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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3931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19
    조회수 : 4926
    IP : 211.227.***.191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7/06/11 20:59:49
    http://todayhumor.com/?panic_93931 모바일
    [Reddit] 비행기가 좀 이상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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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이거 포스팅하려고 아이패드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인터넷에 접속했어. 뉴스를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뭔가... 달라. 지금쯤 난 이미 모로코에 있어야 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호텔 체크인도 끝내고 수영장이 옆에 있는 호텔 침대에서 쉬고 있어야 한다고. 시계가 고장 나서 내가 틀린 걸수도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비행하고 있어! 

    좀 더 설명하자면, 나는 모로코로 휴가를 보내러 가고 있어. 내 남자친구 라스가 온라인에서 새로운 항공사의, 스톡홀름에서 모로코까지 직항으로 가는 싼 표를 찾았거든. 따뜻한 날씨를 좀 즐기자고 말이야. 우리 고향인 우메아를 떠나서 비행기 타기 전날에 내 여동생과 걔네 가족이 사는 시내 중심가의 좁아터진 아파트에서 잤어. 어젯밤 얘기긴 하지만 솔직히 엄청 오래전 같아. 

    이른 시간 비행기여서 공항으로 출발할 때도 아직 어두웠어. 공항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긴 했지만 둘 다 많이 먹지는 않았어. 어젯밤에 잘 못 잔 걸 비행시간 내내 자면서 좀 보충할 생각이었거든. 체크인이랑 보딩도 순조로웠어. 다들 바빴지만 우리처럼 졸려 보였어. 한시라도 빨리 비행기를 타서 따뜻한 햇볕을 받고 싶은 모습 말이야. 요즘 스웨덴은 너무 추워서, 다들 회색빛이고 피곤해 보였어. 물론 졸린 상태여서 제대로 사람들을 보진 않았지만 말이야. 비행기는 엄청나게 컸어. 미안하지만 나는 항공덕후가 아니라서 무슨 기종인지는 모르겠어 (삼촌이 항공덕후신데 A 뭐시기랑 에어버스 뭐시기의 차이점을 말해주곤 하셨어. 물론 알겠지만 난 별 관심 없어서 안 챙겨 들었어). 내가 아는 거라곤 주변 유럽 국가들 갈 때 타는 작은 비행기들보다는 훨씬 컸다는 거야. 복도가 두 개나 있으니까 얼마나 큰지 알겠지! 나는 왼쪽에 세 자리, 복도, 그리고 다른쪽에 세 자리 있는 비행기에 익숙하거든. 가운데에 좌석이 또 있는 걸 보니 신기했어. 라스와 나는 가운데에 있어서 창문을 아예 볼 수 없었어. 만약 창가 자리에 앉았다면 풍경이든 뭐든 보였을 테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있었을 거야. 

    도대체 몇 시간이나 비행기에 있었는지 모르겠어. 기장이 방송을 안 한 지도 수십 년은 된 것 같아. 자기 전에 쉬려고 30분 정도 책을 읽는 동안 라스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자더라. 그 후에 나는 한 시간쯤 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손목시계를 봤는데 고장이 났어. 라스도 그때쯤 비슷하게 일어나더니 나한테 우리 도착했냐고 묻더라. 내가 조종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야.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직도 비행기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같았어. 고장 난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이야. 

    그때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어. 왜 모든 시계가 고장 난 거지? 내 뒤에 앉아있는 가족에게 물어봤는데 그 사람들 시계는 다 다른 시간에 멈췄대. 안심이 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간에 비행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겁에 질려 보였어.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은 없었어. 계속 비행하고 있었고, 난기류도 없었고, 다들 자다가 일어나 보니 시계가 고장 난 것뿐이니까. 비행기에서 더 불길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걸 알았지만 그래도 이상했어. 

    우리가 모두 일어난 지 잠시 후에 승무원이 음료가 들어있는 카트를 끌고 왔지만 승객들을 다 무시했어. 지나가면서 음료를 권하기는 했지만, 몇몇 사람들이 시간과 어디쯤 가고 있는지 물어보려고 하니까 웃으면서 확인해보겠다고만 하고는 그냥 가버렸어. 정신을 좀 차리려고 했어. 다른 승객들도 고개를 젓거나 어깨를 으쓱하고는 책이나 잡지를 읽기 시작했어. 좀 이상했지만 큰일은 아니니깐. 사람들이 그러잖아, 이상해 보이는 일이 우연히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이야. 

    시간을 때우려고 가십 잡지를 들었어. 한 권, 두 권, 그리고 세 권째 읽었어. 다시 돌아가서 아까 지나친 기사도 읽었어. 비행기에서 꼼짝할 수 없으니까, 시간을 보내려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모델과 그녀의 이혼에 대해서 읽었어. 

    잡지를 거의 다 읽고, 탑승한 이후 이미 자고 깼으니까 거의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방송도 없고, 착륙을 위한 좌석벨트 사인도 없고 말이야. 그냥 계속 가더라고. 

    수영장 옆에서 읽으려고 라스가 가져온 책을 빌렸어. 범죄 수사물에는 관심 없었지만 너무 지루해서 뭐라도 읽어야 했어. 계속 읽기 시작하고 또 읽었어. 사람들이 불안하게 주변을 돌아보며 승무원들을 찾는게 보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다들 엄청 예민해 보였어. 

