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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이 제발 다른 사람한테 갔으면 좋겠어
이제 곧 19살이 된다…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 토마스와 그 무리가 죽은 뒤, 나는 기쁘게 수감 생활을 자처했다. 엄마는 매일 면회를 왔다. 내가 각종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인지, 최근 엄마의 눈 속에서 작은 애정이 다시 비치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살아왔던 삶은 엄마에게도 길고 어려운 길이었고 현재도 나는 엄마라도 이런 삶을 피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라스는 사라졌다. 아마 지금 뿐이겠지만. 예전에도 긴 시간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그가 언젠가 나타날지 아닐지 영원히 확신할 순 없지만 마침내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아니,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내가 지어준 그 이름은 여전히 잘 어울렸지만, 더 이상 내게 한 짓에 대해 원망하거나 하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났던 때는 집에서 일어났던 사건 몇 달 후였다. 예전 그 어떤 때보다 빠른 등장이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나는 그 때 피를 흘리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다른 어떤 날보다 그 날을 유독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는 공포나 고통같은 요소에 방해받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시설 안에서의 삶은 느리고, 지루하고, 매우, 매우 외롭다. 외로움엔 익숙해져 있었다. 심지어 바랬던 적도 있었다. 급식실에서 매일 내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미친 인간들 사이에 홀로 앉는 것을 그리 크게 신경써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 편이 내겐 더 좋았다. 수년 전과 같이, 약물 치료는 내가 가진 감정과 욕구가 무뎌지게 만들었다. 이번에 이곳에서 벗어날 확률은 제로였고 풀려날 확률 또한, 만약 있다 하더라도, 정말 작았다. 또한 그런 사실에 신경 쓸 정도로 약물 치료를 잘 견디고 있지도 않았다.
Dr. Darkly는 중년의 남성이고, 나와 처음 만났을 때 학교를 졸업해 막 이 일을 시작했던 참이었다. 이제는 거의 누구보다 나와 친하고 잘 아는 사이이다.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된 후로 언제나와 다를 바 없이 나는 상담을 위해 그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나를 환영하거나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다. 설명하기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마지막 사건은 마침내 그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살인자는 나라고 믿게 만들었다. 이제 그는 내가 치료할 수 없는 정신병을 가진 듯이 대했다.
나는 딱딱하고, 무심하고, 지친 태도로 그를 반긴 뒤 그가 퉁명스럽게 권한 의자에 앉았다. 그는 내 반대편에 앉아 진료 차트를 펴고, 펜을 그 위에 댄 채로 기다렸다. 난 한숨을 쉬고, 무거운 입술을 떼어 억지로 입 밖으로 말을 밀어냈다.
“그는 더 이상 여기 없어요. 내가 다시 위험해지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거예요,” 내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비추지 않아 굉장히 낯설게 들렸다.
“넌 매일 그렇게 말하지만, 몰리, 그가 가까이 있다는 걸 느끼는 거니? 그 존재가 그저 사람들을 해치기 위해 나왔다가 다시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신이시여, 똑같은 말을 매일 반복하는 게 정말 싫었다. 새롭게 말해줄 건 아무것도 없는데. 몸에서 힘이 빠졌다. 너무 피곤했다.
몸을 떨며 머리를 껴안았다. 내 검은 머리카락으로 눈 앞을 가려 그를 시야에서 없앴다. Dr. Darkly는 이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내 엄마처럼. 그가 싫다.
“몰리…” 그가 말을 시작했지만, 난 중간에 끊었다. 약물 치료와는 무관하게 내 속에서 작은 불씨의 분노가 갑작스럽게 생겨났다.
“닥쳐! 닥치라고! 이젠 없다고! 더 이상…” 불씨는 약해지다 결국 사라졌다, “더 이상 나한텐 아무것도 없다고…”
Dr. Darkly는 앉은 자세를 바꾸고 목을 가다듬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생각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난 앞머리 너머로 그에게 한 번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밑으로 내리깔았다. 벌써부터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한다.
“그를 부른 적은 있어?”
완전히 새로운 질문은 아니었다. 엄마처럼 그 또한 여러 번 이미 내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나는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를 부른다? 실험으로 자해도 해 보고, 폐가 쪼그라들고 목이 아파 올 때까지 소리도 질러 봤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라스는 누군가에 의해 내가 다쳤을 때만 나타났고, 단순히 라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순 없었다.
