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고객이 난동을 부리며 갑질을 하자, 백화점 직원이 무릎을 꿇습니다.
백화점 측에선 그 뻔뻔한 인간을 탓하긴 커녕, 오히려 직원에게 ‘고객님께 사과드려’라고 말하죠.
직원은 가슴 속에 천불이 나겠지만 그렇게 합니다. 왜? 다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 류의 소식을 접하는 제 가슴에도 천불이 나는데 그 직원의 심정은 어떨까요? 죽고 싶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요 며칠 새 연출해 낸 게 이런 장면입니다. 한겨레 안수찬, 미디어 오늘 김도연...이 훌륭한 기자들이 극렬 문빠들에게 말 몇 마디 대들었다가 저런 꼴을 당했어요. 그들이 성숙하지 못했다구요? 점잖은 분들은 그렇게 말해야 되지요. 그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저는 그런 제도권적 예의범절 따위 안지켜도 되는 평범한 사람이니 그냥 보이는 대로 양심대로 내뱉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 누구냐. 단연코 조기숙입니다.
들자면 더 많아요. (이 분들도 다루겠지만) 권갑장 류, 김어준, 유시민....그러나 넘버원은 조기숙 교수에요.
이 분, 대선 얼마 전에 한 번에 몇 백만명이 듣는 팟캐스트에 모두 출연했어요. (전국구, 새가 날아든다, 파파이스 등등)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시리즈로...
제가 이 분을 상당히 싫어하는데, 이런 날이 올 것 같아 한 개도 안 빼놓고 꾹꾹 참아가며 그 걸 다 들었어요. 들으면서 제 머릿 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 ‘가관이다...가관이다...가관이다...’
같은 편이지만, 저 사람은 좀 가만히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을 시쳇말로 ‘엑스맨’이라고 해요. 조기숙요, 친노, 친문 진영의 엑스맨이에요.
이 분은 왜곡된 시각을 전파해서 극렬 지지자를 양산합니다. 그래서 노무현과 문재인의 입지를 오히려 좁히고 말거든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래왔어요.
제가 조기숙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거의 20여년 전, 강준만의 책을 통해서에요.
(초보 문빠 분들, 강준만 교수가 누군지도 잘 모르시죠? 저 조차 요즘 그 분의 희안한 스탠스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간 이룬 업적이 너무 대단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김대중,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두 번이나 킹 메이커 역할을 했다라는 평까지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문제다, 학벌사회가 문제다, 서울공화국이 문제다, 호남 차별이 문제다...대다수의 지식인들이 어설픈 서구 이론이나 들먹이며 뻐길 때, 이 분은 한국사회의 아킬레스 건을 제대로 짚어낸, ‘지식인의 지식인’이었어요.
여러분이 조중동 깨부시자, 진보언론 박살내자...라고 말할 때, 꿈에도 모르겠지만, 알고보면 여러분은 강준만의 자식들 인거에요. 강준만의 출현 이전엔 언론 문제를 대중이 공론화한 다는 건 생각조차 못하던 일이죠.)
강준만은 자신이 발행하던 저널을 통해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던 ‘실명비판’을 합니다.
거기서 강준만이 조기숙을 비판하는데, 정말 조기숙이 되지도 않는 소리를 계속하는 거에요.
거 참 피곤한 사람이다...라는 게 조기숙에 대한 제 첫 인상이었죠. (조기숙은 강준만을 존경해요. 홍보수석 때도, 별로 안 그래도 되는데 강준만 쫓아다니고 그랬어요. 요번 팟캐스트에서도 얘기하더군요)
조기숙의 특기가요, 자기 과거미화, 포장입니다.
오래된 경력의 노빠들은 조기숙이 옛날에 무슨 소리를 하고 다녔는지 알아요.
조기숙이 최근에 연속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자기 과거를 높이 평가하고 포장하는 걸 듣는데...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 정봉주 깔대기는 귀엽기나 하지요.
빌어먹을 후단협이 당시 노무현에게 후보 사퇴를 하라고 하던 그 엄중한 시기에, 조기숙은 노무현은 깨끗하게 후보 사퇴하라는 칼럼을 쓴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쪽 저쪽 언저리에서 안개를 피우며 왔다 갔다 했죠. (자신이 정몽준 캠프에 간 건 아니었다고 팟캐스트에서 강변하더군요. 그런데, 노무현이 대선후보 사퇴하면 정몽준이 나가는 건데요? 그게 바로 후단협 주장인데요?) 대선 전날, 정몽준이 노무현지지 철회를 선언했을 때, ‘정몽준이 그럴 줄 몰랐다, 눈물을 흘리며 이 글을 쓰니 제발 노무현을 지지해달라’고 오마이뉴스에 긴급 기고를 한 게 바로 조기숙입니다. 그걸 읽으며 이거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냐...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팟캐스트에서 조기숙은 자신의 저 행보를 ‘사실 노무현으로 될 줄 알았고, 나는 큰 틀에서 그렇게 되라고 그런 거다’ 라는 식으로 포장을 하더군요. 지식인은요, 자기가 쓴 글로 말하고 그 글로 평가받는 겁니다. 후보 사퇴하라고 했던 사람이 무슨 혓바닥이 그렇게 길어요? 속마음은 안그랬다? 큰 그림이었다?
아이고....노무현 죽인다고 정몽준에게 갔던 김민석이 ‘졌습니다. 누님’ 하겠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안타까운 게 이런 지점이에요.
전국구에 나오는 최강욱 변호사가 늘 말하죠. ‘노무현정부의 인사정책은 정말....대체 누가 그런 인사를 한거여?’
누구긴 누굽니까. 최종 결재자 노무현 대통령이죠.
제가 노무현 대통령을 깊이 존경하지만, 솔직히 그 분의 인사정책은 엉망이었어요.
자기에게 후보 사퇴하라고 하며 이쪽 저쪽에 기웃거린 조기숙을 홍보수석으로 쓰고, 대북 화해모드의 기미를 비친 부시 정부 측의 정보를 은폐하여 대통령을 기망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내치긴 커녕, UN 사무총장으로 밀고, (그 때 장관인 송민순이 요즘 뒷통수 치는 건 보너스) 수구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장관, 검찰총장으로 등등등....뭐 셀 수 조차 없어요. 정권 끝나고 이 사람들, 죄다 노무현에게 비수를 꽂았어요. 이정우, 정태인 같은 개혁적인 사람들, 일 못한다고 내쫓고 김진표 같은 새누리스러운 사람을 중용하여 지금껏 후환이 되고...(조기숙 교수는 물론 송민순스러운 분이 아닙니다만, 다른 방식으로 참여정부와 새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죠.)
이건 아량과 포용이 아니라, 그냥 한심한 거에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자신이 흠모하던 링컨 흉내를 너무 거하게 내신 거에요. 적대자를 내 품안에 두고....어휴....겉으론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결국 정책적 엇박자와 에너지 낭비만 심했구요. 자리에 걸맞지 않는 인사기용 덕에 사방팔방이 삐그덕 거릴 뿐이었네요. 진보언론이 끊임없이 노무현과 충돌한 지점 중 하나가 이거에요. 이 부분, 진보언론이 옳았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딱 이 반대방향으로 나가니 너무 좋습니다.
이런 게 바로 업그레이드란 말이죠.
흐뭇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은 한층 더하구요.
(조기숙 교수에 대해선 할 말이 많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정치 훌리건을 백만 단위로 양성하는 위대한 분께, 겨우 한 번의 글로 예우를 해드릴 수는 없죠.
더 예우해드리겠습니다.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