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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4994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15
    조회수 : 2473
    IP : 182.221.***.185
    댓글 : 37개
    등록시간 : 2017/08/21 06:53:40
    http://todayhumor.com/?panic_94994 모바일
    [단편] 섹스돌 1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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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div> <div>시키지도 않은 경품이 택배로 왔다. 뭐지, 이 커다란 박스는? 혼자 사는 집에 이만한 짐을 놔두다니, 민폐잖아.</div> <div>아마 인터넷 설치를 했다고 주는 변변찮은 경품일 것이다. 도대체 뭐가 온 거야? 나는 커터칼로 포장 테이프를 무분별하게 베었다.</div> <div>박스 안의 내용물에 칼이 닿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짜증이 밀려와서 신경쓰지 않았다.</div> <div>마침내 포장 테이프를 다 뜯고 박스를 열어보았을 때 나는 악 하는 조그만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div> <div>박스에는 여자가 기절한 채로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까 커터칼의 저항을 기억하고 등골이 서늘해졌다.</div> <div>여자를 보니 팔에 선명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커터칼의 상처 그대로 말이다. 커터칼을 보았다. 피가 묻어 있었다.</div> <div>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지? 그 때 몇 년 전에 보았던 뉴스를 기억할 수 있었다. "섹스돌의 합법화" 2025년 이었던가.</div> <div>이후로 별 관심이 없어서 신경을 끄고 살았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섹스돌인가? </div> <div>혹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작은 소리로 불러보았다.</div> <div>"저기요."</div> <div>답이 없다.</div> <div>"괜찮으세요?"</div> <div>그녀를 팔을 살짝 흔들어보았다. 물컹했다.</div> <div>"일어나세요."</div> <div>숨을 쉬는지 궁금했다. 그녀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코가 예뻤다. 숨을 쉬지 않았다. </div> <div>죽은 것일까? 아니면 섹스돌인 것일까? 사람이 죽었다면 부패가 일어났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의학 상식이니까.</div> <div>그녀의 피부에 코를 대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부패하는 냄새가 있는지 말이다. 살냄새가 났다.</div> <div>진짜 사람인가? 그렇다면 팔에서 흐르는 피는 진짜?</div> <div>나는 좀 더 확신하기 위해서 피부를 만져보려고 했다. 아까 느꼈던 물컹함이 정말 진짜 같았기 때문이다.</div> <div>그녀의 팔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진짜 같다. 나는 그녀의 팔을 가까이서 봤다. </div> <div>팔에 난 솜털, 피부 아래의 혈관.</div> <div>나는 팔을 더 강하게 움켜쥐어 보았다. 근육 아래의 뼈가 느껴졌다. 그리고 여전히 흐르고 있는 피.</div> <div>"악!"</div> <div>사람. 사람이다. 이게 어떻게 인형일 수 있을까? 나는 무서워졌다. 시체가 배달되다니. 어쩌지?</div> <div>그 때 그녀에게 가려 보이지 잘 보이지 않던 공책 같은 게 보였다. 혹시 설명서인가? </div> <div>저게 설명서라면 이 여자는 섹스돌인 게 분명하겠지. 제발. 나는 공책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보이는 글자.</div> <div> </div> <div>[섹스돌 사용 설명서]</div> <div> </div> <div>안심이다. 역시 사람이 아니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하지만 그녀를 만지던 감촉과 진짜 같은 피부가 떠올랐다.</div> <div>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박스에서 꺼내보았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div> <div>그리고 얇은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눕혀놓았다. 편안하게.</div> <div>그녀는 딱 붙는 청바지와 하얀 민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긴 생머리였다. 얼굴은 예뻤다.</div> <div>나는 아직도 이게 섹스돌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div> <div>손목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맥박이 뛰지 않았다. </div> <div>목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맥박이 뛰지 않았다.</div> <div>가슴에 손을 눌러보았다. 물컹했다. 맥박이 뛰지 않았다.</div> <div>내 진맥기술이 잘못됐나 싶어 스스로 손목의 맥박을 재보았다.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div> <div>나는 다시 그녀를, 아니 이것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인형일 수 있지? </div> <div>그녀의 손을 잡아서 손등을 보았다. 아주 가깝게 피부를 관찰했다. 잔주름이 보였다. </div> <div>나는 내 손등도 보았다. 내 손등의 잔주름은 여자의 것보단 투박했다. 아무래도 난 남자니까.</div> <div>그녀의 손바닥을 보았다. 지문, 주름, 혈관, 피부 아래의 홍조. 어떻게 이렇게 진짜 같을 수 있지?</div> <div>내 손바닥도 보았다. 오히려 내 손바닥이 가짜같았다. </div> <div>그녀의 다른 부분을 관찰해보았다. 