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늦은 새벽 잠들지 못하는 밤에 정말 오래간만에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유머를 들어왔어요.
아... 저는 이전에 좋지 못한 주제로 글을 올렸던 사람이에요.
원글은 겁이난 제가 지워서, 베스트에 있는 글 주소를 따오게 되었네요.
그간 치료와 재 취업, 빚 문제로 많이 바빴던 터지만 새로히 일어나는 시점에서 이제야 늦은 감사의 인사를 올려요.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혹여 있을까, 지나가듯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근황을 남겨요.
삶에 좌절하고 난 뒤, 글을 올리고 나서 살겠다, 용기를 가졌다. 그런 코맨트를 남겨 두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악마처럼 오는 우울감과 무거움
올가미에 갖힌 동물처럼 괴로워 했던 나날들이었어요.
결국 다시 시도를 했지만 끝을 내지 못한 것도 저였어요. 잘 벼린 칼이 손목을 파고들 때, 우습게도 그때 남겨주셨던 말씀들이 전부 떠오르며
눈물이 쏟아져서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죽을 용기가 없어 타인을 핑계로 못 죽는다며 바보같은 저를 홀로 비난했던 하루였어요.
상실감에 빠져 지낸 한 달, 그리고 어머니의 수술이 끝난 한 달 뒤.
병실에서 어머니는 문득 그러셨지요. 미안하다고. 너한테 못할 짓을 하고 있다고.
아... 어머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자취방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일요일이라 만석이던 버스, 그 옆자리에 앉은 나이 지긋한 중년 아주머니.
훌쩍거리는 저를 한 번도 흘겨보지 않았던 그분은 내릴 때가 되자 짐을 챙기며 저를 바라보셨어요.
아가씨가 무엇때문에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내려갈 때가 있고 올라갈 때가 있다고. 지금 충분히 슬퍼하고 일어나라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어린 날의 저는 너무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살고 싶었어요.
남들처럼 외식하고 남들처럼 옷을 사 입고 남들처럼 평탄한 삶을 꿈꾸고 그게 목표였어요.
근데 그게 전부 다 우습게 느껴졌어요. 저는 저였어요.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게 아니었어요. 제 인생을 살고 있었던 거였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10초에 갈 수 있는 곳이, 다리가 아픈 분들은 20초가 될 수도 있고, 건강한 분은 5초가 될 수도 있었어요.
삶도 똑같았어요...
이상하게도 그 때 이후로 죽고 싶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싹 날아갔어요.
남들은 제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가질 수도 있고, 제 나이에 성공해서 뉴스에 나올 수도 있지만 저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에요.
내 속도로, 빠르지 않더라도 내가 최후에 목표했던 것을 이루면 되는거라고, 그것을 위해 80년 가까히 되는 긴 시간을 부여받은 거라고.
가장 즐겁게 죽을 때 정말 힘든 여정이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삶...
그래서 오늘의 유머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어요.
어리석음마져 어리석다 하지 않고 같이 슬퍼하며 받아주신 여러분들이 있어서, 상실감에 빠져 죽으려 했던 저에게 따듯한 말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택에 저는 다시 인생이라는 긴 여행궤도에 오르게 되네요.
타인처럼 부모님의 양지아래 있지는 못해도, 젊은 나이 많은 빚을 가지고 가게되어도, 예전처럼 건강하진 못해도
역경 없는 여행은 재미가 없는 법이래요.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 즐거운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날게요.
그 와중에 같이 만나게 되면 웃으며 차 한잔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