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5년쯤이야기네...내가 초등학교5학년 시절이었으니까 말이야...
그 당시에 난 구리시에 인접한 남양주시라는 작은 동네에 살고
있었어...
당시 그곳엔 원x레이온 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인조섬유 공장이 있었던곳이야...
우리 연립에 살던 분들중에도 그곳으로 일을 다니셨던 분들이 몇명 있으셨어...
큰 도로가로 나가면 그 공장...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아마도 천리까지 갈것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장이었지....
내가 5학년시절...옆집에 사는 준진이라는 아이가 있었거든..
그 아이는 우리 친구들보다 한살이 많았어...
하지만 지능이 약간 모자라서 항상 우리의 놀림감이 되고말았어....
항상 해벌죽하게 웃는 모습의 그아이는 주위에 친구가 없어서
외톨이였지...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가 놀고있을라면 꼭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맴돌던 그런 아이였어...
술래잡기를 하면 그아이는 항상술래만 해야했고 말뚝박기를
하면 언제나 허리한번 필수없는 말이 되곤했지...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전쟁놀이 라도 하는 날에는 그아이만
집중공격해서 코피흘리는 날도 여러번 있었던것같아...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이 그 아이는 웃는 모습이었어...
그건그렇고...
준진이는 부모님과 셋이 살고있었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가 위에 말한 원x레이온 이라는 공장에 다니고 계셨어..
깡마른 체구에..움푹들어간 눈두덩이...툭튀어나온 광대뼈는 마치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보이고는 했지..
워낙 말도없고 주변이웃들과도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분도 약간 외로워보이기도 했지...
그리고 준진이 어머니는 어디가 아프신지 항상 집에 계셔서 얼굴은 많이 본적이없어...가끔 동네슈퍼에 장보러 갈때만 잠깐씩 본 기억이있걸랑...
그래서 그런지 준진이는 항상 외로워보였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뒷산에 올라가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어...땅을 파고 나뭇가지를 얹어 기지를 만들고 흙과 모래를 무기삶아 쫒고 쫒기는 그런 전쟁놀이를 말야...
한참 놀다가 해가 저물어서 우리 각자에 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었지...준진이라는 아이는 산속에 남겨둔체 그냥우리만 집으로 내려간거지...
우리를 찾으려고 산속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준진이의 손발은 흙투성이가 되었고 우리는 그런 준진이의 모습을 몰래
지켜며 얼마나 웃었는지몰라...
시간이 지나...준진이가 중학생이되고 우리도 6학년이 됐을
무렵...언제나 아침이면 일나가시던 준진이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질 않더라..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돈을 더 많이 벌어온다며 지방에
있는 큰 공장으로 가셨다고 하더라구...
그당시 우리아빠는 개인택시를 하고 계셨는데 어린마음에는
큰 공장에서 일을하면 우리아빠보다 돈을 더번다고 생각했었나봐...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부러워 준진이를 더 괴롭혔던것같아...
언젠가 한번은 준진이 아버지가 선물 한아름을 안고 집에 들어가시더라..아주 오랫만에 집에 들리신것같았어...
준진이는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메칸더v로보트 장난감을 들고
우리에게 자랑하듯 보여줬어..
얼마나 얄밉던지 우리는 그 장난감을 벽에 던져 부숴버렸지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준진이가 그 날은 유난히 서럽게 울더라
그 모습을 그아이의 아버지가 지켜보고는 우리에게 다가오시는거야...우리 긴장하고 있었어..아마도 혼날분위기였거든
아저씨가 우리한테 오시더니 주머니에서 꼬깃한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시더니 우리 각자에게 만원씩 나눠주시는거야
깜짝 놀랬지...그당시만해도 내가 다니던 속셈학원비가 한달에
삼만원 하던시절이니까..
돈 만원이면 우리에겐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었어...
돈을 나눠주시면서 조용히 얘기하더라...
"우리 준진이와 놀아줘서 고맙다..안그래도 엄마가 아파서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나도 일다니느라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늘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너희가 있어 우리준진이가 심심하진 않을것같아..
아저씨가 가끔 집에오는 날에는 너희 용돈도 줄테니까
사이좋게 놀아주렴...
그 어린 나이에도 아저씨의 붉게물든 눈동자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느껴졌는것같아...
