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때였음
학교는 4시나 5시쯤 마치지만
학원을 마치면 보통 반 10시30분쯤에 버스를 탔음.
근데 어느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친구가 장난으로 내 우산을 숨기고 먼저 토낌
그래서 우산 찾고 가느라 30분을 잡아먹고
11시 넘어서 버스를 타러 나옴.
그리고 버스를 탄게 20분 되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함
지금이야 밤 10시 11시는 그냥 저녁 느낌으로 살지만
당시엔 어마어마하게 늦은 시간이었음.
비는 추적추적 오지
공기는 꿉꿉하지
그 와중에 버스에 탔는데
타고 있던 사람들이 너무 조용했음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쫄아있다가
한참을 가는데 문득 보니 사람이 좀 줄어든거같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딴생각하느라 버스 서는걸 못느꼈을거임.
당시 나도 머리론 그걸 아는데
심정적으로는 자꾸 쫄게 됨...
무서운 생각을 떨치려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호기심에 못이겨 다시 주변을 보면
또 사람이 줄어있는거임.
내 기억엔 분명 버스가
태울 사람도 없는지 그냥 쭉 달렸는데...
아니 생각해보면 신호 받고 서는 것도 못 느꼈으니
분명 딴생각 하다가 못본게 맞을거임.
근데 너무 무서워서
그 때 부터는 고개도 못 들고 내 발만 보면서 갔음
그러다 내릴 역에 도착해서 나오면서 봤는데
버스 안에 나 혼자였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사람들이 내리는걸 못본게 맞는데
사람들이 휙휙 사라지니까 너무 무서웠음
밤되니까 심심하고 잠도 안와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