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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9397
    작성자 : 아진곰
    추천 : 1
    조회수 : 239
    IP : 39.117.***.243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10/22 01:27:14
    http://todayhumor.com/?readers_9397 모바일
    새 글을 쓰는 중입니다.
    하나 완결냈으니 이제 다음 글을 써야겠지요.
     
    구상해서 쓰는 단계에 들어간 건 sf스릴러... 인데 이전에 완결낸게 리얼물이었다면 이건 좀 더 판타지틱한 느낌이네요.
     
    제목은 몬스터 슬램입니다.
     
    오랜만에 이런 글을 쓰니까 뭔가 약간 어색한 느낌도 들고 뭔가 불안하기도 하네요.
     
    이전에도 판타지는 많이 썼지만 좋은 반응이 있었던적이 드물어서...
     
    물론 이게 제대로 붙을지 떨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힘내고 정신차려서 일단 5편 분량 정도는 써봐야겠네요.
     
    어쨌든 가능하면 응원 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일단 쓴 프롤로그를 올려봅니다.
     
    마음에 드시면 글 잘 풀리기를 기원해주세요.ㅇㅅㅇ)b
     
    ---------------------
    프롤로그 - 언더독 Underdog
     
     
     
    “헉! 훅!”

    눈을 떴을 때 남자는 어두운 곳에 있었다.
    어둡기만 한건 아니었다. 몸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산매장을 당한 것 같았다.
    세상이 뒤흔들리는 충격에 눈을 떴던 남자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왜 자신이 이런 곳에 묶여
    있는 것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으극! 으으으으으―!”

    패닉에 빠져 무작정 몸부림을 치던 남자는 어느 순간 신음소리를 멈췄다. 무엇을 건드리기라도
    한 것일까. 눈앞이 순식간에 환해지며 후덥지근한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어……”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생기자 남자는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벨트였다
    . 남자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벨트는 그 몸을 이 좁은 공간에 단단히 고정시켜주고 있었다.
    남자는 반사적으로 가슴께에 붙어있는 잠금장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도망치듯 뛰쳐나온 남자는 앞으로 쓰러졌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고통스
    러운 숨을 한참이나 몰아쉬던 남자는 코끝에서 느껴진 지독한 흙냄새에 고개를 들었다.

    “응? 숲?”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마저 막아낼 정도로 짙게 우거진 녹색 빛. 바닥에 짚은 양 손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검은 흙.

    “씨발, 이건 뭐야?”

    그동안 남자가 마스 콜로니에서 봐왔던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은 화분으로 보일 정도로 야만적
    인 풍경. 압도적인 습기 속에 멍하니 앉아있던 남자는 비로소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봤다. 남
    자의 등 뒤에는 은백색의 원통형의 물체가 입을 벌린 채 땅에 꽂혀 있었다.

    “드랍포트잖아? 윽.”

    포트의 주변을 살피던 남자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젠장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남자는 아직 희미한 열이 느껴지는 포트의 표면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이 포트에 실린 채 하늘에서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아마도 우주에서. 이런 포트는
    우주선에 구명용으로나 쓰이니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대체 자신은 무엇 때문에 이런 알 수 없는 곳에 포트에 실린 채 낙하한 것인가? 타고 있던 우
    주선에 중대한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내가 대체 왜 이런……?”

    남자의 말꼬리가 늘어지며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응?”

    깊은 두려움이 덮쳐왔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의 그 이전의 문제였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뭐, 뭐야? 어째서… 윽!”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영상이 재생된다.
     
     
    ‘지금부터 포트에 주입되는 이 가스는 여러분의 몸과 뇌의 세포를 충격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 이런 궤도낙하를 위해 훈련받은 군인들에게도 정식으로 사용되는 물건이니 후유
    증이나 위험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과장된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가 모니터에 나타나 뭔가를 떠들고 있는 기억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가스에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단기기억상실을 겪
    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아, 물론 괜찮습니다. 영구한 것이 아니니까요. 당장은 자신이 누군지
    도 기억해내지 못하시겠지만, 최근에 있었던 기억부터 하나하나 떠올리시게 될 겁니다. 바로
    지금 제가 말하는 이 장면을 첫 번째로 말이죠! 하하하하하하하!’
     
     
    남자는 이를 악물며 포트를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그렇게 주먹에 고통이 옮겨 붙자 머릿속에서
    요동치던 두통이 조금씩 잊혀졌다.

    “아악! 악! 윽!”

