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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엽기적인 동영상이 나돌기 시작했다.
제목은 xx대 xx과 누구누구, 혹은 xx대학 새내기남, xx지역 남대생 등.
파일은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갔다. 처음 사람들은 호기심으로 그 영상을 열었다. xx녀 yy녀 하는 야동 및 몰카 영상들 사이에 간간히 보이는 그 제목들은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낚시인가. 혹은 게이포르노인가.
그리고 네티즌은 곧 충격에 휩싸인다.
그것은 낚시성 글도, 동성애를 주제로 한 포르노도 아니었다.
그것들은 범죄 동영상이었다.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이 폭행과 강간을 당하는 동영상.
네티즌은 어느샌가부터 그것을 ‘심판 필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또는 ‘역 리벤지 포르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스너프 필름인 그 범죄 동영상에 왜 그 같은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
그건 영상 속 피해자가 전부 일종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여학생을 집단 강간하고 그것을 사진 및 영상으로 찍어 유포했던 가해자.
전 애인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린 가해자.
방비가 허술한 원룸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한 가해자.
다양했으나 유사한 죄목들이었다. 영상 속 피해자들의 과거 범죄 이력이 밝혀지자 인터넷상의 여론은 무섭게 나뉘었다.
속 시원하다. 저건 정의다. 다크 히어로다.
역겹고 잔인하다. 자기가 뭐라고 법을 놔두고 심판질이냐? 당장 잡아서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
대립은 팽팽했으나 넷상의 여느 논쟁이 그렇듯, 답은 나오지 않았다.
*
“사, 살려, 살려주, 세요.”
입술을 벌벌 떠느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새우처럼 동그랗게 만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거렸다. 맞아서 생긴 입가의 피딱지와 광대에 든 멍이 선명했다.
눈물을 찔끔찔끔 밀어내며 애원하는 것에 맞은편에 앉은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못했다는 말이 먼저 아닌가. 이것참, 왜 다들 순서를 모르지.”
“자, 자자, 잘모....잘못했....”
“아니, 그렇다고 또 지금 하라는 말은 아니고. 어차피 그거 들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남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혈액이 아예 돌지 않는 것처럼 창백했다. 남자는 다시 절규하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몸을 힘껏 버둥거리기도 했다. 단단히 묶인 팔다리에 자유라곤 없어 남자의 몸부림은 그저 갓 잡아올린 생선의 파닥거림처럼 보였다.
사내는 그것을 가만 구경하다 콧잔등을 긁었다.
“에구, 불쌍하네. 꼴 좀 봐. 그러게 그런 짓을 왜 했어? 그냥 헤어진 게 빡쳐서 저지른 거야? 아니면 자랑하겠다고? 여러분, 내가 따먹은 xx지역 퀸카 얼굴이랑 몸매 좀 보세요. 부럽고 꼴리죠? 뭐 이런 거?”
“잘못...잘못했어요....제가 잘못했어요....”
“아하하, 웃겨라. 내가 그거 한 마디 알려줬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네. 실은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하잖아. 언제 유출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
사내는 힉힉 바람소리를 내며 웃은 뒤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한쪽 구석에 놓아둔 둔기를 들곤 다시 돌아왔다. 남자는 여태 맨손으로 맞았다. 사내가 흉기를 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다. 이젠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남자가 악 소리를 질렀다.
“아악! 잘못했어요! 진짜! 내가 잘못했어! 자수, 자수할게. 자수한다고!”
“에헤~이. 자수 같은 소리 하네. 법으로 될 것 같으면 내가 널 이렇게 공들여 납치했겠어요? 응? 고작 너 경찰서 가서 벌금이나 내라고 내가, 어휴 시발, 이런 걸 준비했겠느냐고.”
