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KIA 감독 재임시절 트레이드 사례를 통해 본 조범현 감독의 트레이드 결과
기존 9개팀들과 현저한 전력 차이를 보이며 1할대 승률로 허덕이고 있는 kt의 조범현 감독이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의 한축을 맡고 있는 유망주 박세웅과 NC에서 20인 보호선수 외로 영입한 이성민, 특별라운드로 지명한 포수 안중열, 2차 2라운드로 지명한 좌완투수 조현우까지.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한 유망주들을 롯데에 내주고, 현재 백업포수로는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는 포수 장성우를 비롯해 우완 강속구 투수 최대성,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해 가능성을 보인 외야수 하준호,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로 지명된 내야수 이창진을 받았다.
팬들마다 트레이드의 수지타산을 두드려보고 있지만, 대체로 균형이 맞는 트레이드라는 평을 받고 있다. 조범현 감독의 입장에서 트레이드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장성우가 강민호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능성을 얼마만큼 펼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조범현 감독의 트레이드 역사: SK 시절은 So~ So~
조범현 감독은 kt 감독 이전에 SK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시즌, KIA에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시즌을 보냈다. 중도 경질 없이 계약기간을 끝까지 지켰다는 점에서 조범현 감독은 자신의 임기 동안 충분한 책임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독 재임기간 조범현 감독은 총 10차례의 트레이드로 전력 강화를 꾀했고, 일부는 성공했지만, 일부는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SK 감독 시절 조범현 감독의 가장 굵직한 트레이드는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는 이상훈과 박재홍을 영입한 것이다. 결과는 서로 달랐다.
이상훈은 당시 이순철 LG 감독과 트러블이 발생한 틈에 외야수 양현석과 빠른 공을 던지던 우완투수 오승준을 내주고 영입했지만, 그 해에 14이닝만을 투구(평균자책 5.14)하고 은퇴를 선택해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SK에서 내준 양현석과 오승준 모두 LG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오래지 않아 야구판을 떠나 큰 손해는 없었다. 결과는 Lose – Lose.
SK 유니폼을 입은 야생마의 모습은 그리 오래 볼 수 없었다. (사진: SK와이번스)
반면, 박재홍은 달랐다. 박재홍 역시 FA 자격 취득과 관련해 유남호 감독대행과 KIA 구단과 트러블을 일으켜 이적시장에 나왔고, 조범현 감독과 SK구단은 많은 인천팬들 거느린 박재홍을 영입하기 위해 당시 직전 시즌 99이닝 동안 3.55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친 젊은 투수 김건한(개명 전 김희걸)을 내주고 박재홍을 영입했다. 불펜이 약한 KIA였기에 김건한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김건한은 KIA에서 통산 5.56의 평균자책으로 부진했고 단 한 시즌도 완벽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결국 삼성 조영훈과 트레이드된 반면, 박재홍은 SK로 이적한 후 8시즌을 더 뛰고 통산 98홈런 79도루를 더 기록하고 영예롭게 은퇴했다. 결과는 완벽한 WIN.
'마음의 고향' 인천에서의 활약이 더 빛났던 '리틀쿠바' 박재홍 (사진: SK 와이번스)
선수의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조범현 감독은 SK 감독 시절 3건의 트레이드를 더 성사시킨바 있다. 부임 첫 해에 삼성시절에는 가능성을 보였지만, SK 이적 이후에는 뚜렷한 활약이 없었던 이용훈을 롯데에 내주는 대신 제구는 불안했지만 빠른 공을 던졌던 김영수를 영입했다.
하지만 김영수는 이적 이후에도 제구 불안을 고치지 못하고 SK에서 3시즌 통산 65 2/3이닝 투구 평균자책 6.03으로 부진했다. 반면, 이용훈은 롯데 이적 이후 450 2/3이닝을 투구하면서 4.75의 평균자책으로 비교적 좋은 활약을 보였으며, 2012시즌에는 101 2/3이닝을 투구하면서 3.01의 평균자책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보이기도 했다. 이용훈이 뒤늦게 활약했다지만, 어찌됐든 결과는 Lose.
