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흔히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지만 저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개념없이 구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과는 달리, 예쁘고 얌전하게 있는 아이에게도 손끝 하나 스치기 싫어하고 멀리 떨어져야만 안심이 됩니다.
흔히들 '너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면 달라질 것이다' 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혼생각도 없어놔서..
제 나이 5살 때, 유치원에서 있던 일입니다.
선생님은 어딘가로 자리를 비웠고, 반에서 아이들이 서로 놀고 있는 와중에 어떤 계기로 시작된 일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아이가 제 스카프로 제 목을 조르니 제가 숨막혀하고 우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와서 절 눕히고 스카프 양쪽을 잡아당기고 입과 코를 힘껏 막았습니다.
한명은 제 누운 머리위에서 코를 막고 한명은 그 옆에서 입을 막고, 두명은 스카프를 양옆으로 당기고.
그 아이들은 그게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는 나이니까, 당연히 재미있게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숨을 쉬려고 있는 힘껏 저항하고 울었지만 그 웃는 얼굴들은 재미있는 행위를 멈출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가 팔을 버둥거리니까 양 팔도 누군가에 의해 잡혀졌습니다.
목이 뜨겁고 목에서 심장이 뛰듯 두근두근거리는 느낌과 함께, 눈을 분명히 뜨고 있었음에도 시야가 까만 얼룩으로 점점 뒤덮여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기억합니다.
마침 그때 선생님이 들어와서 아이들을 떼어놓고, 까만 얼룩이 걷어지며 앞이 보임과 동시에 저는 숨을 몰아쉬며 마구 울었지만
아이들은 코를 꼬집힌 벌로 끝났습니다.
고작 코를 한번 꼬집힌 정도였는데 저보다도 더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들을 보며 '니들이 왜 울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과같은 건 물론 아무에게도 듣지 못했죠.
나중에 그 일로 엄마가 선생님에게 전화했으나 아무 일 없이 흐지부지하게 지나가고, 저도 성장하며 잊어갔었습니다.
하지만 간혹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정말 운좋게 살았네' 하고 웃습니다.
목에 뭘 못 하게 되는 트라우마같은 건 생기지 않았지만, 역시 이날 이때까지도 아이를 보면 혐오를 넘어선 거부감이 드는 것은
그 날 있었던 순수한 아이들에 대한 경험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