“…아뇨. 만약 오더라도 선생님을 죽이겠죠. 전 또다시 더 안 좋은 곳에 보내지고요. 더 어두운 곳에.”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동시에 스스로가 얼마나 더 나쁜 지옥에 떨어지게 될까 하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Dr. Darkly는 한숨을 쉬고 그 불쾌한 차트에 무언가를 갈겼다. 분명 망상에 빠진 어린 소녀에 대한 논문을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나에 대해 적어 놓았겠지.
“너가 그의 존재를 믿는다는 건 알아, 몰리. 그것이 어떠한 초현실적인, 사람들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건 말이지. 하지만 그는 너가 생각하는 만큼 강하진 않을 거야. 또, 이 방에는 너와 날 다치게 할 만한 물건이 없어.”
무거운 머리를 들어 올려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를 다치게 할 게 없다고? 라스에 대해 내가 했던 말들은 듣지도 않은건가? 그 잔인한 존재가 가진 힘을? 날 가지고 장난치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함께 지내왔던 시간들을 믹서기에 던져 넣고 무심하게 작동 버튼을 누른 기분이었다.
“당신 죽을 거예요. 이 말처럼 간단하게.” 억지로 강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자아내며 경고했다.
“실험해 보고 싶구나, 몰리,” 내 말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떨어져요,” 내가 경고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진료 차트와 펜을 내려놓고 무언가 결심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나는 가는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네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건 아주 중요해, 몰리. 널 해치진 않을 거야,” Dr. Darkly가 부드럽게 말했지만, 곧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작은 주머니칼을 꺼냈을 때 그 말은 엄청난 위협으로 변했다.
난 숨을 헐떡이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이 방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약물 치료에 내 몸은 느려져 있었고 두 번째 걸음을 떼기도 전, 그에게 잡혔다. 난 몸부림치며 벗어나려 했다. 익숙한 공포심이 목 뒤에서 강하게 울렸지만, 그는 오직 날 강하게 잡아 다시 의자에 앉을 때까지 잡아끌었다.
Dr. Darkly는 내 위로 몸을 숙였다. 그의 표정은 공허했고 두 눈은 마치 유리구슬같았다. 그가 칼을 내 목에 대었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는 걸 느낀 순간,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그가 강하게 목을 누른 탓에 단순히 숨을 쉬는 동작조차 피부에 매우 가는 상처를 남겼다. 난 훌쩍이기 시작했다.
“괜찮아, 몰리. 아무 짓도 하지 않을거야. 난 그냥 그를 보고 싶을 뿐이야. 네가 그를 불러내서, 이 나쁜 남자가 널 해치는 걸 막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야,” Dr. Darkly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목에 닿은 칼 때문에 말하거나, 심지어 숨을 쉬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얇은 핏줄기가 내 목을 타고 흘러내려 쇄골 사이에 고였다. Dr. Darkly는 한쪽으로 고개를 젖혔다. 그는 자신의 눈에 담긴 것들에 정체모를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 때 라스가 나타났다. 고막이 세게 울리며 그 존재를 알렸지만, 라스는 다른 때와는 달리 즉시 Dr. Darkly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허공 높이, 천장 가까이에 머무르며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와 나를 내려보았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올렸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의 존재와 감정-당황과 내게는 알 수 없는 무언가-이 뒤섞여 느껴졌다.
“그가 여기에 있니?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라고 전해 주렴. 왜 날 멈추지 않지?” Dr. Darkly가 물었다. 나도 답을 모르는데.
“제발…” 난 속삭였다, “풀어줘요. 그가 여기 있다고요. 선생님이 죽는 건 원하지 않아요.”
칼날이 내 피부 더 깊숙히 들어왔다. 흐느낌은 이제 내 통제를 벗어났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Dr. Darkly는 내 부탁을 따랐지만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는 칼을 내리고 허리를 핀 후, 신중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며 라스를 찾았다.
“내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몰리. 그가 여기 있단 건 어떻게 아는 거니? 네게 보이는 걸 말해 다오.”
“천장 가까이에서…우릴 바라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공격하기 전에 이렇게 길게 기다린 적은 없어요.”
“흠…나는 그가 언제나 나타난 즉시 공격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가 진짜가 아니어서일까, 몰리? 사실은 네가 이 모든 걸 통제하는 건 아닐까?”