이 외에 롯데 내야수 김태균이 FA를 신청하고도 계약을 맺지 못하자 1억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대신 영입해 대수비, 대타 요원으로 2시즌 정도 요긴하게 활용해 본전은 뽑아 좋은 결과를 얻은바 있다.
2005시즌 중에는 조원우를 한화에 내주고 우완투수 조영민을 영입했지만, 조영민은 부상으로 오래 활약하지 못한 대신 조원우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화 외야에 주전으로 3시즌 활약하며 이적 첫 해에는 3할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활약한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조영민의 활약에 비하면 조원우가 더 잘했으므로 이 역시 Lose.
▲ KIA 시절, 조범현 감독을 울고 웃긴 2건의 트레이드
2008년부터 KIA의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감독은 SK 감독일 때와 마찬가지로 5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역대급 트레이드 2건을 만들어 냈다. 다만, 한 건은 KIA팬들의 공분을 샀고, 한 건은 KIA팬들의 찬양을 받았다.
조범현 감독은 KIA에 부임하자마자 최근 2시즌 부진했던 손지환을 내주고 삼성의 유망주 내야수 유용목을 영입했지만, 소소한 트레이드이기에 결과적으로 양 팀 모두 얻은 것은 없었다. 손지환은 삼성 이후 SK와 한화를 거쳤지만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은퇴했고, 유용목도 1군에서 단 13경기 출장에 그치며 역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두 팀에게 모두 Lose – Lose 였던 결과.
역대급 트레이드는 공교롭게도 kt – 롯데와의 대형 트레이드가 있었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인 5월 4일에 벌어졌다. 이 때 조범현 감독은 야수진 강화를 이유로, WBC 참가로 병역 혜택을 받았고 150km/h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젊은 왼손투수 전병두와 직전 해 2차 2라운드로 지명한 젊은 내야수 김연훈을 SK에게 내주고 외야수 채종범과 포수 이성우, 유격수 김형철을 얻었다.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왼손 강속구 투수’를 내주는 것도 모자라 팀내에 부족한 젊은 내야수까지 얹어주면서까지 얻어온 선수들이 2004년을 끝으로 4년 동안 18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채종범과 1군 출장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고 20대 후반의 나이로 유망주라 볼 수도 없는 2군 선수 이성우와 김형철이었기에 많은 KIA팬의 공분을 샀다.
유망주는 3번째 팀에서 화려하게 꽃피웠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사진: KIA 타이거즈)
트레이드 당시에도 논란이 컸지만 결과도 완벽한 KIA, 아니 조범현 감독의 패배였다. SK로 이적한 전병두는 트레이드 된 이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3 1/3이닝을 투구해 3.11의 평균자책 .232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김성근 감독의 남자로 거듭났고, 이듬해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7 2/3이닝 동안 3.06의 평균자책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부상으로 현재는 재활에 몰두하고 있지만, 건강을 회복한다면 여전히 전병두의 모습에 기대를 걸고 있는 SK팬들이 많다. 그리고 전병두와 함께 이적한 김연훈도 2009시즌에 백업요원으로 68경기에 출장해 .319의 타율을 기록했고 현재는 공익근무 복귀 이후 1군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반면, KIA로 이적한 채종범은 조범현 감독이 이적 첫 해에 60경기에 출장시키면서 주전으로 기용했지만, 2할1푼3리의 타율에 그쳤고, 이듬해에도 .234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쳐 방출됐다. 김형철은 정대현을 상대로 깜짝 역전타를 치기도 했지만, 그 안타 말고는 전혀 활약하지 못해 2010시즌을 끝으로 역시 팀을 떠났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선수는 포수 이성우지만, 공격력이 약해 통산타율이 2할6리에 불과하며, 현재는 KIA의 포수진이 허약해 주전으로 종종 나오고 있지만, 팬들은 팀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 포수를 꼽을 만큼, 전병두와 김연훈을 보낸 반대급부를 아직까지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트레이드 당시에 대부분의 팬들이 예상한대로 완벽한 Lose로 끝난 트레이드.
