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살던 부모님집이 두채였어요 안채랑 바깥채
안채에서만 살고 바깥채는 빈집으로 놔두고 있었죠
제가 고등학교때 안채를 허물고 새로 집을 짓기 위해 잠시동안 바깥채 산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야깁니다
당시엔 중국 영화가 대세였던 시절이었어요
저도 좋아하는 중국배우가 있었고
광적으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잡지 부록으로 얻은 브로마이드에는 중국인 배우의 상반신 사진이 있었죠
그게 딱 잠자리 누우면 맞은편 보이는곳에 붙여 두었었거든요
어느날 밤에 불을 끄고 잠을 자려는데...
잠이 안오고 눈만 멀뚱멀뚱 한거에요
시골이라 밖에는 별빛밖에 없고 그래서 방안은 컴컴한데 이게 어둠에 익숙해지면 차츰 사물이 보이잖아요
근데 맞은편 벽에 붙은 브로마이드에 배우 얼굴이 뭔가 이상한겁니다
(아 갑자기 쓰고 있는데 그때 기억나서 또 소름돋음 ㅡㅡ;)
가만 있어야 할 얼굴이 나를 막 내려다 보면서 입을 뻥긋뻥긋 하면서 뭐라 뭐라 말하는것 같이 보였습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하더군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더 크게 뜨고 똑바로 봤습니다 내가 잘못 본것일꺼야 라고 생각하면서
근데 여전히 날 보면서 웃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고 이러저리 기괴한 표정을 짓는거에요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들렸다면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어요
"우왁 으캭 으야약약 크약 ~...." 그런 표정
등에는 땀이 홍건해졌고
바로 불을 켰습니다
불을 켜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더군요
바로 뜯어내고 갈기 갈기 찢어서 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방안에 연예인 얼굴 같은건 붙이지 않았어요
눈에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등골서늘한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이글 쓰는 지금도 그때가 상기되서 다시 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