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백수라 음슴체..
우리 부모님 두분다.. 초졸 이심...
거기다. 기계치에, TV 사용 설명서도 읽지를 못해..
자식들에게 사용법을 물어야 하시는 분들임...
여튼, 10여년 전임...
내가 대학교 다니다가 군대가게 될 시기가 되었음.....
어느 날 부모님이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계셨음...
우리 아버지가 거래처에 돈붙일 곳이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심부름을 부탁하셨었음...
하지만, 낮에 바빠서 돈붙이러 못 가셨음...
은행이 거리가 멀어서 24시간 ATM 기로 붙이려고 해도..
시간이 아슬아슬 했음...
아니 부모님이, ATM기 사용법을 모르셔서 더 난감했음...
우리 아버지 발을 동동 구르셨음...
나름 신용을 하늘같이 믿으시는 분이라....
오늘 당장 붙여줘야 할 돈을 못 붙였다고..
두분 티격! 태격!
그걸 보고 있는 나는 머리를 글적이며, 시계를 바라봤음.. 저녁 9시 반쯤이었던 걸로 기억함...
당시엔 10시 이후로는 송금이 불가능 하니..... 30여분 가량 남았음...
아버지한테 물어봤음.. 붙여야 할 돈이 얼마냐고?
우리 아버지 다짜고짜 버럭 화내심...
"돈이 므가 중요하노, 지금 은행가도 붙일까 말깐데....."
울 아버지 삐져 계셨음...
그래서 말했음...
"얼마 안되는 돈이면 제가 지금 붙여 드릴게요"
라고 말했음...
울아버지 "어떻게? 시간이 몇신데..@#$^@#$^ 차타고 뛰가도 은행도 못가겠구만 !@#$% 버럭! 버럮!!"
나 "인터넷으로요"
아버지 "머? 인트? 머?"
나 "컴퓨터로 보낸다고요... 아! 얼만데요?"
나도 승질을 내버렸음...
우리 아버지 폰뱅킹도 모르시는 분이라... 설명하기 힘들고 여튼......
거실에 있는 컴퓨터 키고 앉았음.....
당시 내 통장에 100여만원 가량 있었는데, 다행이 붙여야 할 돈도 그정도 였음...
금액이 맞으니....
일단 인터넷 내 통장에 있는 돈으로 거래처에 대신 돈을 붙이는 걸 보여드림....
우리 아버지 입을 딱! 벌리셨음....
은행 안가고, 이 저녁에 집에서 앉아서 랄라~ 룰루~ 여유롭게 돈을 붙이는 걸 보고
신세계다 싶었던 것 같음...
2000년 이후에는 모든 가정이 유비쿼터스화 되어 로보트가 가정일을 대신 하긴 개뿔.....
공사장에서 목수 일을 여지것 하시는 아버지에겐 컴퓨터로 돈을 붙이는 일 자체가 신기했던 것 같았음...
암튼, 내 통장에 빠져나간 돈은 다음 날 아버지에게 직접 받았음....
여튼, 그날 이후로, 우리 아버지 나에게 몇번 부탁을 더 하심...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송금해드리고 다시 받고를 반복했음...
근데, 아버지가 어느날 말하셨음...
지금은 너라도 집에 있지만, 나중에 너 군대가고 나면 우얄꼬?
하셨음.....
"일단, 니 한테 매번 부탁하는 것도 한두번이고, 니 군대가고 나믄, 또 돈 붙이는것 때문에, 맨날 저녁마다
니 엄마랑 싸울 수도 없고... 이 참에 내 통장들도 죄다 인터넷 뱅킹 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라고 하시고는 날잡아서 아버지가 거래하는 모든 은행을 돌아다니며, 인터넷 뱅킹 신청을 다 했음...
근데, 문제는 우리 아버지가 컴맹이셨음......
키보드에서 낫놓고 ㄱ 자도 못 찾으시는 분이셨음....ㅎㄷㄷ
일단은, 내가 당장 입대 날자가 얼마 안남아서... 컴퓨터 가르쳐 드리기도 머하고 해서..
누나한테 인터넷뱅킹 사용법 대강 가르쳐 주고... 입대했음...
여튼, 이걸로 아버지가 퇴근하고 여유시간에 돈 붙이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이었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했음...ㅡ_ㅡ;;
우리누나들이 좀 싸가지가 없었음...
나 군대가 있는 동안... 우리 아버지는 돈 붙일 일만 생기면, 누나들 눈치를 보셨음.....
모모야~ 라고 누나를 부르는 순간부터 누나들은 매우 귀찮아 했다함..
귀찮아 하면서.. 나중에요~ 나중에요~ 하다가 인터넷 뱅킹 마감 시간 직전까지
애를 태울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함...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그랬다고 함...
"내가 지들 대학공부까정 시켜줬는데 가스나들...... 지들은 배워먹었다고 고거 하나 귀찮다고 싫다카고.....
