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관계자는 23일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만큼 감사 착수 여부를 포함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감사를 지시한 것은 처음이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이 곧바로 4대강 사업 감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것은 감사원법과 감사원 훈령에서 무분별한 감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감사 착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무총리가 요구하면 감사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감사원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4대강 사업을 감사하라”고 감사 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감사원이 꼭 따를 필요는 없다. 감사 착수 여부는 감사원이 최종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총리 요구와 달리 국회의 감사 요구권은 감사원이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의무사항이다. 단 이때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안건에 한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4대강 사업 감사에 찬성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대하고 있다. 4대강 사업 감사 안건이 일사천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쉬운 길은 국토교통부를 통하는 방법이다. 감사원법상 관련 부처 장관은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할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총리실이나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공식 문서를 접수하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 19세 이상인 국민이 300명 이상 동의서명한 경우도 공익감사청구 요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공익감사청구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공익감사청구의 남발을 막기 위해 이미 감사를 했거나 감사 중인 사안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세 번의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물론 민주당은 “이번엔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살피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의 담합과 수질, 계획 수립 과정 등을 훑어본 이전 감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