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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드리는 꿈
4. 쥐새끼들(5)
“빨리하시오!”
“더 빨리 좀 할 수 없소!”
“그렇게 하면 어떡하오, 이렇게 해야지!”
정춘소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늦어도 오늘까지는 일을 끝내야 했다. 내일이면 개관이었다.
“저 인간이 정말 목사가 맞습니까?”
“목사는 무슨 목사요. 흉악한 공사판 십장이지.”
“왜놈 밀정 아닌가요?”
“그건 말할 필요도 없고.”
“정목사는 하는 일도 많아요. 밀정에다, 목사에다, 감리교 통리에다, 공사판 십장에다......”
“저러고도 천국에 들 수 있을까요?”
“모르지요. 하나님이 왜놈들 편이면 천국에 들겠지요.”
“이것 보시오. 하나님이 왜놈들 편이라니? 아무리 교역자가 사탄짓을 해도 믿는 우리는 그러는 것이 아니오.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언설은 삼가시오.”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거라는 말을 한다는 게 그렇게 됐습니다. 용서하시죠, 장로님.”
교인들이 정가의 눈치를 보며 소곤거리는 말이었다. 그들은 벌써 몇 날 며칠째 별관을 개조하는 작업에 강제동원되고 있었다. 땡전 한 푼 보수가 없는 것은 고사하고, 교회 안에 신사나 다름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교인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서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랬다가는 어떻게 된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정가가 담임목사로 있는 경성의 하동교회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다른 교회의 부왜 목사들과 하동교회 교인들, 총독부에서 정무총감 엔도를 대신해서 온 비서관 김용동과 학무과장, 경무과장 등 고관들이 그 면면이었다.
정가는 말쑥한 양복차림에 머릿기름까지 바르고 그들을 맞았다. 새벽에 목욕재계까지 한 터였다.
개관 기념식을 시작하기 전에 중요인사들과 간단하게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장한 일을 해내셨소이다. 역시 정회장님 뿐이오.”
학무과장 다께다가 치사를 하자 모두들 한마디씩 덧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천황폐하의 은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뭘......”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정가는 겸손을 가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러앉은 인사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었다. 특히, 총독부 관리들에게는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그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황도문화관’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속적으로 그들의 관심을 끄는 일은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다행히 그들의 반응은 기대했던 대로였다. 정가는 내심 우쭐했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사회를 맡은 장로가 와서 말했다. 별채 앞에는 신도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지금부터 하동교회 ‘황도문화관’ 현판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내빈들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의례가 있고 현판식이 이어졌다. 현판은 이미 제 위치에 달려서 하얀 보자기를 덮어쓰고 있었다. 정가를 비롯한 중요인사들이 보자기를 벗기는 것으로 현판식은 끝이 났다. 기념 예배가 시작됐다.
“에,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황도문화관’ 현판식을 거행했습니다. 에, 영광스럽게도 반도에서는 우리 하동교회가 제일 처음으로 황도문화관을 개관한 것입니다. 에, 친애하는 성도 여러분! 에, 황도문화관이란 무엇이냐? 에, 황도문화관은 바로 성도 여러분들이 대화혼을 함양하고, 대일본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배워 충량한 황국신민으로 스스로를 개량하는 도장입니다. 에, 우리 하동교회의 성도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 황도문화관을 열심히 이용해 충량한 황국신민으로 거듭나시기를 바랍니다. 에, 성도 여러분, 교회도, 교인도 나라가 있어야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에, 나라가 없으면 교회도, 하나님도 다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에, 유대 백성을 보십시오. 나라도 없이 떠돌기를 천 년도 넘었습니다. 에, 뭐니뭐니해도 나라 없는 설움이 가장 큰 설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가 있습니다. 에, 그러면 우리나라가 어딥니까? 에, 혹자는 우리나라는 조선이라고 합니다. 예, 그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정답은 아닙니다. 에, 조선은 오래 전에 자랑스러운 대일본제국의 품에 안겼습니다. 에, 그러므로 작고, 가난하고, 미개하기 그지없는 조선은 이제 기억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에, 다행스럽게도 조선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에, 성도 여러분은 오직 우리나라는 대일본제국이다, 그렇게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 그러면 황송하게도 우리 대일본제국 천황폐하께서는 보잘 것 없는 조선을 영원히 품어 주실 것입니다. 에, 대일본제국의 신민인 우리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정가는 기쁨에 넘치는 설교(?)를 했다. 때로는 울먹이기까지 하면서.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정가가 이렇게 변절한 것이었다.
찬조설교(?)가 이어졌다. 강대상에 오른 목사들이나 총독부 관리들이나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대일본제국에의 충성이었다. 그 지루한 말들의 성찬에서 하나님이 언급된 것은 몇 차례 되지도 않았다.
“성도 여러분은 나를 따르시오!”
예배 아닌 예배가 끝나자 정가가 팔을 번쩍 들고 교인들을 향해 외쳤다. 그 모습은 마치 결연하게 백병전에 앞장서는 지휘자 같았다. 정가는 그 길로 신도들을 한강으로 끌고 갔다. 아직은 여름 기운이 남아 있어 날씨는 제법 더웠다.
“모두들 들어오시오!”
정가는 자신부터 속옷만 입고 강물에 들어갔다. 신도(臣道)의 의식인 '미소기 하라이(목욕재계하고 악을 제거한다는 의식)'를 행하려는 것이었다. 정가는 오늘 하루 목욕을 두 번이나 하는 셈이었 다. 모두들 주저주저하며 강물에 몸을 담갔다. 영 벌거벗지는 않았다고 하나 아직 조선에서 남녀가 혼욕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해괴망측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미친 사람들이나 할 행동이었다. 여자들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강물에 몸을 담구었다. 싫어도 아니할 수가 없었다. 정가는 바로 총진회의 회장이기도 했던 것이다. 총진회는 크리스찬들을 선량한 황국신민으로 전향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신도와 교회를 위협하는 공포의 존재였다. 목사와 교인의 성분이며 사상을 조사하여 총독부에 밀고하는 것이 총진회의 주된 임무였다. 밀정 이중형이 주도해서 결성한 총진회는 결국 밀정 단체였던 것이다. 반왜사상을 가진 많은 목사와 교인이 총진회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부회장은 바로 오늘 찬조설교(?)를 가장 오래 해 교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 장로교의 이인구 목사였다.
목욕재계를 마친 하동교회 교인들은 정가의 명령에 따라 남산의 조선신궁까지 왜장기를 머리에 두르고 뛰어야 했다. 정가는 교인들에게 끊임없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달리게 했는데, 거리에서 그들을 마주친 사람들은 미치광이들이 마라톤 경기를 하는 줄 알고 실소를 했다. 물에 빠진 생쥐꼴로 달리고 있는 한 무리의 남녀들을 기독교인들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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