    주먹질을 멈추고 포트의 앞에 주저앉은 남자는 이를 갈았다.

    “그 빌어먹을 광대새끼는 뭐야?”

    고개를 든 남자는 포트의 안을 봤다. 좌석을 보자 기억이 형태를 갖춰갔다. 분명 자신이 앉아
    있던 저 좌석의 앞쪽에는 작은 모니터가 붙어있었다. 그것은 낙하중에 갑자기 켜졌고, 동시에
    위에서부터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미치겠군. 이게 대체 무슨 꼴이지…….”

    남자는 얼굴을 문질렀다. 그래도 곧 있으면 기억이 돌아와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약간 가라앉았다. 그때까지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사고 같은 게 아니고 일부러 떨어졌단 말야? 대체 어째서?”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이를 갈던 남자는 순간 깜짝 놀라며 얼굴에서 손을 땠다. 이상했다.
    손등의 피부 일부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몬스터 슬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남자는 반사적으로 손등을 문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이건 또 뭐야? 몬스터 슬램?”

    손등의 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멍한 얼굴로 다시 평범해진 손등을 바라보던 남자는 곧 얼
    굴을 부르르 떨며 포효했다.

    “이게 대체 뭐냐고! 어떤 자식이야! 엉? 누구냐고! 여긴 어디야! 이 빌어먹을 자식……?”

    분노하여 괴성을 내지르던 남자는 순간 긴장하듯 목을 움츠렸다.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 것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다. 확실했다. 그 증거로 저 앞쪽의 수풀이 부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에서 교묘하게 숨은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이곳은, 위험하다는 것.

    [지금부터 게임이 시작됩니다.]

    달칵하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오자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조금 전 남자가
    앉아있던 드랍포트 안의 의자. 그 의자의 아래에 있는 수납함이 열려 있었다.
     
     
    ‘바로 거기에! 여러분들의 몸을 지킬 최소한의 물건이 들어있습니다. 어떤 포트에 어떤 물건
    이 들어있을지는 알 수 없죠. 지금 바로 여러분들의 운을 시험해보시죠!’
     
     
    광장과도 같은 거대한 방. 거기에는 남자와 같은 옷을 입은 수십. 어쩌면 수백에 이르는 사람
    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드랍포트의 앞에 서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남자는 호기롭게 맨 처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이 드랍포트를 선택했다.

    “윽, 억! 어억!”

    갑작스럽게 닥쳐온 기억에 남자는 당황한 나머지 단어로 만들어지지 않는 말소리의 편린을 내
    뱉으며 급히 수납함에 손을 집어넣었다.

    “뭐야? 이런 개 같은!”

    바닥에 손을 짚은 남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게 뭐야! 왜 아무것도 없어?”

    수통. 그리고 전투식량으로 쓰이는 에너지 바. 이 상황에서는 쓸모없는 것들이 손에 잡혔다.
    남자는 경악한 얼굴로 미친 듯이 수납함의 바닥을 더듬었다.

    “안 돼, 안 돼! 이러면 안 된다고! 왜 아무것도 없-!”

    그때 남자는 눈치챘다. 수납함 바닥의 재질이 벽과 다르다는 걸.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
    졌다. 상자다. 수납함의 바닥에는 그 바닥 넓이와 비슷한 상자가 깔려있었다.
    남자는 재빨리 그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어……?”
     
    GOOD LUCK
     
    양각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칼날의 모습에 폴렌의 얼굴이 급격히 분노에 휩싸였다.
    붉은색의 고급 천위에 놓여있는 보석으로 장식된 15세기 버전의 장식칼. 그것은 27세기의 싸움
    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작은 행운을 비는 장식품일 뿐이다.

    “이게… 내 운이라고?”

    그때 남자는 느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리 없는 살기를.

    “후우우! 후우!”

    남자의 덩치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괴수가 드랍포트에 얼굴을 처박은 채 버둥거렸다.

    “헉! 헉!”

    가까스로 몸을 피한 남자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마치 곰과 같은 생물이지만 곰은 아니다.
    마치 거대화된 조류의 그것 같은 날카로운 발톱이 드랍포트를 사정없이 긁어대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그것은 남자가 지금껏 본적이 없는 환상속의 괴수인 것만 같았다.
    신음조차 내뱉지 못하고 쓰러진 몸을 뒤로 밀던 남자의 시선이 문득 앞으로 내뻗은 작은 장식
    칼로 향했다. 그 칼에는. 그리고 그 칼을 꽉 잡고 있는 손에는 분명 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남자의 떨림이 점차 잦아들었다.