사내는 둔기를 바닥에 대고 질질 끌었다.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남자가 꺽꺽거리며 넘어가듯 애원하든, 소리 지르든, 울든, 욕을 하든 한 귀로 흘려보낸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내가 사람을 죽이는 건 처음이야. 원래는 그냥, 뭐, 깔끔하게 강간만 하고, 영상을 신상이랑 같이 인터넷에 뿌리고, 그러고 끝이었거든. 아. 오해하지 마? 내 좆으로 강간한 건 아니니까. 시발, 세상엔 좋은 도구들이 참 많아요.”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낄낄거리며 웃은 사내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말이야. 내가 걔들은 왜 목숨을 붙여줬는지 알아? 피해자가 살아있거든. 유출피해자든 강간피해자든 어쨌든 그 새끼들한테 당한 사람들이 멀쩡히 숨 쉬고 살아있어서, 함무라비를 좋아하는 내가 걔들은 전부 목을 안 따고 살려줬다 이 말이야.”
사내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릎을 세우곤 그 위에 팔을 얹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근데 너는....아유, 이 시이발놈. 운도 없지. 너는 있지, 네가 유포한 비디오 속 피해자가 그만 자살을 했어요!”
“....!”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입 닥치고 얌전히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목을 매달고 그만, 콱 뒈져버렸어요!”
“므, 마, 말도 안 돼.”
“왜 말도 안 돼?”
“고작 그, 그런 걸로...자살.....”
“에헤이. 그게 뭐야. 대가리에 총 쏴놓고 왜 이런 걸로 죽냐고 묻은 것도 아니고.”
킬킬거린 사내가 몸을 세웠다. 그러곤 바닥에 늘어뜨리고 있던 둔기를 단단히 쥐어 들어올린다. 마치 설명은 이제 끝, 그럼 잘가요, 하고 일러주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에 남자가 다시 몸을 미친 듯이 버둥거렸다. 빽빽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물론 사내는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사내가 둔기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여길 내려칠까, 저길 내려칠까. 섬세한 고민을 하다 이내 결정한 듯 빙긋 웃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남자의 애원과 절규 사이에 드문드문 섞인 질문을 용케 알아들은 사내가 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음, 내가 누구냐고? 뭐하는 놈이냐고?”
둔기가 남자의 몸 위로 떨어져내렸다.
“나는.....”
퍽!
“바로 너 같은 놈.”
*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심판 필름의 범인이 잡혔다. 살인을 저지르자마자 범인은 빠르게 검거되었는데, 일각에서는 이렇게 빨리 잡을 수 있었으면서 왜 앞서 비디오가 퍼질 동안에는 미온하게 굴었냐며 경찰을 향한 미묘한 비난여론을 생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범인이 잡힌 후.
잠잠해지나 했던 인터넷은 얼마 후 다시금 뜨겁게 들썩였다.
재판장에서 범인이 본인에게 해리성 장애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범인은 이야기했다. 내 나이는 이제 고작 만 두 살이라고. 세상에 태어난지 이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원래 몸을 차지하고 있던 주인은 아주 쓰레기 같은 놈이었는데, 정의로움을 타고난 자신은 그 놈을 너무나 죽이고 싶었으나 차마 직접 죽일 수는 없었고, 그래서 그 놈과 비슷한 놈들을 골라서 심판한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범인은 아주 만족한 사람처럼 웃었다.
“히어로 영화가 저를 탄생시켰죠. 존경하는 재판관님, 부디 제게 사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혹은 제가 심판한 놈들과 비슷한 범죄자들이 복역하는 곳에 수감시켜주셔도 좋아요. 그럼 그들을 마저 심판하고 저는 마지막에 목을 매달아 ‘그 놈’을 단죄할 테니까.”
전문의의 판정 결과. 범인의 해리성 장애는 사실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
이후 한동안은 거짓말처럼 인터넷상의 풍경이 바뀌었다.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 주기적으로 업로드 되던 ‘국산’, ‘xx녀 몰카', 'xx대 김xx’같은 제목의 파일들이 씻은 듯 사라졌다. 피해자가 자살한 리벤지 포르노를 두고 ‘유작’이라며 입을 놀리던 부류도 자기가 남겨놓은 댓글이나 게시글을 삭제하는 둥 몸을 사렸다.
한동안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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