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고, 이 때문에 정보를 제공한 중요한 정보원이 위험에 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 전·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러시아 정부 관리들(워싱턴 AFP=연합뉴스)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주재 러시아 대사(오른쪽)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미 대선 운동 기간 중 트럼프 진영과 러시아 간 내통에 연루된 키슬랴크 대사를 교체키로 하고 그를 대신할 아나톨리 안토노프 외무차관에 대한 인준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한 상태라고 타스 통신이 11일 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방미 중이던 라브로프 장관 등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들을 만나 IS 문제를 논의하던 중 관련 기밀을 유출했다.
WP에 이 사안을 확인해 준 전·현직 관리들은 이 기밀정보는 미국과 정보공유협정을 맺은 한 파트너가 제공한 것으로, 너무 민감해 동맹국 간에도 공유를 제한하고 심지어 미국 정부 내에서도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그런 정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 파트너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의 기밀정보 유출로 IS에 내부 사정에 접근이 가능한 동맹과의 협력이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한 관리는 "이 정보는 암호화된 정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동맹과 공유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러시아 대사에 유출했다"고 언급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에서의 랩톱 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IS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의 한 동맹국이 IS의 테러 음모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유한 것은 동맹국이 이 정보를 수집한 지역인 시리아 도시에 관해서라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의 출처가 중동 동맹국이라는 것과 어떻게 정보가 수집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러시아는 IS의 음모와 관련된 정보를 취득함으로써 그 정보의 출처와 취득 방법까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하는 것에 전략의 초점을 둔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 양국의 협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벨기에 등으로의 해외 순방에 나서기 직전 이러한 기밀 유출 논란이 불거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미 해임으로 이미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유출과 더불어 '러시아 커넥션'과 관련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