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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ystery_9520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4
    조회수 : 2770
    IP : 218.232.***.2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4/05/16 00:24:36
    http://todayhumor.com/?mystery_9520 모바일
    고대 그리스의 역사 왜곡?
    옵션
    • 펌글

    무릇 역사를 정확히 기록하고 또 그것을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원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누구나 자기한테 불리한 사실은 잘 거론하지않거나 숨기려 거짓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역사 왜곡 논쟁은 비단 현재 뿐만 아니라 아득히 먼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200년 전인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를 충격에 빠뜨리게 한 델포이 신전 약탈 사건이 그것입니다.  


    델포이 신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언의 신인 아폴로를 모신 곳이었는데, 모든 그리스인들로부터 신성시되는 장소였습니다.

    델포이 신전.jpg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오래 전부터 델포이의 신전으로 가서 아폴로를 섬기는 사제들한테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아는 대가로 황금과 은 같은 보물들을 제물로 바쳐왔습니다. 그러니 델포이의 신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보물 창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델포이의 신전에 보관된 엄청난 양의 보물을 노리고 쳐들어온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켈트족이었습니다. 


    백인종에 속하는 켈트족은 현재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같은 서유럽 지역에 넓게 살았는데 부족 연맹체 수준에 머물렀지만 기원전 390년에는 로마를 공격해 7개월 동안이나 점령할 만큼 사납고 용감한 전사들이었습니다. 

    켈트족 전사1.jpg

     

    켈트족 전사2.jpg

     

    켈트족 전사3.jpg

    그리고 켈트족은 기원전 280년 약 8만 5천 명의 전사들을 모아 델포이의 신전에 보관된 황금을 노리고 그리스를 침공하였습니다. 


    이들의 앞을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왕국이 막아섰지만 기원전 279년 1월에 벌어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 군대가 패배하고 국왕인 케라우누스는 켈트족들한테 붙잡혀 처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켈트족들은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 테르모필레 골짜기에서 그리스 연합군을 물리쳤고, 마침내 델포이의 신전으로까지 쳐들어갔습니다.  


    헌데 여기서 다소 이상한 기록이 등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지리학자이자 역사가인 스트라보의 주장에 의하면, 켈트족들이 델포이 신전을 약탈하려는 순간 아폴로 신이 나타나서는 자신에게 바쳐진 황금을 빼앗으려는 켈트족들을 상대로 지진과 천둥 번개를 일으키며 경고를 했고, 이러한 천재지변에 겁을 먹고 놀란 켈트족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싸우느라 많은 수가 죽었고 침략군의 대장인 브렌누스도 그런 혼란 속에 죽는 바람에 켈트족들은 결국 황금을 전혀 빼앗지 못하고 간신히 살아남아 북쪽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켈트족 전사4.jpg

    하지만 이러한 기록은 다분히 의심스럽습니다. 현실에서 신이 직접 나타나 천재지변을 일으킨다는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로마인 역사가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켈트족의 델포이 신전 침공으로부터 174년 후인 기원전 105년 무렵, 로마 장군인 퀸투스 세르빌리우스 카에피오는 갈리아 남부의 마을인 톨로사(프랑스 남부 도시인 툴루즈)에 살고 있던 켈트족들이 성스럽게 여기던 신전에 보관된 1만 5천 탈란트(99만 파운드) 어치나 되는 엄청난 양의 황금과 은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켈트족의 황금 유물1.jpg

     

    켈트족의 황금 유물2.jpg

    카에피오가 톨로사의 신전에 있는 황금과 은을 보고 놀라서 “저 황금들이 어디에서 났느냐?”라고 현지의 켈트족 주민들한테 묻자, 그들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그리스로 쳐들어가서 빼앗아온 것들인데, 신들한테 제물로 바치기 위해 신전에 보관해 두었다.”라고 대답했고, 그래서 카에피오는 병사들을 시켜 황금과 은을 모두 신전에서 꺼내어 로마로 가져가려다가 도적들한테 모두 빼앗겼다고 합니다. 


    이런 일화를 본다면 켈트족들이 델포이 신전으로 쳐들어가 그곳을 지키며 저항하던 성직자들을 죽인 후, 신전에 보관된 황금을 모두 빼앗아서 수레에 싣고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그 중 일부가 갈리아의 톨로사 신전에 가서 약탈 원정의 성공을 기념하는 뜻에서 신들한테 황금과 은을 제물로 바쳤다고 보는 편이 가장 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트라보의 기록은 다분히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봐야 옳습니다.  


    그리스인인 그로서는 미개한 야만족이라고 깔보던 켈트족들한테 그리스 군대가 연전연패하고 게다가 그리스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던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까지 모조리 약탈을 당했다는 일이 무척이나 수치스러워서 그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엉뚱하게 아폴로신이 나타나 켈트족들을 쫓아버렸다고 거짓 기록을 남긴 것이 아니었을까요? 

    출처 흙의 전쟁/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5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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