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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토대로 쓴 글이기 때문에 글은 재미 없을 수 있습니다..
94년 초여름? 늦여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마당의 앵두나무에서 앵두가 열리면 나무를 타서 앵두를 따서 먹었었기 때문에 앵두가 열렸던 것을 보면 여름이었던 것 같다. 전라남도 여수의 따듯한 날씨에 과실이 잘 열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초여름이었을지 모르겠다.
당시에 우리집은 언덕길 위에 있었고, 큰 도로변이나 다른 쪽으로 나갈때는 집 아래쪽으로 세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한 빌라와 우리 옆집을 가로 질러가는 길이 있어서 세갈래였는데 언급한 이 빌라 맞은편에는 폐가로 보이는 집이 있었다.
“우오 뱀이다. 쩔어분다.”
“오오 짝대기로 놀래켜보자”
라는 대화가 오갈정도로 그 집 근처에서는 뱀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집이 폐가다 보니 쥐가 많거나 그랬는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쥐를 보기 힘들지만 어렸을쩍 여수는 시골이었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아파트나 신축 건물들이 많은 동네에서는 보기 힘들긴 했지만.
세들어사는 주인집 아저씨가 우리가 그러는 걸 보고
“그 뱀은 능사라고 쥐들 잡는 좋은 뱀이니 너무 괴롭히면 안된다.”라고 꾸중하셔서 어린 우리들은 ‘네’라는 대답과 함께 입을 뾰족하게 내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8시 정도였을까? 슬 깊은 밤처럼 느껴지듯 햇빛이 사라지고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던 때였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이 곳에는 가로등도 큰 전봇대 하나에 밖에 없어서 빛이 닿지 않는 쪽으로 가면 무척이나 어두워서 공포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때는 그렇게 까진 생각하지 않았았었는데 이 일이 있게 된 뒤로 나는 그곳이 무서워졌다.
“성아야, 저기 수퍼가서 팔팔 하나 사온나”
할아버지의 심부름이었다. 당시에는 어르신들이 88이라고 쓰여있는 담배를 무척 많이 피셨던 것 같다. 가격이 다른 담배들에 비해 쌌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천원을 쥐어주시며 사오라고 하시곤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혼자가긴 무서워서 주인집에 나랑 나이차이가 두 살 차이 나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
“형~! 심부름 같이 가주라. 혼자가긴 무서워”
착한 형은 동생이 무섭다는 말에 흔쾌히 동행해주기로 했고 나는 먼저 동전 몇 개를 챙겨둬서 작은 불량식품 간식이라도 사주기로 했었다. 형과 함께 대문을 나서서 나가는 길에 그 폐가가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슈퍼를 가려면 무조건 그 길을 가야만 했다. 아랫길로 가도 되긴 하지만 너무 멀고 오르막길이라 다시 돌아올땐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형이랑 나란히 오락 이야기를 하며 가는 도중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가 폐가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거기에 산발된 긴 머리의 여자가 하얀 한복을 입고 기다란 장검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귀신 같은 것을 잘 모르는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긴장되었다 행여나 그 사람이랑 눈이 마주칠까. “으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형의 손을 잡고 냅다 달렸다. 애기때라 뭐 잘못한게 없는것인건지 이후에 별다른 귀신의 해코지는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단순히 긴 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도랑 비슷한 느낌의 장검이었다. 돌아올때는 다른길로 한바퀴 뺑 돌아왔고 나는 무서워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었다. 거의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내 방에다 할머니가 부적을 곳곳에 붙여두셨다.
“할머니 이게 뭐야?”
“성아는 아직 몰라도 된다. 너한테 좋은 것이니 걱정말고 함부로 뜯거나 하문안댄다잉”
“응”
그때까지도 할머니는 심각한 표정이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지금쯤 물어봐도 될만도 한데 20년도 넘어서 생각안나실 것 같아 물어보진 못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의 그 사람은 정말 귀신이 맞을까. 맞다면 왜 그런 장검을 갖고 있었을까...
* 능사라는 명칭이 잘못되었을 수 있습니다. 당시 아저씨께서 하셨던 말씀 그대로 썼던것이라..
로드뷰 찾아보니 빌라 건물 느낌이 12년도인데도 많이 달라진 것을 봐서 그 폐가는 사라졌을지 모르겠네요 ...
출처 |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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