이래서 공부시켜봐야 다 소용없다. 다 필요없다...."
.여튼, 나 군대 있는 동안, 휴가라도 나오면, 제일 반색하셨던 건, 우리 아버지 였음..
나 오면 항상 아버지가 꺼내 무는건... 거래처 송금 리스트 였음....ㅎㅎ
여튼, 이래 저래 나 전역하고... 한동안 가스나들 눈치 안보고 돈 송금할 수 있겠다 한 것도 잠시..
내가 다니는 대학이 타지역이어서 떨어져야 했음...
우리 아버지 이를 우야면 좋노~ 라며.. 걱정 하셨음...
그래서 내가 인터넷 뱅킹 특훈을 시켜드렸음.....
1. 컴퓨터를 킨다.
2.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클릭한다.
3. 은행에 접속해서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한다.
4. 입금서를 작성한다.
5. 공인인증서 확인을 하고, 보안카드 입력 후 입금을 한다.
말이 좋아서 다섯가지로 축약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어떤 키를 누르고 어떤 걸 더블 클릭한다 등등 까지 가르쳐 드려야 했음..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동안 누나 옆에서 오만 눈치 보며 어깨너머로 본게 있어서 인지..
다행이 금방 익히셨음...... 단 적어준 설명문이 있어야만 가능 하셨음...
그래서 지금은?
네이버로 직접 검색해서 뉴스랑 자료도 찾아보시고, 주식거래도 하심...
고모부가 고등학교 선생님인가 하셨었는데... 나이가 많으셔서 그분도 컴퓨터를 잘 못하신다고 함...
그런데 초졸 출신인 우리 아버지가 어깨를 으쓱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심..
"내는 우리 아가 가르쳐 줘서 10년 전부터 은행거래는 전부 인트넷으로 한다 아이가~"
ㅋㅋㅋ 구라반 진담 반으로.. 우리 아버지 나름 IT쪽 인터넷 뱅킹 전문가가 되셨음...
사실, 나도 IT쪽에몸담고 공부하고, 일도 했지만,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우리 아버지에게 인터넷 뱅킹 가르쳐 드린 일임...
어릴적엔, 아버지도 잘 모르셔서 컴퓨터 한대 사면, 10년, 20년 그냥 쓰면 되는 줄 알고....
초딩때, 486 DX 컴퓨터 한대 사줘놓고... 단 한번도 업그레이드도 안시켜 주셨음....
고딩때 쯤, 펜티엄2다 머다 해서 새로운 기종들이 막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그 헌 컴퓨터로 업그레이드 좀 해달라고 막 조르고 그랬지만,
짠돌이 우리 아버지는 콧방귀만 뀌셨었음....ㅜ_ㅜ
내가 그 헌컴퓨터로 공부해서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14인치 모니터(최고 해상도 640 * 480)를
17인치 모니터로 바꿔주시고..
대학 합격해서야 펜티엄3 를 써봤음.....
컴퓨터 한대로 10년 쓰고, 느려터진 구기종 컴퓨터로 공부하고 자격증 딴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삼....ㅜ.ㅜ
그러던 아버지가....
군대가기 전에 집에서 쓰라고 맞춰줬던 컴퓨터가 느리다고.. 느리다고 ... 가끔은 뻗어서 송금하다가 컴퓨터가 뻗어서
돈도 쉽게 못붙인다고 하셔서...
내가 작년에 컴퓨터 새거 한대 사드림.....
어차피 인터넷만 쓸 컴픁턴데 하고 싼거 사려다가.....
내가 예전에 느려터진 컴퓨터로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서...
쾌적한 환경에서 인터넷 쓰시라고...
듀얼코어에 메모리 4G, 그래픽 카드 중급에 모니터 24인치 큰걸로 사드렸음...
새 컴퓨터 깔고, 성능을 보여드린 후... 그리고 아버지에게 힌소리 좀 했음...
"아부지... 옛날 지가 어릴적이.. 그 깡통 컴퓨터로 공부하고 자격증 따던 심정 이제 이해 하셨지예? 그때, 지가 컴터가 느려 터져서 얼마나 속이 문드러 졌는지 아시겠지예? 아부지는 그라지 말라고 좋은 걸로 뽑았습니더...ㅎㅎㅎ"
훗날 어머니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느그 아버지... 니가 컴퓨터 공부한다 캤을때, 지가 좋아서 시켜는 준다마는, 그걸로 잘되봐야 머 얼마나 잘된다꼬, 하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공부나 하지.... 라고 카드만, 지도 컴퓨터 좀 쓰고 나서는, 공부 시켜준 보람 있다 카믄서 좋다 카더라~"
라고 하시었음...
여튼, 마무리는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음....
반응 좋으면...
후편으로 우리 어머니 IT 입문썰도 올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