 난리였다.

    찢어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살짝 몸을 돌려봤지만 끔찍한 고통에 구토할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어디에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는 다시 확신했다.

    이건 개미의 짓이다.

    개미가 날 이렇게 하는 것이다.

    개미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팔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내장이 찢어지는 고통이 반복했다.

    이제는 온 몸이 칼로 찔리는 고통과

    머리를 망치로 으깨는 듯한 느낌마저 함께했다.


    조그만 아이가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뇌수가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이 멀어버렸다.

    그리고 까드득 거리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그 어둠속에서 아이는 드디어 깨달았다.


    개미는 밤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그래서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밤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몰려들어

    까드득 까드득

    밤을 씹어먹은 것이다.

    밤이 없으니 잠을 잘 수도 없었던 것이다.

    오로지 어두움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까드득 소리가 몰려왔다.

    그 아이는 밤이 없는 끝없는 어둠속에서

    온 몸속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느낌과

    어둠 속의 자신을 파먹는 것 만을 느끼게 되었다.

    까드득 까드득 하고.


    그리고 일주일 뒤

    그 아이는 죽었다.

    마지막 모습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전신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말라버려 팔다리는 스스로 썩어 문드러졌고

    온 몸에는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검은색 반점들이 나타났다.

    분명 어디선가 보았던 모습으로, 그렇게 죽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태워줘' 였다.

    언제나 이를 까드득 거리기만 했던 그 아이가 똑바로 한 말이었다.


    전신이 갉아 먹혀지는, 살갗을 빽빽히 기어다니는 그것들을 견뎌내며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아이를 매장했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른다.

    어찌되었든 그 아이는 묻혔다.


    그리고 까드득 소리가 몰려왔다.

    누워서 꼼짝않는 살덩어리를 씹는 것은 그들에게 정말로 간단한 일이다.

    그리고 이 살덩어리는 더욱 특별하다.

    영혼이 갉아 먹힌 이 살덩어리는 분명 진득한 맛이 날 것이다.

    천천히 음미하자.

    까드득 소리를 내면서.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살짝 살갗을 찢고 들어가

    살덩어리의 속을 기어다녔다.

    까드득 까드득 소리를 내면서.

    그 또한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다.

    고요한 밤 속에 무언가 작은 소리만이 들려왔다.

    까드득 까드득 하고.
    출처 사실 시리즈 물입니다만 시리즈 제목을 생각을 안해서 그냥 단편으로 올립니다.

    앞으로 공포가 아닌 듯한 글은 전부 책게로 가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공포 게시판에 너무 공포가 아닌 글들을 올렸던 것 같네요..

    출처란에 다른 곳에 올린 글들 주소는 따로 올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왠만하면 3일에 한번 올리려고 합니다.

    만약 기다려주신 분이 계신다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Y-의 꼬릿말입니다
    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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