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그쯤에서 그쳤으면 그나마 좋았을 것이나 오마이뉴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음날 한 기사의 워딩은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독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마치 야구에서 동료를 대신해서 빈볼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관저로 이사해 첫 출근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근황을 알리는 기사였다. 그런데 대통령과 부인을 묘사하는데 이번에는 아예 이름까지 생략했다. 이런 식이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54분 주영훈 경호실장,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일정총괄팀장, 부인 김씨와 함께 관저에서 나왔다’
문재인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 내외를 무시하려고 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아니 딱 봐도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의문은 한 발짝 더 나간다. 위 한 문장에 등장하는 네 명 중 남성들에게는 긴 직책도 모두 설명했지만 여성인 김정숙 여사만 ‘부인 김씨’로 처리했다. 또한 남성들은 대통령 문씨, 경호실장 주씨, 일정총괄팀장 송씨가 아닌데 김정숙 여사만 ‘부인 김씨’일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여성은 좀 그래도 된다는 생각인 것인가.
사태가 이렇게까지 발전한 것은 대단히 불행한 결과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것이 끝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언론이 질 수밖에 없고, 져야만 하는 것임을 밝혀두고 싶다. 언론이 아무리 상황에 따라 절대권력도 비판할 수 있다지만 그것도 매체로서 독자가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언론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고독한 선지자가 아니다. 따라서 언론이 독자와 싸우자는 것은 결기가 아니라 객기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벌이는 싸움이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라도 독자에게, 시민에게 겸손할 의향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