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에는 글쎄... 끽해야 네, 다섯명쯤 오려나?
솔직히 말하자면 문 연지 얼마 안됐지만 곧 문을 닫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편의점이 문을 닫기 전에 내게 먼저 사정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편의점을 그만두고 다른 일에 몰두했었다.
그리고 몇달쯤 지났을 때였다.
혹시 요즘 시간 괜찮으면 다시 일해줄 수 없냐는 점장님의 제안이 있었다.
솔직히 좀 놀랐다. 지금쯤이라면 망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연찮게도 나도 급한 일이 마무리 되어 한가했고, 돈도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그 한산하기 그지 없는 편의점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편의점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소위 대박이 터졌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내가 편순이 생활에 도가 튼 사람이기에 망정이지 일한지 얼마
안된 알바생이었다면 그야말로 멘붕인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퇴근할 때쯤이 되니 점장님과 이야기할 틈이 생겼다.
"정신없지?"
"아니요. 뭐 이정도쯤은 거뜬해요."
"너 여기 왜 이렇게 갑자기 바빠진 줄 아니?"
"아뇨. 모르겠는데요?"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점장님은 혹여라도 누가 들을세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만두고 얼마 안되서 였어. 밤에... 이 빌딩 옥상에서 어떤 여자가 투신했어."
"자살이요?"
"응!"
"죽었어요?"
"그럼 죽었지 이 빌딩이 얼마나 높은데..."
점장님은 이 앞이라며 손으로 편의점 문쪽을 가리켰다. 소름이 돋았다. 좀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게 이 곳이 대박난 것과 무슨 상관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장님은 내 표정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그게 여기 대박난 거랑 뭔 상관인가 싶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앞에서 사람 죽으면 그 가게에서 복권 당첨된다는 말이 있대."
생전 처음 듣는 희한한 말이었다.
"정말요?"
하지만 나 이외에는 모두들 그 말을 알고 있는 걸까? 이야기를 듣고 오늘 하루를 회상해보니
편의점 손님의 대부분이 복권손님들이었다. 특히 로또!
그냥 루머같은 것이겠지만 그렇게 복권이 당첨된다고 한들 정말 당첨된 사람은 기쁠까?
만약 나라면 좀 찝찝할 것 같은데...
***
와! 미친 존나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그냥 담배랑 음료를 사려던 손님이었다.
그 사람은 잔돈이 싫다며 만원짜리를 내고 남은 돈을 모두 긁는 복권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동전으로 복권을 긁기 시작했다.
다행히 잠깐동안 손님이 별로 없었기에 큰 방해는 되지 않았다.
복권을 긁던 남자가 갑자기 돌처럼 굳었다.
"헐 대박... 저 당첨 됐네요."
맙소사! 당첨이다. 무려 1등, 2억이었다.
남자는 의외의 상황에 무척 기뻐하는 동시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고 급기야
당황한 기색까지 역력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굳이 내게 핑계를 대듯 말했다.
"어... 그러니까... 저 조금이따가 다시 올게요."
어차피 계산도 끝났겠다 굳이 돌아와야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그렇게 복권을 가지고 사라졌다.
아마 당첨금을 찾아 행복하게 살게 되겠지... 조금은 부러웠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다시 사람이 뜸해졌다.
가게 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 그 가게에서 복권이 당첨된다는 말...
당첨자가 한명 나오면 두명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어디에 그런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
모두들 당첨을 포기 한듯 이 편의점의 복권 구매고객은... 아니 손님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나는 다시 한가한 낮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게 되었다.
일이 너무 없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한시간 있으면 퇴근시간, 어느새 밖에는 짙은 어둠이 내려 앉았다.
그때 꽤나 낯이 익은 얼굴의 남자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기억이 날듯 말듯 하다가 그가 계산대 앞에 설때쯤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
볼이 푹 꺼져 많이 야윈 모습이었지만 그는 그 당시 복권에 당첨된 그 남자였다.
