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저는 22세이고 키는 161cm, 몸무게는 120kg에 육박하는 초고도비만 여성입니다. 긴 글이 될 것 같지만 너무 간절하고 이 곳에서나마 도움을 받고싶어 한 자 한 자 적어나가 봅니다 ...
어렸을 적 저의 가정환경은 매우 좋지 못했습니다. 식사도 학교 급식이 제대로 된 식사의 전부였고 급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가 해놓은 국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는게 전부였어요. (국이나 찌개를 한 대접 해 놓으면 2~3일동안 동생과 제가 알아서 챙겨먹었고 국이 쉬었을 경우엔 그냥 계란이나 캔참치에다 밥을 먹었고 그 것마저 없으면 김치로만 밥을 먹었음) 유치원에 다닐 때에만 해도, 초등학교 2학년 쯤에만 해도 제 몸은 여느 아이들이랑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부모님이 이제 밥 챙겨주는것마저 귀찮아 하실 때 쯤 집과 가까운 중국집에다가 미리 돈을 지불해놓으면 저희 자매가 가서 알아서 시켜먹도록 해놓으셨어요. (아마 제 폭식증과 식탐의 원초가 이 부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희는 매일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어야했습니다. 매일 자장면과 짬뽕을 먹는 나날이었어요. 그 당시 외식도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였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저는 중국집에서 매일 맛있는 것을 먹는게 좋았고 처음엔 자장면 짬뽕으로 시작해서 좀 지나고 나서는 탕수육같은 음식도 같이 곁들여 먹곤 했습니다. (탕수육도 맘껏 먹은건 아니에요. 눈치를 봤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그 시점부터 제 살은 급속도로 늘어 초등학교 6학년 때엔 무려 80kg를 찍었죠.
어쩌면 당연하게도 전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학교 급식도 편하게 먹질 못하게 되었어요. (뭘 먹으면 돼지라고 놀림받으니까요..하핳) 학교에서 급식을 나누어주는 급식당번 애들은 저보고 " 돼지야 넌 좀 그만 먹어라" 라면서 다른 아이들의 밥의 반도 되지 않는 양을 줍니다.
자연스럽게 전 방과 후에 먹는 군것질로 허기를 달랬어요.
그래도 밥 챙겨주는건 몰라도 뭐 사다 먹을 용돈은 꼬박 꼬박 받았으니 100원에 하나하는 만두를 매일 2000원어치를 사 집에서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튼 저는 어릴 적부터 음식에 대한 갈망이 남들보다 뛰어났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무조건 내가 더 많이 먹어야한다. 오늘이 아니면 없어."라는 강박증이 생긴거죠.
처음엔 단순히 '양'만 차면 된다. 였던 제 식탐은 해가 가고 제 머리가 커질 수록 '질'에 대한 욕구로 변하게 됩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라는 것을 알게 된거죠.
여튼, 학교생활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나만 바라보는 것 같은 아이들의 눈동자.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고개를 돌리고 피하는 애들. 시험 기간에 자기 자리에 앉았다고 두꺼운 책으로 얼굴을 맞았던 일. 그냥 너 왜 그렇게 뚱뚱하냐며 기분 나쁘다고 배를 차이고. 자식에게 무관심한 정신병원에 다니는 부모.
저는 어린 마음에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학교를 뛰쳐나왔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는 충동적인 결정이었죠. 아이가 학교에 무단결석을 하는데 그 누구도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학교에 오란 전화 뿐 . 그 누구도 저를 탓하며 잘못된거라고 도와주겠노라고 말 해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컴퓨터를 하며 밤을 새우고 아침이면 등교하는 아이들을 창문 너머로 보고나서 잠이드는 생활을 했습니다. 외출이라곤 8년가량 다닌 교회를 가는 것과 동생, 엄마와 가끔 놀러가는 것 빼곤 없었어요.
그래도 어찌 어찌... 시간은 흘러 저는 성인이 되었고 제 성격이 소심하긴 하지만 털털하고 유머감각이 있어 학교라는 곳을 빠져나오니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연애도 몇 번 할 수 있었죠.
