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내가, 간호학교를 다닐 무렵 이야기입니다.
전원 기숙사 제도의 학교였기에, 뭐가 어찌되었든 선배 눈에 거슬리면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2학년이 주최하고 1학년이 받게되는 담력시험이 있었습니다.
해부실과 표본실, 영안실을 순서대로 도는거죠.
각 방에는 미리 이름을 적은 종이를 놓아두기에, 그걸 가져와서 마지막 결승점에서 기다리는 선배들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나도 1학년 때는 호되게 당했었죠.
해부실이나 영안실은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표본실은 진짜로 오싹했거든요.
오래된 병원이었기에 온몸이 통째로 포르말린 속에 담긴 남성과 여성이 한구씩 있었고, 기형아나 반으로 잘린 태아 시체도 있었습니다.
반쯤 울면서 도망쳐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그 담력시험인데...
실은 매년 조금 눈에 띄는 1학년이 있으면, 그 한명만 이름이 적힌 종이를 만들지 않는 나쁜 전통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년에서는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뻤던 K가 그 대상이 되었죠.
K는 아무것도 모른채 표본실에 들어가 이름이 적힌 종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리 없죠.
어쩔 수 없이 영안실에 갔다가, 2장만 들고 결승점으로 갔답니다.
당연히 선배들한테서는 온갖 잔소리가 쏟아졌죠.
끝내 화가 난 K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북북 찢어버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이 앞을 막아섰고, 끝내 표본실에 갇혀버렸다고 합니다.
늦은밤 순찰을 돌던 경비 아저씨가 발견해 열어줬지만,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2학년들은 꾸지람을 받았죠.
그리고 2학년들은 그 꾸지람도 K 때문이라며, 오히려 K를 더 괴롭혀댔습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K는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그 후, K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선배 3명이 온몸에 발진이 나고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잘난척 하던 선배는 계단에서 떨어져 양 다리가 부러지는 지경에 이르렀고요.
1학년들 사이에서는 모두 K의 생령이 복수하고 있는 거라는 말이 자자하게 나돌았죠.
그런데 그 말이 장난이 아니었던 겁니다.
K와 가장 사이가 좋던 S가, 선배들의 머리카락이나 속옷을 K에게 건네주던 게 발각된거죠.
진짜로 선배들이 사고를 당하는 걸 보자, 무서워진 S가 사감과 상담하다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사감과 세 선배가 K네 집으로 사과를 하러 갔답니다.
하지만 K는 이전과는 달리 끔찍하게 야위어, 눈만 퀭하니 치켜뜨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해부터 담력시험이 엄격하게 금지된 건 말할 것도 없죠.
전부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