"어? 손님! 그때 그 복권..."
내가 말을 꺼내니 그제야 그도 나를 알아본 듯 하다.
"아 그때 그 아가씨구나..."
복권도 당첨됐는데 왜 저리 낯빛이 좋지 않을까?
"그때 복권 당첨금은 잘 찾으셨어요?"
"아 그게 잘 찾았죠. 그런데..."
사실 친분이 있는 관계도 아니니 내게 자세한 이야길 털어놓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는 누가 됐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내 동의도 주변 상황도 신경쓰지 않고 그는 내게 그 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당첨금을 찾은 것 까지는 좋았어요. 아니 세금을 떼고 나니 그렇게 큰 금액처럼 느껴지지도 않았죠.
세금은 왜 이렇게 많이 떼는 건지..."
처음에는 복권당첨금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줄만 알았다.
"그냥 카드빚 좀 갚고 부모님 좀 드리고 남은건 통장에 넣어뒀을 뿐 회사도 다니던 데로 계속 다녀야 했고
그렇게 흥청망청 쓸만큼 큰 금액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당첨금을 찾았던 그날부터 자꾸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더군요."
"시선? 당첨금을 노린 도둑이라던가?"
"아니 그런게 아니에요. 농장의 틈새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도무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가구과 가구
사이 뭐 그런곳에서 느껴지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씻기라도 하면 뒷쪽에 누군가가 서 있는것 같아서 무서워서
고개도 돌릴 수가 없어요."
나는 속으로 '갑작스러운 행운 때문에 그가 정신에 이상이 생겨 버린 건 아닐까?' 떠올렸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느껴지는 시선이 이제는 거의 아주 하루종일 따라붙다 시피해요. 어느 날은 창문에서 누군가 날
뚫어지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집은 18층인데 말이죠. 평소라면 그냥 모르는 척 하고 피했을거에요. 그런데
그날은 몸이 마치 이끌리듯이, 누군가의 어길수 없는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가고 싶지 않은데도 창문을 향했어요."
가끔 잘 알지도 못하는 손님들이 대화를 걸어오곤 한다. 나는 대부분 적당하게 그들의 대화를 받아쳐 주었다. 오늘도 그냥
그런 손님 중 하나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말은 대충 받아쳐서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이 이야기를 끝내야할 사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집요하게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점점 가까이 가니 멀리서 볼때 그저 건물 그림자 같았던 그것의 형태가 점차 인간처럼 변하더군요. 그것도 마치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래요. 투신을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것처럼 나를 쳐다봤습니다. 단지 다른게 있다면
그녀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공중에 떠 있었지요. 거꾸로 떨어지는 그녀의 섬뜩한 눈빛을 마주보니 그제야 알겠더군요.
그동안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건 그녀라는 걸 말이에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 빌딩에서 누군가 투신한 것을 모르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자살과 복권당첨에 대한 전후사정을 모두 알고 있던 나는 그의 끔찍한 경험에 온 몸의
털이 다 곤두 설 지경이었다.
"그때부터 그 여자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를 따라다녀요. 지금도 봐요."
그는 손가락으로 아무도 없는 편의점의 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그여자가 이렇게 쳐다보고 있잖아요. 아직도 거꾸로 공중에 떠 있는채로..."
남자는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처럼 그대로 편의점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그 편의점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난 얼마 가지 않아 그 편의점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그 남자가 어떻게 되었을지 무척 궁금해지곤 한다.
-이 이야기 자체는 픽션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만둔 편의점 건물에서 실제로 사람이 투신자살을 했었습니다.
그 이후 그 편의점은 대박이 났습니다. 복권 손님들 때문에요.
가게 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 가게에서 복권당첨자가 나온다니 언제 어디서
생겨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 편의점에서 복권당첨자가 나왔습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 알고 계신 분 있나요?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