제가 다이어트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16살 쯤 인터넷을 검색하다 발견한 1일 1식 요법을 했어요. 아무래도 그 당시 100kg가 넘는 거구였고 운동은 정말 하기 싫었기에 (동네가 좁다보니 밖에 나가면 다 아는 사람이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굶는 다이어트를 시도했어요. 이건 한 달 10kg 감량하고 포기했고 여튼 뭐 풀때기만 먹기. 밥 반 공기만 먹기 등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식이요법 다이어트는 모두 시도해 본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다이어트 방법들이 더 저에게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는 길로 인도한 것 같아요.
제일 처음.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작년에 했습니다.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모든 원인을 살에게 돌리며 하루 12시간 서서 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음에도 매일 식전 방울토마토 먹고 밥 반 공기, 기름x 밀가루x를 선언하고 운동도 매일 1시간씩 걷기로 해서 3개월만에 126kg 에서 88kg까지 36kg을 감량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인바디라는 것도 해보고 인바디 체크해주는 선생님한테 칭찬도 받고 주위에서 예쁘다 살빠졌다 칭찬이 끊이지 않았고 예전에 나를 과롭혔던 친구들이 다이어트 방법을 물어 볼 만큼 제 생각해도 많이 변화했고 조금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었어요. (아 참고로 제가 살이 안 쪄보이는 체형입니다. 살이 등이나 엉덩이같이 잘 티가 안 나는 곳에 분포돼있고 팔, 손목 다리 등엔 살이 잘 안 붙어서 88kg 때도 70kg 나가는 친구와 비슷했어요)
여튼 그렇게 전 이대로 50kg대까지 쭉쭉 밀어붙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졌던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게 된거에요... 제 어릴 적 일들 때문에 저는 심한 애정결핍입니다. 그대로 제가 해야할 일, 제 상황들을 뒤로하고 남자친구가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와서 현재 같이 동거 중이에요.
그로부터 1년 후인 지금. 제 몸은 그 때와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늘... 다이어트 10일 정도 되었죠.. 하지만 1년 전과는 다르게 너무 힘이 듭니다. 아는 사람이라곤 남자친구 뿐이여서 그런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해나가는 느낌이에요. 저는 그럴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또.. 오늘 저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나름대로 정해놓은 일주일 한 끼 치팅데이였어요. 제가 먹고싶었던 초밥을 먹으러 초밥 뷔페에 갔습니다. 진짜 눈에 뵈는게 없었어요. 닥치는대로 입에 쓸어담았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식당 밖을 나오자마자 다 토해냈어요. 그 와중에도 살이 찌는게 두려워 억지로 다 토해낸 것도 있구요.
점점 제 몸이 이상해지는걸 느껴요. 몸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구요...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먹방. 음식사진만 보구요.. 살 찔 것 같은 음식은 혐오하는 표정으로 밀어내요. 맘 놓고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 평생을 놓고 봤을 때요..
제가 마음 놓고 맛있는 것을 즐겨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입에 때려박고 말았지.
저, 맛있는 음식 굉장히 좋아해요.. 고기보다 해물을 좋아하고요. 야채도 엄청 좋아해요. 저도 음식을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남들처럼 먹고싶어요.. 라면 하나를 먹어도 칼로리 계산하고 살 찔거 생각 안 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내가 늘 먹던 것처럼 먹고싶어요 지금은 그냥 먹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었어요
요즘은 사실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아요. 음식은 맛으로 먹는건데 짜여놓은 다이어트 식단은 제게 너무 맛없어요 요 며칠 그렇게 굶다가 위가 쓰린 느낌을 받으면 억지로 먹고.. 그래요
저도 사랑받고싶어요 남들처럼 다른 여자들처럼 밝게 웃으면서 맛있는거 먹으면서 수다떨고 "쟤가 먹기전에 내가 한 입이라도 더 먹어야돼!" 이런 생각 안 들고... 그냥 맛있는 티라미수 한 조각 아메리카노랑 함께 달달함을 음미하면서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듯이 잘 안되네요 다이어트를 하다보니 음식에 대한 갈망이 더 진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