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삼주기도 지났으니, 아버지와 산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가 정밀 기계 회사를 퇴직하고 2년째 되던 해였다.
퇴직금도 꽤 나왔고, 연금도 들어둔 터였다.
아버지도 이제부터는 인생을 즐기며 여행이라도 다닐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딱 그 무렵, 고등학교 동창에게 투자 사기를 당해 퇴직금의 2/3 가량을 잃고 말았다.
그 친구는 지명수배가 되었지만 그대로 소식이 끊겼고.
원래부터 태국에 살던 사람이라, 경찰도 더 이상 일본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빚을 진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돈을 잃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죄다 날아간 것도 아니고 남아있는 것도 있으니, 아버지가 마음 편히 먹고 노후를 즐기셨으면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심하게 우울해하셨다.
돈을 잃은 것보다도, 어릴 적부터 친하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으리라.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지, 집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계시는 일이 늘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산에 다녀오마.] 라고 말을 꺼냈다.
왠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제껏 여행은 종종 다니셨지만 해외 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오는 게 대부분이었고, 등산이 취미인 분도 아니었으니까.
나도, 어머니도 혹시 자살을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마침 아버지가 등산을 가겠다는 날은 내 휴일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어쩐지 복잡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한동안 생각하더니 [그러거라.] 라고 대답하셔서, 내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버지가 말한 목적지는 근처 현이라 꽤 시간이 걸리지만, 산에는 오후 4시 넘어서 들어가야 한다기에 점심이 지나서 출발했다.
3시간 정도 지나 그 마을에 도착했다.
굉장한 시골이었다.
마을 변두리까지 와서, 숲 앞 작은 신사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조금 의외인 것은, 거기 다른 차가 수십여대 세워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고급 외제차도 꽤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숲에 들어가 한동안 걸었다.
걷는 사이에도 아버지는 침묵을 지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제까지 산에 가는 목적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나는 적어도 산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마츠가야마.] 라고 툭 대답했다.
한시간 남짓 걷자, 등산로의 입구 같은 좁은 길이 나왔다.
거기에는 금줄 같은게 쳐져 있고, "사유림에 무단 입산 금지." 라는 간판도 세워져 있었다.
간판 위쪽에는 새빨간 글자로 범어 같은 것이 써 있었다.
6월이라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밝았다.
산은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등산로에는 낡은 나무 판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다 경사도 높지 않아 오르기는 쉬웠다.
예순 넘은 아버지도 그리 숨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니까.
10분 정도 오르자 앞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여자 둘인 것 같았다.
따라잡고 보니,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와 그 어머니인 듯 했다.
어머니 쪽은 상복 같은 양복을 입고, 힐을 신고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이 많아보였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않고 그 두 사람을 지나쳐갔다.
나는 슬쩍 몸을 기울여 [먼저 가겠습니다.] 라고 작게 말한 뒤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그 두 사람 역시 침묵을 지킨채 뒤를 따라 올라온다.
20분 정도 더 가자, 덤불을 베어 만든 것 같은 공터가 나왔다.
아직 산 정상은 아니었다.
거기 있는 큰 나무를 지나치자, 동굴 입구가 보였다.
신장대가 붙은 금줄이 위에서부터 쳐져 있었다.
높이 3, 4m 정도 되는 곳에 움푹 패여 있어, 안은 꽤 깊어 보였다.
어슴푸레하게 동굴 안쪽 깊은 곳에 사람 모습이 보였다.
몇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여기서 기다려라.] 라고 말한 뒤, 동굴로 들어갔다.
내가 근처 썩은 나무 밑동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이, 아까 그 모녀가 도착해 동굴로 들어갔다.
40분 정도 기다리는 사이, 8명 가량이 동굴에서 나왔다.
나이대는 다양했고, 여자도 둘 있었다.
어느 사람이던 흰 옷감으로 싼 상자를 소중한 듯 손에 들고 있었다.
곧이어 아버지가 나왔다.
역시 흰 옷감으로 싼 상자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나오자마자 내 얼굴을 보더니, 아버지는 [...겨우 하나 끝났다.] 라고 말했다.
내가 [그 상자는 뭔데요?] 라고 물어도 아버지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느덧 날은 꽤 저물었기에, 서둘러 산을 내려와 차를 탔다.
아직도 차는 몇대 남아있었다.
아버지는 뒷좌석에 앉아, 소중한 듯 상자를 안고 아무 말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대로 2층 다락방에 틀어박혀 식사도 방 안에서 하게 되었다.
그 대신인지, 밤에는 빈번히 밖을 드나들게 되었다.
게다가 방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밤 9시쯤 집을 나서서, 12시가 넘어 돌아온다.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발과 손은 진흙투성이라 언제나 돌아오면 손을 열심히 씻곤 했다.
어느날, 드물게도 아버지가 문을 열어놓고 나가서 방을 슬쩍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책상 위는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그 위에 불교풍도, 신토풍도 아닌 제단이 세워져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고대풍이라는 느낌으로, 주변에는 흙인형 같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 그 흰 옷감의 상자가 있고, 상자 앞에는 10cm 정도 되는 가는 뼈가 쌓여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상자를 슬쩍 들어올려봤다.
상자는 의외로 무겁고, 어쩐지 미지근했다.
흔들어봤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찰흙 같은 게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귀를 대어보니 희미하게 [두근, 두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아래에서 아버지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나는 담배를 피우러 집밖에 나왔다.
귓가에서 [너, 그 상자에 손댔지?]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겁해서 돌아보니 아버지가 서 있었다.
[괜찮다. 이제 다 끝났으니... 이걸로 전부 끝났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는 아직 60대인데도 비틀비틀 몸조차 못 가누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 뒤, 신문에 아버지를 속인 친구가 해외에서 죽었다는 기사가 났다.
자세하게 써 있지는 않았지만, 칼을 맞았다고 했다.
그 후 경찰도 집에 찾아왔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돈도 찾지 못했다.
6년 뒤, 아버지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문득 의식이 돌아온 것처럼 눈을 떴다.
나는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다.
[아버지, 그때 그 마츠가야마는 뭐하는 곳이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코에 산소관을 꽂은 채 조금 웃었다.
[마츠가야마가 아니라, 순서가 다르다... 낡은 유적... 나머지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마.]
떠듬떠듬, 겨우 그렇게만 말하고 아버지는 잠자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흘 뒤,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