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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색언론이란?
황색언론이란 한 마디로 말해 언론이 정확한 정보전달이라는 기능을 망각하고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싣기 바쁜 상태를 지칭한다. 황색언론은 미국의 언론 역사가 겪은 대표적인 흑역사인데, 당시 기사는 사실에 기반한 게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령 뉴욕에서 어느 여자가 아이와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된다면, 황색언론은 사실관계나 조사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뉴욕의 어느 여성이 아기 아이를 기관총으로 난사하고 본인도 자살했다’고 소설을 써서 올려버린다. 이 예제는 내가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 실제 사례다. 이런 찌라시, 쓰레기 언론의 상태를 황색언론이라고 부른다.
2. 미국 황색언론의 탄생 배경.
지금이야 한국이든 미국이든 메이저 신문사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황색언론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 미국의 언론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문사는 제각각 칼을 뽑아 든다. 스포츠와 연예 섹션이 생겼고, 사진을 앞세운 컬러 인쇄와 만화연재도 이 때 들어섰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본가들은 돈을 무지막지하게 풀었고 신문가격도 무진장 떨어져 이 당시 신문은 지금 시세로 10원이 되지 않았다. (대신 신문광고 개념이 생겼다.)
여기까지만 하면 시장경쟁에 의한 비교적 바람직한 발전으로 보일 텐데, 문제는 뉴욕저널과 뉴욕월드라는 두 신문사가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둘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서서히 시장을 점령해 미국의 양대 신문사로 등극하더니 경쟁이 과열되자 급기야는 서로 소설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황색언론의 탄생이다.
3. 황색언론의 멸망과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전문언론)의 탄생.
황색언론은 어쨌든 자극적이기 때문에 한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했다. (황색언론의 유일한 장점은 사람들이 많이 읽는 서민적인 신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점차 소설만 써대는 언론에 지쳐 하나 둘씩 등을 돌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설 안 쓰고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언론’을 슬로건으로 건 뉴욕타임즈가 등장, 황색언론의 시대는 결국 막을 내린다. 이렇게 황색언론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현대적인 언론을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한국어 번역 명칭은 정확히 통일되어 있지 않은데, 본문에서는 ‘전문언론’이라고 지칭하겠다.
4.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현주소: 그 황색언론과 전문언론의 애매한 경계에서.
황색언론의 정의를 다시금 짚어보자. ‘언론이 정확한 정보전달이라는 기능을 망각하고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싣는 상태’라. 동방 어느 나라 언론의 현주소와 참 닮았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라는 게 나오면서 판매부수 보다는 기사 조회수를 올리기를 지향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근본적으로는 같은 상태다. 물론 (마찬가지로 인터넷 때문에) 예전처럼 대놓고 소설은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도’ 최대한 선정적으로 보도하라는 규칙은 여전하다. 여기에 사실관계 확인에 앞서 일단 남들보다 먼저 보도하고 보자는 마인드, 그러한 언론의 기능상실에 지쳐 등을 돌리는 대중까지. 황색언론의 특징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저널리즘은 지금 언젠가 흑역사라고 회자될 황색언론 시기를 거치고 있다. 물론 그 옛날의 막장 황색언론과 동급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언론의 현주소가 황색언론과 전문언론 사이의 그 어디쯤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5. 어째서 황색언론이 되었는가?
미국에 황색언론이 도래한 배경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황색언론화’도 크게 놀랍지는 않다. 당시 미국은 인쇄기술이 발달하며 온갖 신문사가 난립하였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인터넷이라는 혁명적인 매체를 통해 온갖 신문사가 난립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언론사가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판매부수를 1부라도 올려야만 했다. 판매부수가 많아야 광고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조회수를 1건이라도 올려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그래야 광고료가 오르고, 기자도 원고료를 더 받는다.
이렇게 흡사한 배경 속에서 언론사들간의 경쟁을 넘은 기자들간의 경쟁의 되었고, 하루에도 수백, 수천, 수만 건씩 쏟아지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언론이 황색화 되는 것은 어쩌면 보도윤리의 포기를 운운하기에 앞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여기에 ‘언론’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게 많이 생겨난만큼 군소언론 소속의 기자들도 많아진 것도 한몫 한다. 절대다수의 언론은 ‘탐사보도’ 내지는 ‘심층취재’는 절대 하지 않고 다른 언론의 정보를 받아다 전달하는 데 그친다. 탐사보도 같은 건 돈과 시간과 노력만 잡아먹고 그에 걸맞은 수익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기피대상이 되었다. 반대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가 유행이고 네티즌은 ~~~반응을 보였다’로 대표되는 일명 양산형 기사는 돈도 시간도 노력도 불필요하지만 어쨌든 그 유행어를 끼워 넣음으로써 어느 정도의 조회수가 보장된다. 그러니 기자로서의 양심만 포기하면 저작권이고 나발이고 무시하고 어디서 짤방같은 걸 퍼와서 ‘깜짝’, ‘충격’, ‘경악’, ‘멘붕’, ‘헉’ 등의 단어를 적당히 섞어 기사를 써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게다가 사람이 많아지면 병신도 많아지는 법이라고, 기자윤리에 앞서 인간윤리조차 포기한 소위 ‘기레기’도 많이 유입되었다. 이들은 기자로서의 교육이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은 물론 그 놈의 직업정신 앞에서 휴머니즘조차 상실하여 싸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 ‘취재’를 단행하고 그에 어울리는 자극적인 제목을 선정한다. 그렇기에 방금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에게 ‘친구가 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마이크를 들이댈 수 있는 것이고 연예인이 쓰러져 1분 1초를 다투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데 병원 입구를 가로막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릴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 훌륭한 언론인도 많고 대다수는 적어도 정상적인 취재를 하는데도 이런 기레기들이 워낙 어그로를 끌고 있어 실제보다 과장되어 보이고 있기는 하다.
