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시절이었습니다.
푹푹찌는 여름날씨에 집중이 되지않아 독서실을 등록하고 공부를 하고 있었죠.
재수생활이라는게 단조로움의 극치인지라 아침 8시까지 학원가서 오후6시에 독서실로 출발.. 새벽 2시에 집으로 가는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당시 저희집은 한옥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옛날 골목집이었는데(응팔에서 나오는 주인공들 골목길 생각하면 딱 맞을듯..)
새벽이면 가로등 몇개 불들어와 있고 사람 인기척도 없는 조용한 골목이었죠.
그날도 별일 없이 골목길 들어서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날따라 골목 중간에 위치한 어떤집 창문을 열고 왠 여자애가 고개를 내민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단발머리에 저보다 두세살 어려보이는 그냥 평범한 여학생? 같은 분위기.. 집이 단층집이라 창문이래봤자 제 머리 바로위에 위치하고, 골목도 좁았던지라 얼굴 생김새며 정확히 보고 지나쳤던것 같습니다.
도심이라 하늘 쳐다봤자 별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하늘을 뭐그리 대단하다고 쳐다보는지.. 그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몇발짝 지나치던 찰나..
전 그냥 그자리에서 그냥 굳어버렸죠.. 네.. 말그대로 그냥 굳어버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뛰어갈 수도 없고 그냥 멈춰서 정면만 바라보다가 가까스로 뒤를 돌아봤습니다.
내가 본게 정확한건가? 혹시 피곤해서 잘못본건가? 뒤돌아보는 그 몇초동안 정말 수십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쳤던것 같습니다.
제가 본게 잘못본게 아니더군요.
창문은 방범창이었어요... 기둥 간격이 5cm나 될까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