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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방검사장은 현재 검찰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두대에서 처분만 기다리는 꼴이다. 목이든 손발이든 칼자루 쥔 정권이 어디를 잘라내도 찍소리 못할 것 같다." 그는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몰린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 등 간부들의 잇따른 금품 비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보여준 전횡이 국민들에게 검찰 이미지를 비정상 조직으로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대부분 검사가 밤새워 열심히 일하지만 일부 검사의 일탈과 비리를 부정할 수 없기에 적폐로 몰려도 달리 반박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내부 상황이 과거 위기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우선 상명하복 조직 문화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검사 개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면서 검사들이 조직적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법무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사표를 내 수개월간 공석으로 있는 데다 총장은 물러나고 핵심 간부는 사표를 던져 구심점마저 찾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외부 상황도 검찰엔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2003년만 해도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검찰 장악 음모 중단하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검찰의 우군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그런 정치권 지원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정치권 대부분이 검찰권 축소에 찬성하는 입장인 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내분(內紛)으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법무부 한 간부는 "검찰이 지금 대응을 한다면 국민 성원이나 정치권 지원도 받기 어렵다"며 "정부 개혁 방안을 지켜보며 그냥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법조계 주변에선 지금이 검찰 개혁의 최적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조국 수석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조 수석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몇 시간 만에 대통령 지시로 세월호와 국정 농단 사건 재조사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면서 "정윤회 문건 사건을 민정수석실에서 재조사한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로도 벅찬 사건을 자체 조사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검사장도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은 말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며 "수사나 행정은 결과로 말하는 것이지 의욕과 의심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검사들은 새 정부가 검찰을 우선 개혁 대상으로 선택한 배경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많은 검사는 문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오랜 불신 탓인 것 같다고 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대통령의 오랜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느냐. 그의 비서실장이 대통령 됐으니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펴낸 책 '운명'에서 검찰 수사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검찰은 박연차 회장의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던 문 대통령은 검찰의 억지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당시 수사팀을 바라보던 문 대통령의 시각은 증오에 가까워 보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 중수과장에 대해선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했고, 이인규 중수부장에 대해선 "겸손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고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번에는 정권 초기부터 국민 염원에 힘입어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바꾸지 못한 것을 한이 남는다고 말한 것은 결코 가벼운 대목이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검사들은 현 정부가 검찰을 적대세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수 우파 성향이 많다"면서 "집권 초반 검찰을 다루는 현 정부의 스탠스를 보면 '어차피 우리 편 아니니 힘이라도 뺏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도 "검찰을 정권 시녀라고 봤다면 권력자 입장에선 검찰 힘을 이렇게까지 뺄 이유가 뭐 있겠느냐"면서 "새 정부는 결국 검찰을 함께 갈 조직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281612 조선일보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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