그때서야 난 마침내 Dr. Darkly가 밝히려고 했던 걸 알아챘다. 그는 내가 라스가 환영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길 원했던 거다.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과 마주하지 않기 위해 내 뇌가 몇년 전 그때 만들어낸 존재라고. 난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목에 새롭게 생긴, 작은 상처에서 흐르는 피와 타는 듯한 아픔도 무시했다.
“여기 있어요, 진짜라고요,” 난 강하게 말했다. 내 시선이 라스가 천장 가까이에서 고요히 떠 있는 곳으로 가 꽂혔다.
“이리로 와,” 그에게 말했다. 내 목소리는 크고 강했다. 그에게 직접 대화를 시도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이길 바랬다.
놀라운 동시에 기쁘게도, 라스는 내 말을 따랐다. 내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온 그는 잠시 갈등하며 멈췄지만, 곧이어 어깨와 머리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질 때까지 내려왔다. 그의 차가운 존재가 내 피부에 닿았을 때, 나의 세계는 사라졌고 곧 스스로가 어딘가 이상한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장소와 같았지만, 모든 것이 잘못된 색깔과 크기, 모양을 하고 있었다. Dr. Darkly를 포함해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지만, 마치 세계가 왜곡되고 변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게 맞을 것이다. 이 곳에서 드디어 난 라스를 볼 수 있었다. 그는…아니, 그녀는, 내 상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나와 키가 비슷했고, 어두운 금발이 발목까지 자라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통은 완전히 발가벗고 있었으며 그 피부는 창백하여 핏줄이 비쳐 보였다. 나이는 대략 20대 초중반으로 보였으며, 그녀의 얼굴은 놀랍도록 아름다왔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단지 목 까지였다. 그녀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백개, 천개가 넘는 상처들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해 있었다. 그녀의 가슴은 물린 자국으로 가득했고, 배에는 긴 자상과 담배 자국이 나은 후의 흉터인 듯, 패인 자국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상처가 너무 많아서, 그녀가 그 상처를 견뎠을 생각을 하자 뱃 속이 뒤틀렸다.
“누구…무슨?” 잔뜩 당황한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수백 개의 질문들을 한꺼번에 담을 만한 문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웃었다. 그 웃음 소리는 따뜻한 꿀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뻗어 내 눈을 가리는 머리를 빗어 내렸다.
“난 너의 언니(sister)란다,”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수줍은 미소가 입술에 떠올랐다.
“난 그런 거 없어! 넌 나보다 나이가 많잖아!” 혼란이 거세지자 눈썹 뒤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나는 울부짖었다.
“우리 아버지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어. 난 그의 첫 번째 딸이었지. 엄마는 그의 두 번째 가정이나 그가 태어나게 한 작은 소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어. 물론 내가 오랫동안 그의 관심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에, 너는 그 특별한 취미에서 벗어나 있었단다.”
“이해가 안 돼…아버지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고?”
“아니. 네 엄마가 다른 여자였어. 낮 시간 동안 집에서 나가, 새로운 일을 찾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두 번째 수입원으로 사용했던 여자였지.”
그녀가 말을 잇는 동안, 난 그녀의 벗은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세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허벅지와 그 안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숫자들을 본 순간 속이 뒤틀렸다. 허벅지 안쪽에 물린 자국이 있었다. 몸이 떨려왔다. 그러나 또다시 그 부드러운 웃음 소리가 내 주의를 돌렸다.
“걱정하지 마. 그걸 받은 게 나라는 사실이 기쁜걸. 그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기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전에 시작된 거야. 너의 엄마가 아버지에게 네 성별을 알려 주었을 때, 그가 너의 존재를 나에게 알려 줬어. 내가 더 이상 그의 욕망에 부합하지 않게 될 때, 너에게 할 일들을 늘어놓는 걸 좋아했어.”
그 함축적인 표현에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단순히 나빴다고 하기에는 너무 끔찍했고 갑작스러웠던, 처음으로 당한 폭력이 기억났다.
“그가 나로 갈아타려고 했다면…너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답을 거의 짐작하면서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어떠한 힘이 내가 이 질문을 하길 강요하는 것 같았다.
“날 죽였어. 솔직히 예상하고 있었어. 그는 몇 주 동안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어. 내가 기억하는 그 어떤 때보다 긴 시간동안,” 그녀가 설명했다.
