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국사 교수님이였던 강만길 교수님의
[20세기 우리역사] 마지막 부분에 실린 '강의를 마치며..'라는 부분을
발췌해서 올립니다. 정말 명강의이기에 여러분이 꼭 한 번 정독하셨으면 하네요^^;
[이영훈 교수는 누구인가?] '식민지 근대화론' 주도한 낙성대경제연구소장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53)는 평소에도 "일제가 영구병합을 목적으로 조선 근대화에 주력했다", "일제 식민 시기에 경제성장률이 높았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던 경제사학자다.
<--- 이 분와 주장과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떤게 올바른 역사인식인지
어떤게 깨어있는 정신이고 반짝이는 눈동자인지 여러분께서 아셨으면 합니다.
1.20세기 전반기 우리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 민족의 20세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불행한 세기였습니다. 그 전반기는 일본의 식민지로
된 시기였고, 그 후반기는 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 싸우거나 대립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민족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민족사회 중에서 어느
정도 선두그룹에 서 있는 것은, 오랜 역사시대를 통해 다져온 문화적 저력 때문이라고
앞에서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민족사회의 역사학은, 그동안 훼손된 민족적 주체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 주로 민족해방운동사 연구와 교육에 치중하게 마련입니다.
우리 역사학이 1960년대 이후 좌우익 민족해방운동사 연구에 치중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민족해방운동사의 연구와 교육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이 어느정도 회복되고 나면, 냉정히
그리고 차분하게 왜 자신들의 민족사회가 식민지로 전락했는가 하는 문제를 규명하기
마련이겠습니다. 우리 역사학은 이제 그 단계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 일본과 국내의 일부 학계에서 조금 '엉뚱한'일이 벌어지고 있습니
다. 20세기 전반기 일제강점 시대에도 경제개발이 일정하게 이루어졌고, 그것이 해방 후의
남한경제를 발전시킨 밑거름이 된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자본주의적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를 보는 경우, 식민지시대건 해방 후의 시대건 상관없이 하나의 연결선상
에 있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가닥은 좀 다르지만, 일본에서는 요즈음 이른바 '신자유주의사관'이라는 것이 강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기 이후 일본의 한반도 및 중국대륙 침략에 대해, 그 침략성
자체를 부인하고 오히려 자위책으로 봐야 한다는 저들의 움직임과 우리의 이러한 논의가
때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됩니다.
역사를 이러한 '식민지개발론'적 시각에서 보면, 일제시대 우리 민족해방운동전선의
노선과 투쟁실적은, 어쩔 수 없이 조선총독부에 의한 경제발전을 저해한 반역사적 행위로
되고 말 것 같아서지요.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문화민족일수록, 남의 식민지로 전락한 경우 그 민족사회가 당면한
절대-최고의 과제를 무엇보다도 민족해방 그것에 두었습니다. 그 과제를 수행한 일이
반역사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겟지요.
지금도 그런 면이 있지만, 아직 고전적 제국주의가 세계사를 주름잡고 있던 20세기 전반기
의 경우, 어느 한 민족사회의 역사를 그 민족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영위하는가, 타민족이
주체가 되어 영위하는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일본과 조선의
경우처럼 지배민족사회와 피지배민족사회의 문화적 수준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지요.
본 강의에서도 여러 번 말했습니다만, 한 민족사회의 한 시대의 역사를 제 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이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경우, 그 역사영위의 목적 전체가 지배민족 중심으로 될 뿐
만 아니라, 그런 지배목적을 위해 피지배민족의 역사적 주체성과 민족적 자존심을 철저히
파괴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길을 닦고 철도를 놓고
공장을 세웠던 것에 대해, 오늘의 역사학이 제 민족이 역사를 영위했으면 그런 일을
전혀 할 수 없었을 것처럼 생각하고, 식민지배당국에 의한 '경제개발'의 성과에 역사성을
부여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역사인식이라 하겠습니다.
그보다는 그 피지배기간을 통해 민족의 주체성과 자존심이 철저히 훼손된 사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식민지 피지배기간으로 통해 근대적 국가경영 경험에서 철정히 배제되고, 민족성을 가진
자본의 축적이 완전히 봉쇄되었으며, 제국주의 침략자들과 반민족행위자들에 의해 마치
민족자결 능력과 역사창조 능력이 없는 민족인 것처럼 구내외에 선전된 사실 등이 약간의
'경제개발'보다 더더욱 중요한 일인지를 아는 역사인식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제강점 시대 35년간을 통해 제국주의 일본이 식민지 조선을 경영하는
데 얼마나 투자를 했으면, 반대로 35년간 일본은 또 조선에서 얼마만큼의 자원을 가져갔는가,
조선사람에게서 얼마만큼의 세금을 거두었는가, 조선과의 독점적 교역에서 얼마나 이익을
보았는가를 따져보는 이른바 '손익계산'을 철저히 해봐야 할 것인데, 아직 거기까지는
학계의 노력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우리 20세기 전반기 역사는, 주로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우리 민족을 얼마나 압박
하고 약탈했으며, 그것에 대해 우리 민족은 또 얼마나 저항하고 싸웠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씌
어지고 가르쳐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민족사회의 역사학은 일반적으로
그러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해방 후 남북으로 분단되고 민족상잔을 겪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해방된 민족
사회 중에서도 유난히 많은 문제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발전하게 되자, 그것이 마치 일본의 지배를 받은 결과인 것처럼 생각하고 '식민지개발론'이니
하는 말을 하는 이들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 아주 중요한 파트... &&&&&&&
&&&&& 박정희정권의 경제개발을 설명하는 강의에서도 말했습니다만, 1960년대의
경제성장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식민지 시기나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결과가
아니라, 중세시대부터 쌓여진 우리 민족사회의 문화역량의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어느 한 민족사회의 옳은 의미의 경제개발은 다른 민족의 주도에의해 이루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 민족이라 해도 집권층 몇 사람의 능력이나 지도에 의해 기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민족사회가 오랜 기간에 결쳐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축적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개발이요 발전이라 보는 것이 훨씬
더 역사적 관점에 충실한 인식이라 할 수 있지요. &&&&&&
20세기 전반기 일제강점 시대의 우리 역사를 침략과 저항의 역사로만 보는 것은 이제
너무 단순한 관점이라 생각할 때가 된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식민지시대의 조선사람들이 모두
저항만 하고 산 것은 아니니까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가를
밝히는 생활사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20세기 전반기는 제국주의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배한 기간입니다. 제국주의
침략국가에게는 무엇보다도 자국의 이익이라는 엄연한 식민지 지배목적이 있으며,
피지배민족에게는 무엇보다도 그 지배에서 벗어나는 일이 절대과제이기 마련입니다.
식민지시대에 대한 역사인식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가 무엇보다도 앞서야 하고
또 중심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늘처럼 푸르고
호수처럼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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