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점쟁이 겸 점장 대리로 일하고 있던, 15년 전쯤 이야기다.
분명 추석 직전이었던 것 같다.
바의 단골 손님들이 모여 담력시험을 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소는 짐승들의 영산이라 불리는 산.
아직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이었기에, 유사시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휴일날 밤 9시에 출발했다.
앞차에는 A씨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남자 손님 한분,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두분이 앉았다.
뒷차에는 바텐더 형이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내가, 뒷좌석에 여자 손님 두분이 앉았다.
늦은 시간이라 산길에는 아무도 없었고, 순조로이 위령비를 향해 나아갔다.
달빛도 밝고, 가는 길에 전망도 잘 보였다.
산 중턱 근처 접어들었을 때, 바텐더 형이 이상하게 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앞차가 너무 빠르지 않냐? 저렇게 가지 않아도 괜찮은데...]
안전운전을 하기로 이야기를 했던데다, 앞차를 운전하는 A씨는 얌전한 성격이라 누굴 태우고 저렇게 운전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앞차는 쏜살같이 달아나 후미등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산길이라 커브 때문에 그랬나 싶었지만, 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앞차가 시야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산 정상까지는 외길이라 도중에 차를 세울 곳도 없다.
그런데도 뒤에서 따라오던 우리 차가 먼저 도착하고 만 것이다.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꽤 늦게 앞차가 도착했다.
앞차에 탄 사람들도 당황해하고 있었다.
A씨는 당황해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뒤에 있었는데 언제 앞지른거야?]
앞차에서는 계속 뒷차가 보였고, 안전운전을 했다는 것이었다.
A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데다, 차 안에 좋아하는 여자도 같이 타고 있었다.
굳이 위험운전을 해놓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나와 바텐더 형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깜짝 놀랐지!], [여우한테 홀린 거 아냐?] 라며 장난스레 얼버무렸다.
그리고 사람들을 목적지인 위령비로 데리고 가서 기념촬영을 했다.
슬슬 돌아가려고 할 무렵, 바텐더 형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돌아갈 때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몰래 A씨에게 다가가 [돌아가는 길에 뭐가 나올지도 몰라요. 동요하지 말고 태연하게 있으세요.] 라고 말했다.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좋아하는 분을 안전히 모셔다 드려야죠.] 라고 말하니 묘하게 결의를 굳힌 듯 했다.
돌아가는 길도 A씨가 운전하는 앞차가 먼저 출발했다.
아까 전 산 중턱 근처에 접어들자, 뭐가 나왔다.
형이 백미러와 나를 황급히 번갈아 보기에, 나는 뒷좌석에 있는 두 명에게 말을 건네는 척 뒤를 바라봤다.
우리 차를 따라오듯,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사람이 6명 있었다.
다 일본인인 것 같았지만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최근 것 같았다.
6명은 모두 비통한 얼굴을 하고, 우리 차에 도움을 청하듯 손을 뻗고 있었다.
그 6명 뒤로는 수많은 동물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동물 무리에는 개나 고양이는 물론, 소나 말, 곰까지 있었다.
솔직히 나는 뭐라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뒷좌석의 여자 손님 두명은 아무 것도 모른채,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대충 말을 맞추고 뒤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6명 중 맨 뒤에 있던 사람이 동물들한테 따라잡혔다.
동물들은 멈춰서서 낙오한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해, 점차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아직 우리 차를 따라오고 있던 5명이 분명히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동물들은 다시 나타났다.
그 후 동물들은 한명을 삼키고, 다시 따라오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마지막 한명이 사라지자, 동물들은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바텐더 형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합 장소인 편의점에서 앞차와 합류하자, A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무 것도 안 나오던데? 겁을 주고 그래.] 라고 말했다.
왜 앞차를 우리가 앞질러 갔던 건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우리 차를 따라오던 6명은 아마 생전에 동물에게 심한 짓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동물의 영산에서 갇힌채, 용서받을 때까지 그 죽음의 레이스를 반복하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