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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 크리스마스에 강릉이나 놀러 가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결과를 보니 그쪽 분들은 너무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사시는 거 같더군요. 굳이 제가 가서 돈 쓰면서 보태줄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에 찬 호남으로 가기로 하고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군산으로 갔지요.
결론적으로 이번 군산 여행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음식은 두말할 나위 없이 맛있고, 가격도 너무 착합니다.
한주옥의 백반은 푸짐한 꽃게장에 너무 맛있는 매운탕, 생선회, 굴비에다 갖은 반찬까지 주면서 1인당 12000원이고, 그나마 그게 오른 가격이더군요. 65년 전통이라는 이성당 빵집은 정말 최고였고, 근현대 문화를 잘 간직한 거리와 근대역사박물관(강추) 너무 재미있게 구경했습니다. 거기서 먹은 철새도래지쌀로 지은 밥은 정말 일품이었구요.
게다가 군산에서 만난 분들, 멀리서 온 여행객이 하나라도 빼먹을세라 친절하게 어디 가서 언제 뭘 보라고 꼭꼭 알려주십니다.
군산에서 참 마음아팠던 것은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옥구농민항쟁 전시를 볼 때였습니다.
전시관 한편에 기증받아 모아둔 항쟁 참가자들에게 수여된 국가유공자증은 전부 노무현, 김대중 시대더군요.
분명 항일운동이었는데도, 그 오랜 세월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다가 민주정권이 들어서서야 비로소 유공자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왜 호남 분들이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현 여당을 결코 지지할 수 없는지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는 앞으로 '정치적 소비'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치적 소비를 정의한다면, '자신과 정치적으로 스펙트럼이 맞는 집단을 지지하고 그 집단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겠죠. 생활에 갇혀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는 어렵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소비를 통해 작게나마 힘을 보내는 겁니다.
저한테는, 시사인을 구독하고 호남 지방의 농수산물을 많이 구매하는 것이 되겠네요. 다음에 주말에 여행을 가게 되면 전주 지방의 음식을 탐닉할 생각입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것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젊은이들의 시대정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두가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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