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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4336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1520
    IP : 124.197.***.4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3/06/08 11:30:02
    http://todayhumor.com/?lovestory_94336 모바일
    그대에게 드리는 꿈(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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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3. 아베 노부유키(3) 
     
     
     
     왜국이 패망할 조짐은 식량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39년부터는 그러지 않아도 쌀밥은 생각할 수도 없는 조선 민중들에게 잡곡 혼식을 강요하고, 40년부터는 곡물의 생산목표를 개인에게까지 할당하는 ‘신 조선미곡증식계획’을 실시해 농민들을 쥐어짜기 시작하더니 전황이 본격적으로 불리해지기 시작한 작년에는 식량사정도 급박해져 ‘조선식량관리령’을 공포하고, 모든 잡곡에 대해서도 통제를 시작해 ‘조선식량관리특별회계법’을 별도로 제정하고, ‘조선식량영단’을 설립해 식량의 통제 관리와 배급체제를 한층 강화해 나갔다. 올해 들어서는 ‘농업생산책임제’를 채택, 주요 식량자원은 물론 축산물까지 책임생산을 강요하고 있었다. 미곡강제공출제(할당제)를 실시, 그나마 남은 미곡마저 강탈해 갔다. 이렇듯 식량문제만 보더라도 왜국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곡물강탈의 백미는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쇠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총독부에서는 내선일체를 떠들어대면서 진정한 왜인이 되기 위해서는 음력설을 쇠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내막은 설로 인해 곡물 소비가 증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일로 총독부는 민중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으나 총칼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곡물 뿐만이 아니었다. ‘금속류 회수령’을 공포해 쇠붙이란 쇠붙이는 숟가락까지 빼앗아 갔다. 토요일 반휴제까지 폐지하면서 노동력착취에도 광분했다. 조선인 징용 숫자는 총독부 집계로도 4백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전국에 걸쳐 건국연맹의 지부 결성은 급속한 속도로 진전되고 있었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에는 군 단위에는 결성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면 단위 조직도 제법 많았다. 면 단위까지만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게 지도부의 방침이었지만 마을에까지 위원회가 조직된 곳도 있었다. 이렇게 조직의 확산이 급속도로 전개될 수 있는 까닭은 노동조합과 소작인조합들이 숨만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맹원수는 예상과 달리 금세 10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김구를 비롯한 임정요인들이 가난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중경으로 임정을 옮긴 후에도 중국 국민당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임정의 살림은 넉넉했지만 독립군 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한푼이라도 더 군자금에 보태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점심은 먹지 않는 것이 오래전부터의 관행이었다. 그렇다고 아침이며 저녁을 배부르게 먹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조국에 있는 대다수의 동포들이 굶주리고 산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아쉬운 저녁을 끝낸 최창익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틈만 나면 창을 통해 골목을 감시하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임무를 수행하는 최였다. 누군가 해야 될 일이었고, 최가 나이가 제일 적었다. 학병에서 탈출한 최가 임정에 합류하고 나서 지금까지 줄곧 해 온 일이었다. 중경이라고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언제 왜놈들이 덮칠지 모르는 터라 이렇게 바깥 동정을 살피기 쉬운 2층을 얻은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최의 눈에 들 어왔다. 남자는 빠르게 골목을 둘러보고 임정 건물로 들어섰다. 그 남자는 김인수였다. 경성을 출발한지 열흘 여 만에 도착한 것이었다.
     “김인수 선생님이 옵니다!”
     최창익이 외쳤다.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김동지가 온다고?”
     모두들 반가워했다. 덤덤한 척하면서도 제일 반가운 사람은 김구였다. 좋은 소식이 예감됐던 것이다. 큰 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김인수가 김구에게 큰절을 올렸다. 김구도 맞절을 했다. 김인수가 황급히 김구를 부축해 일으켰다.
     “각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덕분에...... 오시느라 고생하셨소. 동지들은 모두 평안하시오?”
     “예. 모두들 강녕하십니다.”
     김구는 혀끝에서 맴도는 말을 삼켰다. 궁금하기 그지없는 국내의 상황이었지만 대뜸 그것부터 묻는 게 예의가 아니었다. 그런 김구의 마음을 아는 김인수는 다른 사람들과의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말을 꺼냈다.
     “각하, 기뻐하십시오. 각하께서 여망하시던 일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소! 김동지가 온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고맙소, 고맙소이다!”
     김인수는 좋아하는 김구의 얼굴을 잔잔히 바라보았다. 김구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숙연해진 분위기였다.
     “각하께서 제의하신대로 여선생님께서는 지난해에 조직하려던 ‘건국연맹’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제야 시작하셨습니다. 건국연맹은 명실공히 국내 독립운동단체들을 총망라하는 조직입니다. 조직 전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 제가 출발을 했다가 감시망을 뚫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말았던 것이니 그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직지도부의 구성은 고문에 주석 각하이시고 위원장에 여선생님, 부위원장에 안대순 선생님과 양한삼 선생님으로 짜여졌습니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예하조직임을 명시했습니다. 지금 건국연맹에서는 주석 각하의 제의대로 무장투쟁을 위한 군사조직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여선생님이 인선에 대한 인준을 부탁하셨습니다.”
     “인준은 무슨 인준이오. 여동지를 비롯한 안에 계시는 동지들께서 알아서 하시면 될 일인데......”
     굳이 임정을 앞에 세우지 않더라도 여운형이 이끈다면 국내 인사들은 거의 따를 것이었다. 김구는 여운형에게 고맙고도 미안했다.
     “여동지께 어떻게 보답해야 될지 모르겠소.”
     “그런 말씀 마십시오. 여선생님께서는 임정이라는 구심점이 있기에 조직이 가능한 것이라고 저 뿐만이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 동지들께 누차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더없이 고맙소이다만 임정이 너무 한 일이 없어놔서......”
     말꼬리를 흐리는 김구의 눈자위가 더 붉어졌다.
     “대한독립만세!”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몰랐다. 다들 목소리는 낮춘 채 팔만 번쩍번쩍 치켜들기 시작했다. 모두 해방이 된 것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마침 여러가지 일로 임정에 복귀해 있던 광복군 총사령 김재관이 물었다.
     “인원은 얼마나......?”
     “현재까지 가담한 맹원수는 대충 10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조직에 중복해서 가입된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보다는 좀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조직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니 맹원수는 더 불어나겠지요.”
     “그중 무장투쟁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은 얼마쯤으로 봅니까?”
     광복군 총사령다운 질문이었다.
     “작년부터 지리산에서 200여 명의 청년동지들과 유격전을 준비하고 있는 임종일동지의 추산으로는 병력화할 수 있는 인원은 만여 명 정도로 보더라구요. 아시다시피 젊은 사람들은 거의가 징용이다, 징병이다, 끌고 가서 청년들을 규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 명이라......”
     순간적으로 김재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덩달아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김재관이 고개를 꼿꼿이 세웠다.
     “만 명이면 적은 인원도 아닙니다. 병력이 많다고 전투에서 꼭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청산리 전투나 봉오동 전투에서 여실히 입증됐습니다. 전략만 잘 짜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한마디 한마디를 꽁꽁 힘을 줘가며 말하는 김재관의 어조는 확신에 찬 듯했다. 모두들 다소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나 정작 김재관 자신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설령 국내에 있는 왜군들이 천 명이라고 해도 어려운 싸움이었다. 상대는 제대로 무장을 갖추고 훈련을 쌓은 군대고, 우리는 맨손이나 다름없는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큰소리를 친 것은 모두를 고무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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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6/08 14:02:28  121.176.***.47  생각소리  805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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