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문재인 정부 비서실장 임종석
< 임종석,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그날이 오면 >
2002년 대선 당시에 저는 노무현 후보와 마지막 2개월을 함께 생활했습니다.
새벽에 헤어져서 새벽에 다시 만나는 강행군 이었습니다.
11월 초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제안에 대한 토론이 당에서 밤늦게까지 있었습니다.
당시 이해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서 모든 당의 어른들이 단일화에 대해 최종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어떤 형태로 가상대결을 해봐도 정몽준 후보의 우세가 뚜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패배하더라도 정통야당의 길을 지키자는 것 이었죠.
끝까지 묵묵히 듣기만 하시던 노무현 대통령은 특유의 말투로
"저한테 맡겨주시죠." 라고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에 노무현 대통령은 단일화 제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수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죠.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들이 다시는 우리를 믿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러고는 희미하게 웃으셨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그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정치적 도박' '변절'이라는 숱한 공격을 감수하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DJP연합을 선택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지금도 제 자신에게 틈만 나면 묻곤 합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너는 얼마나 무엇을 걸 수 있느냐.'
그리고 스스로 답합니다. '제가 정치하는 모든 이유와 인생을 걸겠습니다.'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 마지막 날 이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죠.
단일화를 앞두고 긴박하게 주어진 그 10여일 동안 우리는 버스로 이동했고,
정몽준 후보는 헬기로 전국을 누비면서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대전에서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가는 버스안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막했습니다.
후보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지 많은 이들이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안에는 고작 10여명만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긴 적막을 깬건 노무현 대통령 이었습니다. "임의원. 담배 있어요?"
담배 한 까치와 라이터를 들고 맨 뒷자리로 가서는 뒷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셨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우리 모두가 아는 '그날이 오면' 이었습니다.
이내 모두가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고 우리 모두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날의 눈물을 잊지 못합니다.
노무현 후보가 노래에 담고 싶었던 좋은 정치에 대한 열망도 우리들 가슴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던 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저는 어른이 되고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래저래 노무현 대통령은 저를 참 많이 울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흘린 눈물만큼 지금 저의 열망도 제 안에 가득차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날, '문재인 흔들기'는 곧바로 착수되었습니다.
저들은 '김문수' '하태경' 의원의 주홍글씨는 다 지워버리고,
임종석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홍글씨만을 부각시키며
식상한 종북타령을 꺼내들고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음해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까이서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임종석.
박원순 시장의 선거를 도왔던 임종석.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임종석.
당이 혁신하는 과정에서 '탈당'하지 않고 민주당에 끝까지 남아서 지킨 임종석.
임종석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곁에서 보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 도 곁에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걸 수 있는가 자문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원팀 민주당과 정당책임정치를 하겠다"
이에 의거해서 현재 책임 있는 인사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적폐세력들은 이를 방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의 주군은 감옥 안에 있으며,
당신들의 당에는 자격미달과 파도파도 괴담이 가득함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으니까요.
진정한 국민통합을 원하신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에
최선을 다하여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당신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간 자리가 이토록 시원하고, 오늘의 공기는 어제와 분명히 다릅니다.
이것이 소통의 국정운영, 5월의 시원한 바람입니다.