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이야기다.
군부대 안에 주인있는 묘가 있었다.
가끔 가족들이 찾아오는지 말끔하게 벌초도 되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부대내에서는 그 근처로 가는 일이 없었다.
제초작업으로 한창 빡세던 6~8월도 정글처럼 숲이 우거진 묘지근처로는 예초기 대가리 한 번 돌린적이 없으니 묘지로 가는 길목은 대낮에도 밤 마냥 어두웠다.
그렇게 묘지는 부대안에 있었다.
어느날...
짓궂은 선임은 묘한 제안을 해왔다.
"너 11초소알지? 묘지옆에. 거기가서 전초보고 하고오면 앞으로 꿀빨게 해줄게"
난 깡이 있었기에 단박에 제안을 수락했고 30분마다 하는 전초보고를 하기위해 무덤가에 있는 11초소로 향했다.
그러나 대낮에도 밤마냥 어두운 그길을 새벽에 혼자 가기란 생각보다 겁이 났다.
무엇보다 초소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무덤. 그곳을 지나기란 여간 곤욕스러운것이 아니었다.
이윽고 보이는 무덤 두 덩이.
난 왠지모를 따가운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무덤을 지나쳤고 이미 온몸은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11초소다.'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던 성가가 왜이렇게 위안이 되는지 난 예수님 성모님 하느님을 간절히 찾으며 한 걸음씩 초소로 향했다.
10분이면 올 거리였지만 30분이 가까워서야 초소에 도착했다.
이제 초소문을 열고 시간에 맞춰 핫라인으로 보고만 하면 된다.
애써 침착하며 난 초소문을 열었다.
어라...
초소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태풍피해를 막기위해 문을 안에서부터 걸어잠근것이다.
청테이프로 큼지막하게 x자표시를 해놓은 창문을 보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초소라는게 실감이 났다.
하지만 난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약속도 약속이지만 제시간에 보고를 하지 않으면 펼쳐질 갈굼이 더 두려웠다.
생각끝에 창문을 열고 초소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창문을 향해 다가선 순간...
2평남짓한 초소 안에는 족히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빼곡히 서있었다. 군복을 입은 그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후로 나는 기억이 없다.
후에 선임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혼비백산 초소로 뛰어와 무언가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린후 기절해버렸다고 했다.
다행히 그 날 이후로 선임은 날 정말 편하게 대해주었고 근무때마다 꿀도 빨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달빛조차 어두운 밤이면 아직도 난 그때의 기억이 난다.
좁은 방에서 일제히 날 바라보던 수 많은 시선이...
출처 |
사실은 그거 군복 전시용 마네킹이었습니다.^^* |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7/06/05 23:56:27 121.140.***.69 보고싶은내맘
411730[2] 2017/06/06 00:08:46 110.47.***.50 타락한술쟁이
8722[3] 2017/06/06 02:33:57 121.161.***.135 하얀마녀
664862[4] 2017/06/06 12:48:48 211.36.***.242 전직주인공
571450[5] 2017/06/06 14:00:02 114.206.***.213 cobain
273427[6] 2017/06/06 22:04:54 210.121.***.32 거꾸로생각
562569[7] 2017/06/07 03:37:42 221.167.***.225 snebwbxksk
656629[8] 2017/06/07 04:31:49 49.167.***.40 내내
467456[9] 2017/06/07 09:07:29 182.228.***.199 냥이두마리
416237[10] 2017/06/07 09:25:52 118.221.***.53 아서라
53607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