6. 자체적인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전문언론의 딜레마.
그렇다면 보도윤리를 확실히 잡고 언론사마다 기강을 다져 윤리적이고 정정당당한 전문언론으로 거듭나면 되지 않겠느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또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전문언론도 여러 가지 맹점이 많다. 전문언론의 한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까기로 하고, 여기서는 본문의 맥락에 맞는 딜레마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전문언론의 최대 약점은, 신문의 개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즉, 모든 언론사가 언론윤리에 입각해 철저하게 검증된 사실만을 보도한다면 결국 모든 언론의 내용은 같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론적으로 대중은 딱 하나, 많아야 (교차검증을 위한) 두 언론사 정도만을 필요로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장 메이저한 언론사만 살아남고, 잡다한 신문사는 망하거나 몸집을 줄이고 지역신문으로 전환해야만 한다.
사실 이 과정은 황색언론 전후로 하여 난립했던 미국의 신문사들이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그 밖에 몇몇 정도로 정리된 사유이기도 하다. 전문언론은 결국 독점 내지는 과점체제로 반드시 굳어질 수밖에 없는 이 시스템이 바로 전문언론의 딜레마다.
대한민국은 언론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딱히 거창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과점체제로 진입하였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힘입어 언론사 춘추전국시대에 진입했고 그 결과가 황색언론이다. 언론은 신용을 잃어가고 있고 이에 대한 반발로 대대적인 언론혁신 바람이 불어 전문언론이 정착한다면? 미국이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해, 다시금 과점체제로 들어서는 것 뿐이다. 이는 달리 설명하면 지금의 온갖 찌라시와 기레기를 양산하는 언론사가 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언론의 수치가 사라지는 것은 대중에게도, 국가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문을 닫게 생긴 언론사 국장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전문언론을 기피하면 기피했지, 지향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7. 해결방안: 관심병자에게 관심을 주지 마세요.
결국 황색언론을 퇴치하려면 근본으로 되돌아가 왜 황색언론이 탄생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황색언론은 언론사들의 과도한 ‘이목 끌기’ 경쟁에 의한 부작용이다. 시쳇말로 관심병이다. 관심병자에 대한 처방은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그런 찌라시 언론과 기레기들의 기사에 대해 아예 관심을 끊어야 한다. 미국에서 황색언론이 멸망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뉴욕타임즈의 출범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사람들이 점점 황색언론을 불신하고 떠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낚여 클릭하고, ‘뭐야 이 기레기는!’하고 분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조회수가 판매부수나 마찬가지인 현대 인터넷 언론의 특성상, 그건 옛날로 치자면 신문 1면에 낚여 신문을 사고, 신문을 다 읽은 뒤 분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신문값을 받았고 판매부수를 올렸으니 분노하든 말든 별 상관 없는 것이다. 그나마 그 땐 ‘다음엔 안 낚인다’는 마인드로 같은 신문을 다시는 안 살 수라도 있었지만, 거의 제목만 노출되는 요즘의 인터넷 언론은 그마저도 어렵다. 결국 무관심만이 답이다. 관심병자에게 관심을 주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미드 ‘뉴스룸’의 장면을 링크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그것을 앞다투어 보도하는 언론사들. 그 대세에 휘말리지 않고 ‘올바른’ 보도를 하는 주인공 뉴스 팀. 우리시대 언론의 문제점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했다.
출처 | 출처 : EBS영상 http://www.ebs.co.kr/tv/show?prodId=352&lectId=10170448&gnbVal=1&pageNum=105&srchType=&srchText=&srchYear=&srchMonth=&playListState=desc&playAlertState=alertOff&vodProdId= 하위글 출처 : 애오라지닷컴 기레기와 찌라시의 전성시대. 어째서 우리시대 언론은 황색언론이 되었는가? http://aeoraji.com/?p=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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