그러나 이러한 실책은 2009년 4월 19일에 단행한 LG와의 트레이드로 가려질 수 있었다. 계약금으로 5억원을 줬을 정도로 기대가 큰 선수였지만, 잦은 부상으로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강철민을 LG에 내준 대신에 2군에서는 본즈 놀이를 했지만 1군에만 올라오면 실책과 삼진을 밥 먹듯 했던 김상현과 전천후 내야 백업요원 박기남을 영입해 2008년의 실패를 상당 부분 씻을 수 있었다. 이 해에 전병두의 활약으로 SK가 끝까지 KIA와 1위 싸움을 펼쳤기에 트레이드로 영입하자마자 MVP를 수상한 김상현의 활약이 없었다면 KIA팬들에게 조범현 감독의 이름은 금지어가 됐을지도 모른다.
2009년 김상현 트레이드는 우주의 기운이 조범현 감독에게 모이는 시발점이었다. (사진:KIA타이거즈)
비록 김상현은 2009시즌을 제외하면 아직도 이 해 활약의 절반 수준도 보이지 못했지만, 2009년 3할1푼7리의 타율과 홈런, 타점왕을 거머쥐는 활약으로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고, 박기남도 빈약한 내야진에 힘을 보태 아직까지도 팀에 기여를 보이고 있어, 강철민이 LG로 이적해 단 3경기 출장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벽한 KIA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전병두 트레이드 실패의 아쉬움을 지우고도 남은 역대급 트레이드 승리.
이 외에도 KIA시절 조범현 감독은 트레이드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08년 10월 20일에는 KIA에서 활약이 미진했던 노장 외야수 강동우를 한화에 내주는 대신에 신종길을 받아왔는데 강동우도 한화에서 이적 첫 해에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최소 2시즌 이상 뛰어난 모습을 보였고, 신종길 역시 KIA에서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려 2013년 3할 타율을 기록해 주전 외야수로 성장했다. 다만, 조범현 감독 체제 하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실제로 활약한 것은 선동열 감독 재임시절이란 점은 아쉬움, 그래도 두 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Win – Win 트레이드라 할 수 있다.
최근 김경언의 활약으로 새삼 주목 받고 있는 트레이드도 있다. 장성호와의 불화로 빚어진 3대3 트레이드의 결과다. 트레이드 초창기만 하더라도 이적한 선수들이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해 Lose – Lose 트레이드로 기억될 뻔했지만, 당시에는 조연이었던 김경언과 김다원의 활약으로 Win – Win 트레이드로 전환된 트레이드다. 한화에서는 장성호를 얻기 위해 안영명을 내줬고, 트레이드판을 키워 두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유망주 박성호, 김다원, 김경언, 이동현을 맞바꾼 것이다.
한화로 간 장성호와 이동현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채 떠났지만, 김경언은 현재 ‘갓경언’이라 불리며 뒤늦게 한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KIA도 안영명을 1시즌만에 이범호의 보상선수로 보냈고, 박성호는 아직도 유망주의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있지만, 김다원이 작년부터 가능성을 보이더니 올 시즌 현재까지 3할에 근접한 타율과 OPS 8할 인근의 활약으로 이대형의 빈자리를 생각나지 않게 해주고 있다. 시작은 Lose – Lose 였지만, 현재는 Win – Win으로 바뀐 재밌는 결과라 할 수 있다.
kt와 롯데의 트레이드는 향후 어떻게 기대될까?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올 한해 주전 마스크를 쓴 장성우가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보일 수만 있다면, kt가 내준 젊은 선수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kt는 앞으로도 투수 유망주를 상위 지명할 수 있고, 좋은 포수는 각 팀마다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성우가 그저 그런 활약에 그친다면, 조범현 감독은 본전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조범현 감독 재임 시의 트레이드 성적표는 확실한 100점을 주기에도 부족하고, 낙제점을 주기엔 뛰어난 성적표다. 오랜만에 벌어진 대형 트레이드이니 만큼 이 트레이드의 결과에 많은 팬들의 시선이 몰려 있다.
신희진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의 이전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