“그럼, 날 구해 줬던 첫번째가…”
“죽은 뒤 한 달 동안 그를 지켜봤어. 그가 말한 것들, 그 속삭임들을 정말 실행할까 기다리며 감시하고 있었어. 그는 우리 집 뒤쪽의 숲 깊은 곳에 숨어 내 시체를 완전히 태워 버리고 살인에서 벗어났지. 하지만 너까지 망가뜨리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어.”
“너가 날 구했어…다른 때도…” 난 중얼거렸다. 눈물 줄기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 내가 널 구했지. 하지만 그 결과까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어. 너무 오랜 시간동안 난 분노에 눈이 먼 존재로 살아왔어. 그가 날 상처입혔던 것처럼 너를 해치려고 했던 사람들을 벌하기 위해 물리적인 존재로 변할 때마다, 난 매번 거의 내 자신을 잃었고 그 후 수 년동안 쉬어야 했어. 그저 몇 초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했고, 매번 영혼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네 이름은 뭐야? 지금까지 왜 말을 걸지 않았던 거니? 뭐가 변한 거야?” 스스로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자벨라, 하지만 내 친구들은 벨이라고 불러. 전에는 너에게 말을 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벌하기 위해 힘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지. 최근 수 개월동안 너를 지켜보고 있었단다. 그 구역질나는 소년들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린 후부터 말이지. 그리고 내가 한 일 때문에 너의 삶이 통채로 빼앗겼다는 걸 깨달았어. 너무 오랫동안, 너를 나로 인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게 했구나.”
“그러니까…맙소사, 그동안 정말 너랑 말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너무 많은 말을 하니까 따라갈 수가 없어. 머리가 아파,” 난 거칠게 숨을 쉬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미친 생각들을 헤치며 호흡을 가다듬으려 했다. 지금껏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설명됐고, 동시에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가야 돼, 시간이 없어,” 벨이 속삭였다. 처음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몸과 함께 흐릿하게 변하고 있단 걸 알아챘다.
“잠깐! 아직 물어볼 게 남았어! 다시 돌아올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녀에게 외쳤지만, 그녀는 더욱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녀가 내 말에 답하려 할수록 목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졌다.
“다시 돌아올 거야…만약…너 자신을 지켜…Dr. Darkly는 좋은 ㅅ…그의 말을 들어…사랑해.”
그녀는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대화를 나누었던 이차원의 공간 또한 사라졌다. 내 앞에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복 언니는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이번 기다림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Dr. Darkly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는 나에게서 몇 발 떨어져,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유령을 본 듯한 표정이었지만, 벨을 본 건 나 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쨌든 난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혹 그가 칼을 휘두를 상황을 대비해 도망갈 준비를 했지만, 그의 손에 칼은 없었다. 칼은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채 잊혀져 있었다.
“너가 공중으로 떠올라서….그대로 있었어. 허공에 떠 있었다고,” Dr. Darkly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포와 흥미과 일정하게 섞여 있었다.
“그건 그ㄴ – 아니, 그였어요. 투명한 남자였어요. 더 이상 내가 곤란한 일에 말려들게 하지 않겠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왔어요,” 잠자코 여러 문장을 이어 말해 그가 아무런 질문도 할 수 없게 했다.
물론 실패였다. 우린 한 시간동안 더 –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채로 – 벨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이제 날 믿었다. 한 번도 떠났던 적이 없는 것 마냥, 신뢰의 감정이 나를 바라보는 눈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벨의 마지막 보호에 감사하게도, 시설 안에서의 삶은 훨씬 더 편해졌다.
그를 라스 대신 벨이라고 부르는 건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두 이름 다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라스, 그것이 바로 그녀였다. 벨은 그녀가 빼앗은 생명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녀를 그 누구보다 지켜주고, 안전하게 해 주었어야 할 남자의 배신과 폭력이 이어졌던 오랜 시간으로 인해, 그녀의 안에서 동정심이란 감정은 오래 전 사라졌을 것이다. 벨이 그녀만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믿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운이 나쁘게도, 나는 아마 남은 인생을 이 시설 안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세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낙인이 찍혔으니까.
하지만 이제 신경쓰지 않는다. Dr. Darkly와 엄마가 다시 내 편에 서 준 이상, 이 곳에서의 삶은 훨씬 덜 외로웠다. 때때로 다시 벨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아마 그때는 자매로서 진실된 시간을 가질 수 있겠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그런.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iyv7g/part_4_i_wish_my_guardian_angel_would_choose/ [part 4] I Wish My Guardian Angel Would Choose Someone El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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