    “그래, 이게 내 운의 전부란 말이지?”

    남자는 더러운 흙바닥에서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을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남자는 드랍포트에 처박혀 버둥거리는 정체불명의 괴수의 등 뒤를 향해 뛰어들었다.

    “어차피 난 예전부터 운이 있던 적이 없었다고!”

    괴수의 등에 올라탄 남자는 손에 든 장식검을 괴수의 목에 내리찍었다.

    “후우우우!”

    당연히 괴수는 몸부림을 친다. 금방이라도 등에서 떨어질 것 같았지만 남자는 필사적으로 그
    등에 매달렸다. 지금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었다.
    이 괴물은 분명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 육체에는 칼이 박힌다. 피가 흐른다.
    정당한 상황이라면 그 완력을 감당할 수 없었겠지만, 드랍포트에 몸의 일부가 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해야했다.
    살기위해 죽여야 한다. 이 괴물을.
     
     
    ‘위험하냐구요? 당연합니다! 저 아래에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단지 듣기만 했던
    전설속의 몬스터들이 피와 살로 이뤄진 몸을 가지고 여러분들을 노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런 말을 들었다고 지금에 와서 포기하실 분은 없겠죠? 겨우 이런 허세에 도망칠 정도의 겁쟁이
    들이 이곳에 남아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쏟아지는 기억과 함께 두통이 박혀들자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 남자가 이곳에 온 것은 자신이 원했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것 같아? 이 폴렌 빌바가! 화성의 사막에서도 살아서 돌아온
    이 폴렌 빌바가 이런 곳에서!”

    두통을 쫒으려는 고함과 함께 칼끝이 딱딱한 뭔가의 사이를 통과하는 것 같은 감촉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그럼과 동시에 폴렌을 떨구려는 듯 몸부림치던 괴수의 움직임이 건전지가 빠진 로봇
    처럼 멈췄다.

    “꾸르르르륵…….”

    구슬픈 단말마와 함게 몸을 축 늘어트린 괴수의 등에서 떨어져 나온 폴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괴수와 자신의 손을 번갈아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억이 차례차례 되살아났다.
    마스 시티의 갱단인 레드 옐로의 간부 폴렌 빌바. 그 어리석은 남자는 보스의 여자와 정을 통
    하고 말았다. 18세기의 옛날에도, 27세기의 이 시대에도 흔하디흔한 이야기다. 그 끝도 그랬다
    . 수많은 비극적인 이야기의 엔딩처럼, 폴렌은 마스 콜로니 밖의 황야에 산채로 파묻혔고, 여
    자는 진공의 우주에 내던져졌다.

    “줄리아아아아아아!”

    폴렌은 몸을 웅크리고 온 몸으로 포효하듯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이름을 외쳤다.
    사막에 파묻혔던 그 날. 폴렌은 그를 감시 중이던 수프림 코퍼레이션의 요원에게 구출되었다.
    복수심에 알고 있는 정보를 마구 토해내던 폴렌은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을 심
    문하는 요원을 때려눕히고 탈출했다. 코페레이션이 그가 내뱉은 얻어낸 정보를 사용하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보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줄리아…….”

    폴렌은 얼굴을 들었다. 아직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나진 않았다.
    이곳에 보스가 있는 걸까? 아니면 이곳에서 복수를 위한 뭔가를 찾기 위해서였던 걸까.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허나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이걸로도 충분했다.
    폴렌은 복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자신이 원해서 말이다.

    “난 안 죽어. 안 죽는다고.”

    몸을 일으킨 폴렌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수풀 사이로 쏟아지는 빛이 그를 축복하는 듯 했다.
    그 빛을 끌어안듯 양 팔을 펼치고 심호흡을 하던 폴렌은 눈을 부릅떴다.

    “그 위에서 날 보고 있는 너! 이 광대자식아! 잘 들어!”

    폴렌은 하늘을 향해 괴물의 피가 묻은 칼날을 쳐들었다.

    “네가 날 어떻게 이용하려 하든! 난 여기서 살아남는다. 알았어? 잘 들으라고! 네가 뭐든, 여
    기가 어디든! 난 반드시 살아서 복수를……억?”

    짧은 고통이 지나갔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기에 폴렌은 어리둥절했다.
    폴렌은 위를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행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단도를 꽉 움켜잡고 있는 손을 바라봤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괴수의 부리에 물려있는 자신의 손을.