준진이를 괴롭히는 횟수는 줄어들었고 어느새부턴가 준진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때려주곤했어...
그 이후로 아저씨는 집에 올때 마다 우리에게 용돈을 쥐어주시곤했지....그러던 어느날부턴가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질않았지
그 해...겨울 이었어....
준진이 어머니가 병이 심해지셔서 근처병원에 입원하시게됐어..그래서 동네 아줌마들이 준진이를 위해 밥이며 바찬같은것을 가끔 가져다주시며 옷가지들도 빨아주셨지...
그 어린 나이에 준진이는 집에 혼자있는 날이 많아졌어...
여느날처럼 우리 다방구를 하고있었지...
준진이도 우리와 함께 놀구있엇는데...
갑자기 자기 집쪽으로 부리나케 뛰어가며 소리치기 시작했어
"아빠~~~~~~~아빠~~~어디가~~~아빠~~~~~~"
그렇게 소리치며 골목어귀로 사라져같어...
우리 서로의 눈을 봐라보며 멀뚱하니 준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어...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허공에 소리지르며 울부짖는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소름끼쳐보였지...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들어갔어...
부엌에 있던 엄마에게 방금전 있었던 얘길해줬더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혼잦말을 하시더라고...
"그 양반 고생만하다 가나보네...불쌍해서 어째...
난 그당시 엄마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하질 못했지
몇일후....
우리연립에 초상이 생겼어 다름아닌 준진이 아버지가 돌아가신거야...
죽음이라는 것이 무언인지 잘 몰랐던지 준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해맑게 웃으며 음식을 먹고있었던 기억이나네..
일이 있은후로 몇일동안 밖에선 그 아이에 모습을 볼수없었어
다만 창문 너머로 준진이 혼자있는 모습은 볼수있었지
누군가 대화하듯...혼자말을 중얼거리던 그모습....
몇일이 지나고 우리가 놀고있는데 준진이가 나오더라구
"야 집에서 뭐했냐? 혼자 있는거 무섭지않아?
그아이에게 물어봤더니...실실 웃는얼굴로 얘기하더군..
"뭐가 심심해 ? 아빠가 매일마다 놀아주는데....
우리 그아이에 얘길듣는 순간..얘가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들었어....
그 후로도 준진이는 혼자 집에있는 날이 많았지만...특별히 변한모습은 없더라구..항상 해맑게 웃는 표정까지도 말이야
우연찮게 동네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을 듣게됬어
그 당시에 원x레이온 에서 일하던 사람들중에 많은 분들이
직업병으로 돌아가시곤 했다고 그러더군...
레이온 이란 섬유를 만들면서 나오는 유독가스가 엄청 해로운건데 보호장구도 없이 일한다고..
그래서 좀 아는 사람들은 그 공장근처도 가지않는다며 말이야
그랬어...
준진이 아버지가 그 공장에서 수년가 일하면서 몸이 나빠졌던거고..일하면서 쓰러져 면x동 노x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엇던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되었지.왜 우리에게 용돈까지 주면서
그 아이와 친구가 되어달라고 했던건지말야....
몇일이 지나고 우리의 겨울방학이 끝날무렵이었어...
방학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족들과함께 눈썰매장을 다녀오던
길이였는데....
때마침 큰 길로 웃으며 뛰어나오는 준진이와 마주쳤어...
해맑게 웃는 그 아이는 뭔가 들뜬 기분인것 같아보였지..
"준진아 어디가냐?
우리 아빠가 그 아이한테 물어봤어...
그런데 그 아이가 뭐라 대답한줄알아?
"아빠랑 놀러가요~아빠가 좋은데 구경시켜준데요"
그러면서 마치 누군가를 뒤쫒아가듯 혼자 뛰어가고 있더라
그 이후로 난 준진이를 본적이 없어
횡단보도를 뛰어가다 버스에 치어버린 그 아이를 말이지..
뭔가에 홀리듯 신호등도 보지않은체 횡단보도를 향해 뛰어가던 그이이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직도 아련히 기억나네
그 천사같던 아이가 웃으며 했던말.....
"아빠랑 놀러가~~ 좋은데 구경시켜준데"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남은 아들이 안쓰러워 그 아저씨가
하늘로 데려갔던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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