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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 시절... 아니 그 때는 국민학교였다.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고, 그 위를 늘 왁스를 칠해야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지방의 한 국민학교에 다녔는데, 그 국민학교는 내가 입학 할 당시에도 70년이 넘었던 아주 오래된 학교였다.
오래 된 학교였지만 지어진지 20년 밖에 되지 않은 신교사가 따로 있었기에, 보기에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신 교사는 총 5층의 건물이었고, 구교사는 1층짜리 건물이었다. 구교사는 창고 및, 과학실(이것도 약품창고로 거의 전락한 상태였다.)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저학년들은 거의 갈 일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이 구교사에는 목 없는 귀신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이 귀신은 하얀 소복을 입고 구교사의 바닥을 기어다니는 귀신이라고 했는데, 의외로 목격자가 많았고, 심지어 선생님들 조차도 숙직중에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아무도 구교사에 접근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만약 접근하더라도, 한 낮에 남자선생님들만 가는 그런 곳이었다.
구교사 귀신은 눈을 마주치면 자신과 눈을 마주친 사람을 쫓아다니며 눈알을 뽑아간다고 했는데, 웃기는 것은... 목 없는 귀신인데 눈을 마주칠 수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여간 또 재미있는 것은, 이 귀신은 굉장히 느려서 멀리 도망가 버리면 쫓아올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구교사 귀신은 전학가는 아이들이나 졸업생들이 담력시험을 하는 코스이기도 했다.
3학년 여름방학... 나 역시 이 곳을 벗어나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기에 담력시험을 하러 야밤에 구교사로 향하게 되었다.
"진짜 이거 하면 따조책 주는거 맞냐?"
"응. 진짜! 대신 모든 교실 다 돌아야 준다?"
"알았어."
아이들은 밖에서 내가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 안에 들어가 각 교실에서 손전등을 흔들면 되는 것이었다. 솔직히 정말 무서웠지만 당시 내게 내기를 건 녀석이 상품으로 건 따조북이 너무 갖고 싶어서 결국 승락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 따조북을 떠나서 아이들이 몰아간 것도 있었다. 겁쟁이냐? 못하냐? 뭐 이런 식으로 몰아갔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며 자신했던 것이다.
또 상대에게 "내가 들어가면 너도 같이 들어가는거다!" 하고 말했더니 그 녀석이 자기는 전학생이 아니라고 하며 안된다기에 "역시 겁쟁이네?" 하며 놀리며 너 안가면 나도 안가겠다고 했더니 나중에는 따조북과, 몇몇 아이들이 상품으로 다른 물건들을 걸었기에 결국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갈테니까 그것들 다 내놔."
"니가 이것만 갖고 도망가면 어떡하라고?"
"어차피 옛날 학교에 들어갈건데 도망갈 곳이 있기는 하냐? 너네야 말로 내가 안에 들어가면 다 도망갈거 같으니까 지금 내놔."
내가 이렇게 까지 말하자 녀석들이 물건을 넘겼고, 나는 가방에 물건을 넣은 후 구교사로 다가갔다. 구교사 건물의 창고 창문은 안에서 나사 같은 것을 돌려 잠글 수 있게 되어있는 나무틀로 된 창문이었는데, 이 역시도 꽤나 낡아서 마구 흔들면 나사 잠금쇠가 통째로 빠지며 창문을 열 수 있었다.
창문을 마구 흔들어 창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니 밖 보다 훨씬 어두웠다.
"교실들 앞에서 불만 한 번 깜빡거리면 되는 것이었지?"