옷을 벗기진 않았다. 인형이라고 해도 그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div> <div>그녀의 드러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하고 얻은 결론은, 그녀는 단 하나의 상처도 없다는 점이었다. </div> <div>그녀는 완전 무결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왼팔의 불주사 자국만 빼고. 그녀의 불주사 자국을 만져보았다. 진짜였다.</div> <div>나는 그녀를 눕혀두고는 다시 사용설명서를 읽어보았다.</div> <div> </div> <div>[... 가짜 혈관을 가지고 있어서 상처를 입을 경우 최대 50ml의 가짜 피를 흘릴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div> <div>[... 팔에 있는 불주사 자국은 제품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제품 손상이 아니오니 고객님들 께서는 안심하시고...]</div> <div> </div> <div>그래. 가짜로군. 가짜였어. 하지만 너무 진짜 같잖아. 소름 끼칠 정도로.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봤다.</div> <div>예뻤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 연예인 있잖은가. </div> <div>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거의 끌리지 않는 그런 얼굴. 아무리 봐도 가슴이 뛰지 않는 얼굴.</div> <div>그냥 예쁜 조각상 같은 얼굴. 나는 작고 아담한 스타일이 좋은데. 그런 얼굴의 섹스돌이 왔으면 좋았을걸.</div> <div>하지만 그런 인형이 왔어도 소름끼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너무 진짜 같았다. </div> <div>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섹스돌을 감추고 싶었다. 내가 자고 있으면 인형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무서운 상상이 들었다.</div> <div>그 정도로 사람 같았다. '사람 같았다'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이건 그냥 사람이었다.</div> <div>나는 장롱속에 황급히 그녀를 쑤셔 넣었다. 하지만 아프지는 않을 정도로. 아니,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div> <div>그리고는 장롱을 꽉 닫았다. 혹여나 실수로 열리지 않게 장롱을 잠가놓았다.</div> <div>나는 어서 이 무서운 인형을 집밖에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커다란 쓰레기 봉투를 사야 하는데... 또 돈이 나갈 형편이었다.</div> <div>집세도 만만치 않고 생활비도 부족한데... 나는 중고 사이트에 이걸 팔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div> <div>시세는 중고가 60만 원이었다. 큰 돈이었다. </div> <div> </div> <div>[섹스돌 팝니다. 인터넷 경품으로 받았습니다. 진짜 실물같아서 무섭네요. </div> <div> 포장 뜯다가 팔에 상처났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ㅠㅠ</div> <div> 차가 없어서 직접 가져가서야 합니다. 지금 잘 거라서 위에 번호로 문자 주세요. </div> <div> 상처난 거 감안해서 45만 원에 팝니다.</div> <div> *불주사 자국은 본래 제품에 있는 것임*                                       ]</div> <div> </div> <div>그렇게 글을 쓰고는 피곤해서 곧바로 잠들어버렸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일어나니 밤 12시였다. 어차피 현재는 백수니까 밤낮이 바뀌어도 괜찮다.</div> <div>나는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확인했다. 문자가 한 통 와있었다.</div> <div>[팔렸나요? 새 제품이죠?]</div> <div>나는 답장 문자를 작성했다.</div> <div>[안 팔렸습니다. 새 제품이에요.]</div> <div>그리고 문자를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누르지 않았다.</div> <div>그러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나는 뒤돌아서 장롱쪽을 보았다. </div> <div>내가 전혀 끌려하지 않는 예쁜 얼굴이 저 장롱 안에 있을 것이다.</div> <div>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보았다. </div> <div>[팔렸나요?]</div> <div>안팔렸죠 아직...</div> <div>[새 제품이죠?]</div> <div>새 제품? 이상한 말이다. 나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다시 장롱 쪽을 돌아보았다.</div> <div>그 인형의 솜털과 혈관과 물컹한 살과 그 안에 있는 뼈의 단단함이 다시 떠올랐다. </div> <div>내가 끌려하지도 않고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얼굴, 정말 예쁘고 진짜보다 진짜 같은 얼굴이 떠올랐다.</div> <div>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서 천천히 장롱으로 향했다. 나는 장롱의 잠금을 찰칵하고 풀었다.</div> <div>그리고 나는 장롱 문을 천천히 열었다. 문 사이로 인형이 보였다. 그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똑바로 뜨고. </div> <div>나는 너무 놀라서 문을 쾅 하고 닫고는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잘 시간이란 것조차 잊어버린 채.</div> <div>인형은 분명히 눈을 감고 있었는데.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묻어가자의 꼬릿말입니다
    재밌으면 이어쓸게유 야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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