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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민왕기, 곁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오늘은 곁을 주고 그저 머문다
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는지 묻겠다
곁이 겨드랑이 어느 쪽인지, 옆구리 어떤 쪽인지
자꾸 사람에게 가 온기를 찾아보는 쓸쓸이 있어
나는 간혹 몸 한 켠을 더듬어볼 텐데
야윈 몸에 곁이 돋으면 너에게 가겠다고 편지하겠다
곁이라는 게 나물처럼 자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내가 내 곁을 쓸어 보는 날엔
나무가 잎사귀로 돋는 곁이 있고 별이 빛으로 오는 곁도 있다고 믿어 보겠다
가령 어느 언덕배기 세상에 단 둘이 곁으로 사는 집, 비추는 달빛도 있다고 생각하겠다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맴돌다 가는 것일지라도
곁을 준다 할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세상의 모든 곁이 다 그렇다
권현형, 착란
내가 껴안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의 무릎이다
똑같이 생긴 두 개의 해골이
서로 황량하게 껴안고 있는 티베트 그림처럼
다슬기가 난 왜 자꾸 오디 같은지
다슬기 국을 먹으며 오디 국이 맛있다고 말한다
야생의 곰취 나물을 먹으며 짐승의 비릿한 발자국
냄새를 맡는 저녁, 다가오려는 사람에게서 돌아선다
무릎이 닿을까봐 무릎 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을까봐
뒷걸음질로 어둠의 골방에 혼자 갇힌다
맨손 체조를 하고 오금희를 추며
호랑이가 되었다가 새가 되었다가
곰이 되었다가 사람이 되었다가 착란을 거듭한다
무릎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까지
먼 거리를 기어간다는 적극적인 구애가 부러운 저녁
할 수 없는 일이다
가슴 한복판에 닿기까지 사람이 되기까지
그러므로 나는 단 한 번도 남의 무릎을 갖지 못했다
문정희, 당신의 단추
당신의 단추는 신호등처럼 많다
열어도 열어도 난해한 숨결이다
사방에 나풀거리는 차가운 물방울들
혹은 동굴처럼
깊은
당신의 계단
당신이 열리는 날은 언제일까
하늘이 감추어둔 뜨거운 사랑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 날은
붉은 심장이 석류알처럼 한꺼번에 열리는 날은
언제일까
그러면 당신 앞에 거침없이 나를 열어야 할 시간
당신의 단추를 열기에만 골몰한 나머지
정작 나의 단추를 어떻게 열 줄 몰라
나는 얼음처럼 날카롭게 그 자리에 서버릴지도 몰라
당신의 단추를 연다
열어도 열어도 내가 들어설 자리 없는
바위, 혹은 당신의 계절
당신의 성전의
외로운 자물통
김병호, 편서풍
음이월의 밤처럼
이름도 없이 마음도 없이
지나가는 동백 한 가지
너의 기다란 목덜미를 견딜 수 없어
내 뼈들도 휘기 시작했다고, 하면 안 될까
사랑이어도 속삭일 수 없고
아픔이어도 말할 수 없는
검은 가지 저편의 절벽
마지막 표정을 만드는 저녁마다
누군가 그림자를 거둬들였다고, 하면 안 될까
서편에 스미는 동백 한 가지
마른 발자국 안에서 저녁을 기다린다
창 많은 바람이
목숨처럼 감싼다
단 한 번도 많은 사랑이다
이지엽, 역설
말이라고 하는 것은 늘 본래의 뜻을 배반하지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여 꽃을 피우지
향과 색, 다른 꽃이어서 A는 B 못 박을 수 없지
A가 B에 도달하는 순간 B와 몸을 섞어
B도 아니고 A도 아닌 섬이 되는 게지
붙박이 외로운 그림자, 마른바람 되는 게지
그러니 완전한 A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든지 또 A는 무연히 존재하는 법
자신을 다 안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인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잘 알려진 나와 알지 못할 무수한 나의 집합
울다가 갑자기 웃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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