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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ystery_9543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0
    조회수 : 2067
    IP : 218.232.***.2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4/08/26 11:16:09
    http://todayhumor.com/?mystery_9543 모바일
    동해에 있는 신선의 섬
    옵션
    • 펌글

    저자를 알 수 없는 조선 말엽의 야담집인 청구야담을 보면, 동해에 있는 신선의 섬에 갔다가 신비한 물을 마시고 200년이 넘는 수명을 얻게 되었다는 전설이 언급되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강원도 고성에 유동지(劉同知)라는 어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은 마을의 친구 24명과 함께 미역을 따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그만 거센 서북풍에 휩싸여 표류하고 말았습니다. 파도와 바람이 워낙 심해서 배는 이리저리 휩쓸렸고, 가지고 온 음식이 떨어져서 그를 포함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삼봉도4.jpg

    그렇게 한참 바다 위를 떠돌던 배는 어느 섬에 닿았는데, 유동지가 정신을 차리자 어느 하얀 옷을 입은 두 명의 사내아이들이 백사장을 지나 자신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냈습니다. 


    “우리의 스승께서 바깥 사람이 반드시 표류하여 이곳 백사장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스승님께 데려가러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두 사내아이들은 허리에 찬 호리병을 꺼내어 유동지와 일행에게 술을 마시게 했습니다. 그러자 오랜 파도에 시달려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있던 유동지 일행은 순간 기력을 되찾고 정신이 맑아져 충분히 걸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삼봉도10.jpg

    두 사내아이들이 안내하는 대로 유동지 일행은 따라갔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초막이었는데, 몸에 헌 솜을 걸치고 피부가 검은 노인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를 본 유동지 일행은 반드시 신선이라 여기고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고, 노인은 “그대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로 왔는가?”라고 물었으며, 유동지 일행은 자신들이 고성 출신의 어부들로 미역을 따러 왔다가 서북풍에 밀려 표류하다 우연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자신도 그들처럼 고성 사람인데 60년 전에 표류하여 여기에 오게 되었다고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의 반가움을 드러냈습니다. 


    노인이 사는 섬은 사방이 깨끗한 모래와 파란 소나무로 가득 찼으며, 가운데에는 금빛 풀이 돋아났고, 드문드문 사람들이 사는 집이 있었는데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고 물을 마시며 살 뿐이었습니다. 노인은 유동지 일행에게 그 물이 경액수(瓊液水)라고 가르쳐 주었는데, 색깔이 젓국 같이 흐렸지만 마시면 곧바로 정신이 맑아졌습니다. 


    유동지 일행이 노인에게 이 섬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노인은 “이곳은 동해의 단구(丹邱)이며, 신선의 땅이라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유동지 일행에게 해가 뜨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어마어마한 높이의 파도가 하늘에 닿고 은 같이 생긴 산이 병풍처럼 솟아나며 그 위로 태양이 떠올라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일출.jpg

     

    일출1.jpg

     

    일출2.jpg

     

    일출3.jpg

     

    노인은 저 산 위가 태양이 떠오르는 근본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유동지 일행은 자신들이 있는 이 단구가 바로 신성한 땅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섬에서 여러 날을 지내다 보니, 유동지 일행은 떠나 온 고향이 그리워졌고, 이 섬에서 계속 지내는 것도 지겨워졌습니다. 그래서 노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바깥세상으로 돌아가 보았자 무엇이 달라지고 나아지겠는가? 그저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살이에 다시 섞이는 것뿐이네. 차라리 조용한 이곳에서 나와 함께 편안히 사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만류했지만, 유동지 일행은 “집에 두고 온 늙은 부모님과 가족들이 생각나서 도저히 여기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습니다.”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이곳의 하루는 곧 인간 세상에서의 일 년일세. 그대들이 여기에 온 지가 거의 50일이 지났으니 아마 바깥 세상에서는 50년이 지났을 걸세. 지금 그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보았자 가족들 대부분은 다 죽고 없을 텐데, 그래도 가고 싶은가?”하고 말했습니다. 유동지 일행은 노인의 말에 당황했지만, 설마 하고 믿지 않아 계속 돌아가고 싶다고 애원했습니다. 


    그들의 간절함을 본 노인은 어쩔 수 없다고 여겨서 하얀 옷을 입은 사내아이 두 명에게 명하여 그들을 배에 태워 고향으로 데려다주라고 말하며, 유동지 일행에게 가는 도중에 마시라고 경액수가 든 병들을 배에 실어 주었습니다. 유동지는 그것들 중 세 병을 몰래 품에 숨겼습니다. 


    두 명의 사내아이와 함께 유동지 일행은 배를 타고 며칠 동안의 항해 끝에 무사히 고향인 고성에 도착했습니다. 헌데 고향에 돌아가고 보니,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그들이 살던 집을 찾아냈는데, 부모는 이미 40년 전에 모두 늙어죽고 아내와 아들도 죽었으며, 지금은 그들의 손자 세대가 살아서 미역을 따러 바다에 갔다가 죽은 조상들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들었습니다. 


    여하튼 고향에 돌아온 유동지 일행은 고향 집에 들어가 살았는데, 다른 두 사람은 예전처럼 불에 익힌 음식을 먹다가 몇 년 후에 죽었고, 유동지는 숨겨온 병에 담긴 경액수만 마시고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아서 평생 동안 아무런 병도 없이 무려 200년 동안이나 건강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67쪽/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2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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