    “아아아아…으…아아…….”

    조금 전만해도 폴렌의 머리에 가득 차 있던 말들이 모래처럼 흩어졌다.

    “나, 뭐. 살아야. 한다고…했었……?”

    폴렌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눈을 사방으로 굴렸다.
    행운, 의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압도적인 불행.
    그 불행이 숲의 어둠 속에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30! 제로! 심박수 제로! 바이탈 모니터 시스템에 의해 드디어 첫 번째 아웃플레이어가
    정해졌습니다!”

    과장된 몸짓으로 주먹을 불끈 움켜쥔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는 살짝 숙이고 있던 상체를 펴고
    가볍게 양 손바닥을 부딪쳤다.

    “아쉽군요- 마스 시티의 악명 높은 갱 ‘레드 옐로’의 전 간부 폴렌 빌바. 혼자서 레드 옐로
    를 끝내버리기 위한 크레딧을 손에 넣기 위해 몬스터 슬램에 지원했던 폴렌 빌바! 결국 꿈에
    다가서지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아웃되고 맙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처음부터 운이 좋지 못
    했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는 마치 무대에서 연극을 펼치는 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크게
    걸음을 띄며 자신의 등 뒤를 손으로 강하게 가리켰다.

    “저 단도가 들어있는 드랍포트를 선택한 것이 바로 그 자신이었으니까요! 이미 그의 운명은
    그 자신의 손에 의해 반쯤 정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몬스터 슬램은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운이 강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론 살아남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곳이지요!”

    남자의 등 뒤에는 홀로모니터들이 수많은 창문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백여 개쯤 될 것 같은 작은 홀로모니터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싸우고 뛰며 울부짖는 모습이 비
    춰졌다. 그리고 그 중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모니터. 스튜디오의 중앙에 위치한 가장 커다란
    모니터는, 두발로 걷고 깃털이 달린 거대한 덩치의 괴물들이 폴렌 빌바의 시체를 붙잡고 부리
    로 살을 뜯어내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어우우우우우우우우우- 저건 팔? 팔인가요? 아니, 다리군요. 다리가 저렇게 뽑히다니. 살아
    있었다면 죽을 만큼 아팠을 텐데요. 죽어서 매우 다행이군요-”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고 과장스럽게 몸서리를 친 남자는 다시 웃는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어쨌든 처음으로 우리에게 처음으로 즐거움을 선사해준 폴렌 빌바에게 모두 박수를 부탁드립
    니다. 아, 그러는 사이에 32번 플레이어 운진 소, 81번 플레이어 세르게이 미하일로프가 연이
    어서 아웃 되었습니다. 폴렌 빌바와 비교해보면 아웃 타임이 20초? 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군요. 아아, 간발의 차입니다. 이 두 플레이어를 찍으셨던 호스트 분들은 너무너무! 매우!
    아쉬우실 것 같습니다. 하필 아울베어의 서식처 한가운데에 포트가 떨어지다니. 정말로 운이
    없는 남자로군요.”

    남자는 오른손을 앞으로 뿌렸다.

    “자아, 그럼. 첫 번째 아웃 플레이어를 맞추신 분들은 과연 몇 분일까요? 보여주시죠!”

    147개의 머그샷 사진과 숫자가 남자를 중심으로 떠올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남자는 수많
    은 홀로그래픽 중 하나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남자는 금세 자신의 상체 크기로 커진 폴렌 빌바
    의 프로필을 손으로 콕콕 건드렸다.

    “자아, 폴렌 빌사를 선택한 분은 모두- 네 분! 폴렌 빌바를 선택한 호스트 분들은 모두 네 분
    입니다! 행운이 있으셨던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당첨되신 호스트 분들에게는 기대하셨던
    몬스터 슬램 퀘스트 1회 이용 권한을 부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자가 펴고 있던 손을 살짝 움켜쥐자 머그샷이 사라졌다.

    “자, 그럼!”

    이제 중앙 모니터에서 빌바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모니터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을 번갈아가며 비췄다. 몬스터 슬램의 정글에서 달리고 뒹구는 플레이어들의 모습들을.

     
    “당첨되지 못한 분들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알고 계시죠? 곧 다음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모두
    들 채널 고정하시고. 몬스터 슬램 어나더 챔피언 시즌4는-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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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2 04:46:52  183.101.***.126  no.10  9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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