그렇게 되뇌이며 안으로 들어서 내부의 바닥에 서자 삐걱하며 등골이 쭈뼛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입에서 헛바람이 들었지만 다행히 비명소리는 나지 않았다. 내가 담력시험 하러 온 것을 구경 온 반 아이들이 꽤 많았다. 여자아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창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안에 들어가 손전등을 켜니 더 을씨년스러웠던 것 같다. 천 같은 것을 덮어둔 것들마다 전부 귀신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머리없는 귀신은 머리가 없으니 눈을 마주칠리 없다고 얘기했기에 그것에 안심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로 나가니 의외로 밖보다 밝게 느껴졌다. 교사 뒤편으로 달빛이 밝게 들어오는 듯 했다. 다만 복도의 빛이 푸르스름하여, 약간은 신비하기도 하고, 조금은 오싹하게도 느껴졌다.
"의외로 별거 아니네."
약간의 안심에 용기가 생겨 안에서 귀신을 봤다며 호들갑을 떨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복도를 걸었다. 걸을 때 마다 삐걱거리는 소리조차도 뭔가 꿈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걸어 각 교실을 다 돌아본 후 다시 밖으로 나가려 창문을 찾았다. 과학실이 가장 두렵긴 했지만, 해골이 움직이지 않았고, 의외로 용기가 생기자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복도 마지막의 아무것도 없는 교실을 끝으로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마지막 교실의 창문을 열어봤지만 열리지 않아 원래 들어왔던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교실들을 다시 들어가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 교실들 창문도 열리지 않으면 다시 교실들 마다 돌아다녀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끝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는데, 갑자기 렌턴이 꺼져버렸다. 몇 번 흔들자 다시 켜지는 듯 하더니 꺼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약이 다 되었나 싶었다. 당시에는 접합 불량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고, 이렇게 불이 꺼지는 것은 건전지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가려던 창고 까지는 달빛 때문에 밝았다. 그다지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창고는 어둡기는 했지만 창문을 못 찾을 정도도 아니었고, 눈도 어둠에 많이 적응되어 꽤나 어두워도 잘 보였다.
그렇게 걸어가려는데 다시 랜턴이 켜졌다.
불빛을 들어 멀리 비추니 아까는 본 적 없는 뭔가가 벽에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마치 거미처럼 교실쪽 벽에 붙어있는 것은 척 보기에도 이상했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건 이상한 무엇인가였다. 그에 따라 갑자기 몸에 소름이 확 돋으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갑자기 숨이 조금씩 가빠왔던 것 같다. 아마 한 동안 가만히 서서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불빛으로 비추고 있다가 갑자기 다시 랜턴의 불이 깜빡거렸다.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그 순간마다 붙어있던 녀석의 위치가 바뀌었다. 벽에 붙어있던 것이 잠시 깜빡 거리자 이번에는 바닥에 붙어있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랜턴을 흔들 때 마다 녀석의 위치는 바뀌어 있었다. 빛이 비추면 움직이지 않는 듯 했는데, 빛이 없으면 깜빡 거리며 위치가 바뀌었다.
방금 나온 교실에 후다닥 들어가 창문을 다시 열어보려 했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창문을 깨서는 안된다는 생각 떄문에 다시 밖으로 나와야 했다. 아니 사실 창문을 깬다는 선택지 조차도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밖으로 다시 나오니, 이번에는 그것이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았다.
난 발을 질질 끌듯 움직여 다음 교실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후다닥 기어와 내 발목을 붙잡을 것 같아 무서웠다. 그렇게 조금씩 움직여 다음 교실로 들어가 창문을 흔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창문을 두드리며 아이들을 불러보고 싶었지만 두드리면 그것이 달려올 것 같아 무서웠다.
다시 밖으로 나가니, 이번에는 정말 확연히 가까워진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그 형태가 너무나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런 느낌이었다.
그것은 머리를 벽에 처박고 있었으며 내가 시선을 주지 않을 때 마다 조금씩 움직여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때에는 벽에 붙어 머리를 처박고 있어 머리카락이 검은 물줄기 처럼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기도 했고, 어느 때에는 천정에 붙어 머리를 처박고 있어서 천정에서 검은 액체 따위가 걸죽하게 흘러내리는 것 같기도 했다.
