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면 방콕하고 게임이나 하기 마련이지만, 이따금씩은 아무 생각 없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설 때가 있습니다.
그날 역시 적당히 산길을 드라이브하고 있었는데, 앞에 누가 버린 건지 도시락 찌꺼기가 보였습니다.
거기 까마귀가 잔뜩 몰려들어 지나가는 길을 막고 있더군요.
평소라면 서행하며 까마귀들이 물러서길 기다렸겠지만, 그날은 어쩐지 이유도 없이 짜증이 나서 그냥 경적을 울려 쫓아내버렸습니다.
나중에 떠올린 거지만, 이때 놀라 날아가던 까마귀 중 유독 한마리가 나를 째려보더군요.
그로부터 30분 정도 산길을 달리던 와중,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차를 흔드는 충격이 왔습니다.
순간 동물을 치었나 싶어 차에서 내렸지만, 근처에도, 차 아래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 없이 산에서 내려온 뒤, 집으로 가기 전 누나네 집에 들렀습니다.
마중나온 누나는 내 얼굴을 보더니 [아... 뭐, 괜찮겠지.] 라고 걱정 반, 기막힘 반인듯 말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멍청한 동생아, 너 어디서 까마귀 괴롭혔지?] 라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산길에서 앞을 막고 있길래 경적을 울려서 쫓아냈는데.]
[그 중에 카라스텐구가 있었나봐. 네 차에 저주가 내렸다.]
[뭐라고? 아니, 그보다 누나는 그런걸 어떻게 아는거야?]
[아, 그러고보니 말 안해줬던가. 나는 그런게 보인단다.]
아무래도 누나는 중학생 무렵부터 영감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그 무렵에는 "현세와 피안의 교섭자" 라느니, "지불하는 자, 맑게 하는 자, 진정시키는 자의 칙명이니라. 날뛰는 영이여, 나를 따르라!" 라며 떠들어대서 그냥 중2병인 줄 알았는데.
누나의 말에 따르면, 쾅하는 충격은 카라스텐구가 저주를 걸기 위해 차 지붕을 때린 것이라고 합니다.
차가 저주를 받았다니 꺼름칙해서 좀 풀어달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깔끔하게 거정당했습니다.
누나 가라사대, [치명적인 저주도 아닌데다 나는 저쪽 편에서도 감시받는 몸이니까 지금은 멋대로 손대고 싶지 않구나.] 라나 뭐라나.
그날 밤은 무슨 저주가 내릴지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다음날 아침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새똥이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내 차가 마치 새들의 화장실이라도 된 것 마냥 새똥으로 잔뜩 뒤덮여, 출근 전에 세차장을 들러야 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누나 말대로 치명적인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귀찮아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참다 못해 나는 재차 누나에게 도움을 청하려 전화했습니다.
[집 근처 뒷산 절에 카라스텐구를 모시는 신당이 있어. 거기다 공양을 바치고 용서를 빌어보렴. 안되면 미야지마에 있는 텐구님한테 두부를 바쳐야지 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저주를 받아 동티를 맞았으니 이제부터는 누나가 도와줘도 되는 모양입니다.
조언대로 공양을 바치고 용서를 빌자, 다음날부터 새똥은 깔끔히 사라졌습니다.
미야지마까지 안 가도 되서 참 다행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