    그리고 계속 비행했어. 방송도 없고, 난기류도 없고. 끝없는 비행. 

    이걸 쓰기 시작한 이유는 뭔가가 다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상세하게 말하자면 빛이 변했어. 우리는 아침에 출발해서 남쪽으로 비행하고 있었는데, 다섯 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리였어. 하지만 (아마도) 10분 전 해가 졌어. 그것 때문에 우리가 비행해야 하는 것보다 더 오래 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아마 몇 시간은 잤을 거야. 

    내 뒤에 앉아있는 가족의 아버지가 일어나서, 조종석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 아무도 그를 멈추지 않았어. 승무원들은 그냥 감정이 없어 보였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다른 승객들도 똑같이 멍해 보였어. 다른 사람들은 울고 있었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계속 비행하고 있으니까. 계속 어두워지고 있지만 그냥 어두운 하늘이 아니라 양쪽 창문 밖에 엄청 두꺼운 검은 구름이 있어서 해든 달이든 모든 빛을 막고 있는 것 같아. 폭풍이 오기 전처럼 다 까맣고 조용해. 사람들은 그냥 영혼이 없는 듯이 앞을 보고 앉아있어. 이런 상황을 저렇게 대처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저러고 있어! 심지어 라스도 에너지를 잃고 그냥 운명을 받아들인 듯이 내 옆에 앉아서 트레이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어. 

    방금 또 잠에 들었어.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일어나 보니 주변이 더 어두워져 있었어. 주변의 구름은 더 어두워졌고, 폭풍 구름이라기보다는 연기처럼 까맣게 보여. 이전에 마을에 공장에 불이 났을 때 사무실이 있던 거리 사람들이 모두 창문에 붙어서 새까만 연기가 수평선 위로 뭉게뭉게 퍼져나가는 걸 봤던 기억이 나. 지금 밖에 구름이 딱 그때 같아. 

    인터넷에 접속해서 뭔가 뉴스라도 보려고 하는데 다 엉망이야. 익숙한 글자 대신에 '' 같은 게 떠. 페이스북을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고등학교 때 파티나 대학교 신입생 때 올렸던 웃기지도 않는 사진 앨범들만 방금 올린 것처럼 보여. 더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어. 그리고 뭔가 다른 걸 느꼈어. 아까보다 사람이 줄었어. 분명히 이전에는 차있던 좌석들이 드문드문 비어있어. 모든 사람들이 화장실에 있진 않을 텐데! 승무원도 안 보여. 내 뒷자리에 있던 남자도 자리에 없어. 조종석 문 앞에서 쿵쿵거리지도 않고. 아마 비행기 뒤쪽으로 좀 진정하라고 승무원들이 데려간 것 같아. 뭔가 이성적으로 해명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그래도 너무 무서워. 

    아오! 기장이 방송을 하기 시작했어!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예상치 못한 정차 때문에 비행이 지연된 점 사과드립니다."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혼란스러운지 보려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다들 자고 있거나 그냥... 앉아있어. 몸은 거기에 있는데 눈은 죽어있고 조용한 인형처럼 말이야. 

    "우리 비행기는 곧 최종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즐거운 비행 되세요. 행운을 빕니다, 조세핀." 

    뭐? 

    방금 나만 들은 게 아니라는걸 확인하려고 라스를 쳐다봤어. 방금 기장이 미친 나한테 얘기했다고! 하지만 라스는... 달랐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상태였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어. 오 세상에, 이제야 다른 승객들이 왜 뭔가 이상해 보였는지 깨달았어. 뭔가 미묘한 게 바뀌었지만,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라스도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알아채지 못했어. 얼굴이 뭔가... 덜 라스 같아졌어. 외모가 뭔가 평범해?진 것처럼 말이야. 잘 모르겠어, 다들 비슷해 보여, 마치 라스의 독특함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럭비 하면서 생겼던 코의 상처가 덜 보여. 주근깨도 없어. 머리도 더 단정해 보여. 그리고 눈의 생기가, 없어졌어. 마네킹처럼. 어깨를 잡고 흔들어 봤지만 공허하게, 모르는 사람처럼 날 쳐다봐. 강한 진정제를 먹은 모르는 사람처럼. 

    비행기는 조용해. 라스를 그만 흔들기로 했어. 조용하게 그와 얘기해 보려고, 그가 얘기하게 하려고 시도하는 소리조차 비행기를 더 조용하게 만드는 것 같아. 교회에서 혼자 떠드는 사람처럼 말이야.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아. 움직이거나 반응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야. 너무 외로워. 빈자리가 더 보여.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도 안 보이는데, 다들 어디 간 거야?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어. 아직도 비행 중이고, 하강할 기미는 보이지도 않아. 밖에 있는 어두움도 그대로야. 어두운 하늘을 지나는 조용한 비행기. 얼마나 오래됐는지 모르겠는데, 확인할 방법도 없어. 만약 이걸 읽고 있다면, 뉴스 좀 확인해 줘. 2012년 3월 16일 마라케시에 도착하기로 예정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비행기에 대한 기사가 있는지 말이야. 이틀 전에는 도착했어야 하는 거 같은데, 이젠 정말 모르겠다. 다시 졸리려고 해. 다시 일어날 때쯤엔 도착해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Something's wrong with my flight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6fht7j/somethings_wrong_with_my_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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