숨이 가빠왔다. 다음 번 교실에 들어가서 창 문을 열었을 때 열리지 않으면 녀석과 정말 근접해 질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복도의 창문들을 만져봤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고개를 돌릴 때 마다 분명 조금씩이지만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뭔가 사람같기도 하고 거미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다.
왈칵 눈물이 올라왔지만 우느라 시야가 흐려질 떄 마다 녀석의 팔과 다리가 거미처럼 자세가 바뀌어 있고 위치도 바뀌어 있었기 때문에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도 울음을 참아가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녀석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놈의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녀석은 머리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리가 없다면, 눈도 마주칠리 없었다. 그렇다면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벽에 붙어 천천히 다음 교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교실에서도 여전히 열리는 창문은 없었다. 심지어 밖을 보니 아이들도 다 사라진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오고, 또 다음 교실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니... 마침내 그것과 내가 같은 교실에 도달해 있었다. 손을 바들바들 떨며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창문을 움직여 봤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그 녀석은 지금 이 교실의 벽이나 그 앞 천정에 붙어있으리라. 고개를 돌리면 녀석이 교실 안쪽에 들어와 있을 것 같아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뒷문으로 가자. 뒷문으로 가서 문을 열자마자 달리는거야."
여기서 나가면 조금만 뛰어도 아까 처음 들어왔던 창고가 있었다. 거기까지 달려서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럴 생각으로 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건 어두운 교실 벽에 얼굴만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벽을 뚫고 나온 것 처럼... 아니 벽에 걸어놓은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창문 외에는 빛이 비치지 않는 교실의 새카만 벽에서 그것과 나는 잠시 눈이 마주쳤고 나는 숨을 쉬는 것도 잊은 것 처럼 계속 그 눈과 입을 처다보고 있었다.
그 후 누군가 뺨을 때려 눈을 떳을 때에는 교사 밖에 있었다. 아이들이 한 참이 지나도 내가 나오지 않으니 숙직실에 있던 경비원을 부른 모양이었다.(방학에는 숙직 선생님이 없고, 대신 경비 할아버지가 숙직실에 상주 하셨다.)
그렇게 밖에 나와서는 경비 할아버지에게 크게 혼난 후 우리는 저마다 집으로 헤어졌다.
나는 학교를 나오면서도 도저히 학교쪽에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마치 그것이 나를 쫓아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학교에 대한 기억도 잊게 되었다. 녀석은 느리고, 난 그 지방에서 차를 타고도 몇시간이나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아마 영영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어린 마음으로 되뇌였다.
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늘 그래서 불을 켜놓고 자야했다.
언제라도 천정이든 벽이든 심지어 침대에서도 녀석의 머리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차 그 기억을 잊게 되었다.
그리고 10년 전 아버지를 모시고 시골에 가는데, 늦은 밤 터널의 벽에 뭔가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뜩 과거 내가 보았던 머리 없는 귀신이 생각나 등이 섬뜩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운전을 하는 동안 룸미러를 처다볼 수 없었다. 룸미러에 비치는 어두운 뒷좌석에 녀석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작년 집 근처에서 놈을 보았다.
녀석은 머리를 처박고 여전히 느릿느릿... 하지만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일부러 회사에 말하여 지방으로 다시 발령받아 내려갔다.
하지만... 저번 달 부모님 집에 내려갔다가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을 떳더니 그것의 얼굴이 천정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려와 내 얼굴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것이 말했다.
-찾....았....다?-
깜짝 놀라 집에서 뛰쳐나와 밖으로 뛰나왔더니, 그것이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머리를 들고 네발로 꽤 빠르게 걸어내려와 내 뒤를 쫓았다. 여전히 사람이 천천히 걷는 속도와 같았지만, 전보다는 훨씬 빨라진 속도였다.
난 그 길로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며 지방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회사에 해외 주재원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절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으로 가고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보내달라고 빌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면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출처 | 내가 썻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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